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ICT기업이 주도하는 은행산업 혁신 기대"
- 반대, "기업 사금고화 우려, 인터넷전문은행 혁신 성과 적어"
-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선 예외적 허용...유럽, 은산분리 규제 없고 적격성 심사 통해 규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를 통해 올해 8월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고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의결권 있는 주식은 4% 이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최대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에서 34% 또는 50%까지 확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현재의 은산분리 규제를 산업혁명기 영국의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에 비유하면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기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 법이 있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다"며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규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해버릴 수도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찬성 입장 인터넷전문은행, ICT기업이 주도하는 은행산업 혁신 강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아직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결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앞으로 은행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금융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CEO들은 여러 토론회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주주 및 지분 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지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우(좌측)·윤호영 공동대표가 성과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br>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우(좌측)·윤호영 공동대표가 성과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뱅크)

찬성 입장에 선 이들은 ‘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기업금융은 실시하지 않고 있어, 기업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주의 지분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해당 우려를 일축했다.

출범 당시 은행산업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현재 시중은행들과 비슷하게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전 시중은행들이 실시하던 모바일‧인터넷 뱅킹 서비스는 온라인 송금이체 서비스 정도에 그쳤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신규 가입, 금융상품, 고객서비스를 24시간 언제 어디서든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낮은 대출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켰다"며 "이것이 혁신이 아니라면 무엇인가”라고 전했다.

또한,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과점시장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이익을 누려왔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이 구조를 깨뜨렸다. 은행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등 금융 소비자들의 혜택은 늘어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비슷해졌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입장 정의당 추혜선 의원 토론회 열어...기업 사금고화 우려 지적

반대 측에서는 재벌구조가 강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은행의 ‘기업 사금고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동양그룹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존 은행들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및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함께 ‘천만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라는 주제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추혜선 의원 블로그)​​​​​​​<br>
정의당 추혜선 국회의원은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및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함께 ‘천만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라는 주제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추혜선 의원 블로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하여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은산분리 분리규제는 금융혁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도 경제력 집중 관점에서 은산분리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는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적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임을 강조하며 “정보통신기술 보다는 여신 관리 등 위험 관리 업무가 더 중요하고 다른 일반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 혁신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심사 배점 총 100점 중 40점을 ‘혁신성’이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 1년 간 혁신을 이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후 금융감독을 철저히 하면 될 거라는 주장은 감독이 시장을 따라갈 수 있다는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은산분리 규제,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은산분리 규제는 유지하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허용해주거나, 감독기관을 통해 강력하게 감시하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금융과 ICT기술의 융합을 위한 무(無)규제 원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오프라인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는 매우 강한 편이지만, 비은행 금융회사·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GM과 BMW등 산업자본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비금융기관이 20% 이상의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소니(SONY) 등과 같은 비금융 산업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일어난 바 있다. 

EU국가들은 비금융회사의 은행지분소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진 않다. 대신에 일정 비율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자 할 경우, 감독기관으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통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면서도 보완책을 통해 부작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의 시장구조는 기존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굳어져 왔고,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금융회사들은 경쟁과 혁신 없이도 과점적 이익을 누렸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활성화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뉴딜정책을 펼치면서 국민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려 볼 때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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