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싸이언(CYON) 상표 특허출원...스마트폰 브랜드 재편 신호탄?
- 피처폰 대세인 신흥국 시장으로 눈 돌릴 필요...노키아 부활 사례 주목해야
- LG 스마트폰 사업, 끝없는 추락...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할 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LG전자가 과거 모바일 대표 브랜드였던 '싸이언(CYON)' 상표를 특허출원한 사실을 두고,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LG스마트폰 사업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특허청 및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23일 특허청에 자사의 과거 브랜드인 '싸이언' 상표를 특허출원했다. LG전자가 2011년 3월 "싸이언' 브랜드 사용을 종료한지 약 7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LG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재편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추측한다. 싸이언은 스마트폰 시대 이전, '초콜릿폰'과 '아이스크림폰' 등을 히트시켜 피처폰(Feature Phone)의 마지막 세대를 선도한 브랜드인 만큼,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의 부진을 끊어줄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과거 LG 싸이먼이 출시한 초콜릿폰. (사진=싸이먼)
과거 LG 싸이먼이 출시한 초콜릿폰 광고. (사진=싸이먼)

더군다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전자쇼 'CES 2018'에서 "현재의 G시리즈와 V시리즈의 브랜드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어 위의 주장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싸이언 상표등록은 기존 브랜드의 보호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지, 신규 브랜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특허 출원은 오래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일환으로 10년에 한 번씩 특허를 갱신한다"고 해명했다.

◆피처폰, 신흥국 시장에선 여전히 인기...글로벌 출하량 2분기 연속 상승

LG전자 MC사업본부의 잇따른 실패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는 판매전략을 바꿔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출시된 G7 씽큐의 반응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쳐, MC사업본부는 13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비판은 주로 LG전자가 기술 개발에만 집착한 나머지 소비자의 니즈를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신기술 개발은 삼성전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승부수'라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종종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는 점에 있다. 

이에, 한 전문가는 "이제는 전략을 바꿔볼 때"라며 "싸이언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아직 살아 있고,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저가폰 시장에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최근 피처폰은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폰 9000만 대 중 1250만 대는 피처폰이이기도 했다. 연간으로 치면 5000만 대 수준이다.

피처폰의 최근 글로벌 출하량이 2분기 연속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성장세가 놀랍다. 지난해 아프리카 시장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동기 대비 5.2% 줄었지만 피처폰은 32% 급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신흥국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처폰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사들은 피처폰의 장점들을 신흥국 시장에 대입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오래가는 배터리는 큰 무기이다. LG스마트폰이 가진 어떠한 기능보다 더 설득력있는 구매 동기가 될 수 있다. 

신흥국의 경우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월평균 100만 원도 벌지 못한다. 그들에게 월 소득과 맞먹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사실상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다. 

배터리도 중요한 구매 결정 요건이다. 전력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휴대폰까지 꽂아두는 건 부담이 크다. 하루에 한번 충전해야 하는 스마트폰은 애물단지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 정도 쓸 수 있는 피처폰은 환경에 최적화된 통신기기다. 

◆노키아, 피처폰으로 부활에 성공...신흥국 시장 집중 공략

과거 휴대폰 업계를 호령했다가, 스마트폰 시대 이후 소리없이 사라졌던 노키아의 부활은 LG전자에게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일 컨설팅업체인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노키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HMD글로벌이 지난 2분기 성장률 782%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 50만 대였던 판매량은 올해 2분기 450만 대로 껑충 뛰었다. 점유율은 1%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꺾인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작년 화제가 되었던 노키아의 피처폰, 노키아3310 모델. (사진=HMD글로벌)
작년 화제가 되었던 노키아의 피처폰, 노키아3310 모델. (사진=HMD글로벌)

HMD글로벌은 노키아 무선사업부 직원들이 퇴사 후 만든 스타트업으로 이들은 노키아와 10년 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뒤 2017년 1월부터 '노키아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현재 초저가 피처폰과 저가 스마트폰 생산에 집중하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요 무대로 삼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노키아는 누적 70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 중 스마트폰은 1000만 대에 불과하다.

◆'신기술 승부수'는 이제 그만...황정환의 선택은?

최근 피처폰은 '스마트'한 기능을 더하고 있다. 중국의 아이텔은 저소득 문맹·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텍스트 전송기능'을 탑재한 피처폰을 내놨다. 인도의 한 업체는 최근 유심카드를 6개까지 동시장착할 수 있는 피처폰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6대의 전화를 구매할 필요없이, 하나의 전화기로 6개의 번호를 가질 수 있게 한 것이다. 
 

인도의 초저가 스마트폰. RS. 251는 한국돈으로 5000원이 안 되는 금액이다. (사진=Freedom251 웹사이트)
인도의 초저가 스마트폰. RS. 251(251루피)는 한국돈으로 약 4000원이다. (사진=Freedom251 웹사이트)

4G(4세대) 피처폰을 볼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퀄컴은 피처폰에서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제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피처폰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소셜미디어 및 기타 콘텐츠를 더 빨리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매체의 전문가는 "자동차가 아무리 발전해도 자전거는 항상 그 자리에 남아 있듯이 스마트폰이 진화해도 피처폰을 원하는 수요는 분명 있다"며 "피처폰은 나름의 고유 시장을 갖고 있고 고객 니즈에 맞춰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나 노키아의 사례는 신기술에 대한 집착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귀감이 될 수 있다. 피처폰 수요에 맞춘 기술 개발 역시 신기술임에는 틀림없으며, 무엇보다 이제는 눈을 돌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싸이언 브랜드와 피처폰이 LG 스마트폰 사업의 새 구원투수로 등장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끝없는 추락을 막기 위해선,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하는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 1월부터 LG전자 MC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황정환 부사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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