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든 경력자이든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은 힘들다. 이유는 단순하다. 남에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만이 볼 수 있는 비밀일기는 술술 써 내려가지만 학교에서 내어준 일기쓰기 숙제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쓰기가 귀찮다.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하는 형식적 일기는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그만큼 남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글로 본인을 표현해야 한다. 이력서 작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구직자들의 공통점은 몇 줄 작성하고 나면 더 이상 쓸 말이 없다고 한다. 가령 취업준비생의 경우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기술하라고 하면 한두 줄에 끝나고, 경력자의 업무기술은 세네 줄이면 끝난다.

과연 어떻게 하면 본인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이력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그 해답으로, 이번 장에서는 'MUST 이력서 작성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방법의 이름은 핵심 작성요소의 영문 앞글자를 따 'MUST'로 이름 붙였기에, M·U·S·T의 각 작성법을 모두 포함하기를 권해드린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우선 M이다.

M은 MIX , 즉 융합을 의미한다. 근래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T 자형 인재가 거론된다. T 자형 인재의 세로획은 한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의미하고 가로획은 다방면의 식견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본인이 속한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인정받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분야에서 식견을 쌓는 것 또한 물리적으로 힘들다. 결국 아주 조그마한 T 자를 그리면 남들이 T 라고 봐주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융합형 인재가 현실적이라 생각되며 실제로 누구나 융합 형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하다. 

해당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을 들 수 있다. 전화, 인터넷과 카메라가 결합되고 정보와 지식은 물론이고 쇼핑, 게임 및 금융거래 등이 가능하다. 그리고 복합쇼핑몰도 좋은 예이다. 한 공간에 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을 접할 수 있는 쇼핑몰은 과거 패션 코너과 외식 코너는 별도의 층으로 구성되었는데 근래에는 하나의 공간에 함께 전개한다. 즉 식사를 하면서 옆 매장의 옷을 구경하는 식이다.

직업 세계에서도 융합은 가속화되고 있다. 마케터는 전통적인 4 대 매체를 통해 상품을 마케팅하는 전문가로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양대 채널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졌다. 즉,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전략을 전개하지 못하는 마케터는 밥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 

모든 산업군에서 IT 의 영역이 커지면서 '테크(TECH)' 라는 용어가 익숙해졌고 관련 전문가들을 찾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한 솔루션 창출이 화두가 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현재도 다양한 산업군으로 진출하고 있다. 

융합은 어떤 산업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이종 산업 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디어 기업과 커머스 기업의 합병이다. 일명 '미디어 커머스' 사업을 위한 것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은 기존의 캐시카우인 광고수익창출의 한계점이 있었고 커머스 기업은 상품이 아닌 스토리가 담긴 삶을 팔아야 돈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즉 미디어는 상품기획 노하우, 커머스는 콘텐츠 확보라는 양자의 NEED 가 합쳐진 것이다.

이러한 융합화의 환경 하에서 개인의 관심사는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고 관심사가 각기 전문화되면 향후에 융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평소 게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본인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다수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를 활용하여 손쉽게 게임방송을 하듯이 융합은 막연한 생각들을 구체화시키는 단초가 된다. 현재의 'Z세대', 즉 1995년 이후 출생한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과거나 현재에 유망한 직업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급속도로 세분화되고 융합된 직업세계를 대면하기 위해선, 본인이 현재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파워 블로거가 된 취업준비생은 환경운동단체보다는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했다. 이력서는 자연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한 경험 이외에 달리 내세울 것이 없다. 하지만 조금 관점을 바꾸어 보면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CSV(Creating Shared Value) 즉,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환경보호이고 기업도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필요한 사람은 환경보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기업의 요식적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내지 CSV 활동은 고객들에게 외면 받기 쉽다. 실질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활동이 고객에게 장기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입사하고 싶은 기업에 해당 분야를 접목해서 이력서를 작성해 보시라. 지식과 기술이 주도하던 시대가 가고 의식과 통찰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선 'U'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글ㅣ박지순(비네트컨설팅 대표)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