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5년간 22조 원 투자 3만5000명 고용"...정부 인사 방문 없이 발표
-삼성그룹, "3년간 180조 투자 4만 명 고용"...이재용 회장 복귀 계기 마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각 그룹 취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각 사 취합)

[데일리비즈온 신동훈 기자] 최근 주요그룹사가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잇따라 밝히며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 초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주말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두 그룹사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고용 침체, 최저임금 논란, 집값 상승 등으로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그룹사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손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다. 

한화,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 성장정책에 동참, 사회적 책임 실현"

12일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기반 구축과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2조 원의 신규 투자와 3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을 담은 중장기 투자 고용 계획을 밝혔다. 특히, 다른 그룹사들과는 달리 정부 인사 방문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중장기 투자계획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울러 범국가적인 성장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려는 노력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번 한화그룹의 신규 투자 규모 창사 이래 최대치로 연평균 4조4000억 원에 달한다. 한화그룹의 최근 3년 평균 투자규모가 3조2000억 원 수준이었던과 비교해 약 37% 증가한 것이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투자로 2018년 현재 70조 원 수준의 매출이 5년 후인 2023년에는 100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항공기 부품 및 방위 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총 4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방위 산업의 한류’를 이끌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글로벌 1위 태양광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3020’정책(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계획)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 부문은 추가로 확정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활대를 위해 약 5조 원을 투자하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규 리조트와 복합쇼핑몰 개발 산업에도 4조원을 투입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에 연 3000~4000명 수준이었던 고용 규모를 향후 5년간 연 7000명 수준으로 늘린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과 가졌던 간담회에서 약속했던 비정규직 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청년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투자펀드를 운영하고 인재육성 사회공헌 프로그램이자 플랫폼인 ‘드림플러스’를 통해 지원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또한 4000억 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 협력사 저금리 대출 및 자금 지원을 하는 동시에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성 향상과 연구개발, 해외판로 개척, 교육 및 훈련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계기 마련...'뉴 삼성' 밑그림 가시화

삼성그룹 역시 지난 8일 사상 최대 규모인 '180조 원 신규투자와 4만 명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6일 이
재용 부회장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만남을 가진 후 불과 이틀 뒤,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시점으로부터는 꼭 한 달 후 발표된 것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에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과 ‘뉴 삼성’에 대한 밑그림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하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그동안 국내 보다는 해외 활동에 주력해왔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활동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발표된 투자규모는 업계의 예상치 100조 원을 뛰어 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3년간 연 평균 43조 원, 총 130조 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직갖접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70만 명 선으로 예상된다.

먼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는 최소한 약 10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선정한 '4대 성장산업’, 즉 AI(인공지능)·5G·바이오·전장부품 산업에는 약 25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AI 부문은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석방 이후 해외출장을 통해 줄곧 관심을 보였던 분야로, 국내 AI센터를 중심으로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여 명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부문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삼성그룹 바이오계열사인 삼성받이오에피스의 고한승 사장은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현장에서 비전자 계열사 최고경영자로는 유일하게 이 부회장을 배석했다는 점이 그러한 점을 시사한다.

일자리 창출 분야에선, 4만 명의 직접 고용계획 외에, 앞으로 5년 동안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5년 간 500개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해 청년 창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1100억 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도 지원한다.

재계에선 이번 한화와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이 정부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도, 각 그룹의 중장기 신규 성장 동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 대한 재계의 화답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경제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