과학서평 /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수록 몇 가지 품게 되는 생각이 있다.

우선 은하(galaxy)의 다양한 모습에 놀란다. 그것도 몹시 놀란다. 천문대에서 찍은 은하의 모습들은 어쩜 그렇게 멋이 있는지. 단순히 ‘멋이 있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하고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다채롭다. 은하들마다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다. 그저 모습 자체가 인간에게 풍성한 상상력과 자연에 대한 깊은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은하에 푹 빠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인터넷을 뒤지면서 지금까지 찍은 은하의 사진이 몇 장이나 있는지 찾아보곤 한다.

이런 독자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다’(Galaxy: Mapping the Cosmos)이다. 은하를 찍은 선명한 칼라 사진이 무려 100장 넘게 실려 있다. 현대 과학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인 ‘외부 은하 천문학’ 전문가인 제임스 기치는 우리 은하 너머 외부 은하의 매혹적인 모습을 안내하고 있다.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좋다. 그 찬란하고 신기하며 상상 이상의 형태를 자랑하는 은하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훨훨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듯 하다.

제임스 기치 지음, 안진희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사이언스, 값 27,000원
제임스 기치 지음, 안진희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사이언스, 값 27,000원

그런데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과연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우주를 연구할까?

이 책은 이런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준다.

전 세계 천문학자들 천문대 사용 경쟁 

우주를 연구하려는 천문학자들은 많은데, 성능 좋은 천문대는 많지 않다. 우선 천문대가 높은 곳에 있어야 하고, 공기는 건조해야 하며,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마우나케아산 천문대가 대표적이다. 4000m 높이의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망원경이 여러 대 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유럽남반구천문대와 신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파 집합체가 자리 잡았다. 

수많은 천문학자의 수에 비해 망원경의 수는 매우 부족하다. 때문에 매년 한정된 시간만 관측활동을 할 수 있다. 때문에 망원경 사용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천문학자들이 관측하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간략히 서술한 짤막한 제안서를 내면, 시간할당위원회(Time Allocation Committee)가 제안서의 등급을 매긴 뒤 각 시설 사용시간을 조금씩 배분한다. 제안서 모집은 1년에 2~4회씩 이뤄진다.

만약 누군가가 칠레에 있는 8m짜리 초거대망원경을 이용해서 달의 스냅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면, 시간할당위원회는 이 제안서를 쓰레기통에 넣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천문학자들은 시간할당위원회 심사위원들의 호감을 끌 수 있는 좋은 제안서를 쓰기 위해 고민한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한 관측을 통해 만들어진 우주의 지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실 전체 모습을 그리기에 우주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지동설과 천동설이 오랫동안 피흘리는 경쟁을 벌였듯이, 우주의 모습을 놓고도 1920년대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우주는  ‘우리 은하(Milky Way)가 무한정 확대된 형태’라는 주장과 섬과 같이 은하들이 우주 곳곳에 흩어져있다는 ‘섬 우주 모형’이 팽팽하게 맞섰다.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이고 각 은하는 별의 집합체이면서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이 ‘섬 우주 모형’이다. 그리고 섬 우주 모형이 승리했다.

천문학자에 따라 추정치는 다르지만 보통 한 은하에 수천억개에서 수조개의 별이 있고, 이런 규모의 은하가 5천 억 개에서 많게는 2조 개가 있다고 본다. 이들의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한 우주의 작은 단편의 모습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우주의 한 부분을 정육면체 덩어리로 자른다. 한 면의 길이는 2메가파섹(Mpc: 천문학의 거리 단위로 326만 광년)이다. 이 국부 우주(local universe)의 한 가운데에 우리 은하를 배치한다. 이런 국부 우주의 한 변을 1m로 축소해서 생각하면, 정 가운데 있는 우리 은하의 크기는 너비가 약 1mm에 불과하다. 눈에 보일락 말락한 정도이다.

티끌만한 우리 은하는 여러 왜소 은하와 마젤란운, 몇몇 위성 시스템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봤자 모두 다 우리 은하와 몇 밀리미터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은하와 비슷한 유형가운데 가장 가까운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도 4cm 밖에 안된다. 우리은하에서 10~15cm 반경안에는 약 50~60개의 다른 은하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 은하는 초속 200km 속도로 회전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듯이, 은하 역시 정적이지 않다. 팽창하는 우주의 영향을 받아 활발히 운동을 한다. 

하 내부에서도 움직인다. 막대같이 길쭉한 원반 같은 모양의 우리 은하에서 가장 중요한 움직임은 원반의 회전운동이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에서 3분의 2 떨어진 곳에 있으며 초속 200km 속도로 공전한다. 이런 속도라면 우리 은하가 한 번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억 5000만 년 정도다.

우주와 은하에 대한 지식은 사람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자기 자신이라는 동굴에 갇혀있는 인간은 지구는 물론이고, 수천 억 개의 별로 이뤄진 우리 은하 마저 작은 모래알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우주의 상상할 수 없는 크기에 직면해서는 현기증을 느낀다.

현기증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 갑자기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아득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저절로 인간의 초라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냥 우주에 가득 담긴  신비함을 느끼면서, 인간은 저절로 겸손한 태도를 갖게 된다.

저자인 제임스 기치가 바라는 것도 아마 이런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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