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바, 원전사업자 누젠(NuGen) 매각 지연되자 다른 잠재적 구매자 찾아…한전과도 계속 협상
- 산업통상부, 기존 사업방식 위험부담 줄이기 위한 논의로 협상 지연돼
- 영국 정부가 리스크 분담하는 새로운 방식 RAB모델 논의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권순호 기자] 한국전력이 22조 원 규모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권 지위를 상실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은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누젠(NuGen)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총 사업비 150억 파운드(22조 원) 규모인 영국 무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 지역에 차세대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이번 사업은 한전이 원전사업자인 누젠(NuGen)의 일본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누젠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한전은 “2018년 상반기까지 인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한전과 영국 정부 간 협상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방식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일정이 거듭 지연됐다.

도시바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한전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자 “다른 잠재적 구매자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이어 “영국 정부, 다른 주주와 협의해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잠재적 합의를 위한 한전과의 협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바는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막대한 손실을 낸 뒤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등 광범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누젠도 이 과정에서 매물로 나왔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계약 지연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누젠의 직원 100명이 최근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영국 정부와의 무어사이드 원전 협상을 위해 출국한 문신학 원전산업정책관이 협상을 마치고 31일 귀국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협상단은 지난 30일 런던에서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를 만나 RAB 모델 도입에 따른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RAB(Regulated Asset Base) 모델은 영국 정부에서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도와주는 대신 사업자와 수익률을 나눠 갖는 형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신규 원전사업에 RAB 모델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그동안 논의했던 발전차액정산제도(CfD) 대신 RAB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 조건을 협상했다. CfD는 사업자가 건설을 책임지고 원전을 지은 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영국 정부에 팔아 30~40년간 회수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영국 정부에 리스크 완화 방안 등을 요구했지만, 만족할 답을 듣지 못해 협상이 지연됐다. 산업부는 “RAB 모델에서는 영국 정부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기 때문에 한전이 거의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CfD보다 유리한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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