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 자존심 큰 러시아, 이란, 터키...미국의 무역제재에 거센 반발
- 당장 우리나라 경제 영향은 적지만 장기화되면 좋을 것 없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 사진)과 지난해 11월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한 로하니 이란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우측 사진 왼쪽부터) (사진=백악관 공식인스타그램 및 터키 정부 공식 홈페이지 취합)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 사진)과 지난해 11월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한 로하니 이란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우측 사진 왼쪽부터) (사진=백악관 공식인스타그램 및 터키 정부 공식 홈페이지 취합)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에서 경제제재 및 무역전쟁을 확대하며, 이에 반발하는 국가들끼리 힘을 합쳐 미국에 맞서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은 러시아·이란·터키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지난 5월 8일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며 지난 7일 이란에 대한 1차 제재를 시작했다. 오는 11월부터는 이란의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 3국의 기업, 개인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2차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미국은 러시아에도 경제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미국은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 업체들이 전자기기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 오는 22일부터 제재가 발효될 예정이다.

터키와는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터키에 구금된 자국인 목사의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세 인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 10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터키산 알루미늄, 철강 수입관세는 각각 50%, 10%로 2배 인상됐다.

역사적 자존심 큰 세 나라

러시아, 이란, 터키 세 나라는 모두 역사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영광에 대한 향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반미 감정도 심해, 과거 미국의 지원을 받은 옐친 정권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 정권 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러한 반미 정서를 교묘하게 이용해 강력한 독재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란은 고대 아시아의 강력한 왕국이었던 페르시아의 후예라는 역사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중동 이슬람 시아파 맹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해서도 과거 경제 제재를 버텼던 만큼 이번 트럼프의 제재도 버틸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양새다.

터키도 근세 아시아의 강국이었던 오스만제국을 이어받았다는 자존심이 강하다. 과거 NATO가입 전에도 소련이 터키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자 전쟁도 불사하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최근엔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강력하게 대응하며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러시아‧터키‧이란, 이해관계 엇갈리나 '反美'엔 힘 합쳐

러시아와 터키는 역사적인 앙숙관계다. 과거 오스만제국과 러시아제국 시절부터 크림전쟁 등 크고 작은 분쟁들을 겪어왔다. 현재도 터키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으로 러시아와 군사적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15년에는 터키 공군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사건이 벌어져 한동안 긴장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터키와 이란관계도 원만하진 않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국가이지만 터키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로 종파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러시아, 터키, 이란 세 나라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부군을,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면서 대립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3국은 상황에 따라 서로 손을 잡는 모습도 자주 보여 왔다. 지난해 러시아, 터키, 이란 세 나라는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휴전 협상을 주도했다. 지난 12일에 러시아와 이란은 20년 이상 지속된 카스피해 연안 5개국간 영유권 분쟁을 해결했다. 

최근엔 세 나라 모두 미국의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반미 진영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터키는 미국의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의 석유도 계속해서 수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오는 9월엔 세 나라간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의 경제 갈등에 대응해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당분간 크지 않을 듯...장기화되면 악영향 가능성

미국과 러시아‧이란‧터키 간 경제 갈등이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이들 나라의 경제적인 갈등관계가 장기화되면,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이란‧터키 세 나라 중 가장 위태로운 곳은 터키다. 터키 경제의 뇌관인 금융시장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금융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터키의 대외부채는 외환보유고의 350%에 이르는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단기외채 비중도 높아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자구적인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터키가 유동성 공급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따라 신흥시장에 보다 부담을 줄 소지가 커 보인다“면서도 “터키의 금융불안이 선진 유럽 전반에 확산될 것을 걱정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7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라가르드 IMF 총재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취약한 신흥시장에 금융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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