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전체를 보는 방법

세상은 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진다. 우리들이 가진 지식은 매우 단편적이거나 파편적인 경우가 많다. 단순한 것이 많이 모여 복잡해지면 전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전체를 보는 방법’(A Crude Look at the Whole)은 복잡계를 다룬 책이다.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10가지 기본 개념 중 하나는 ‘스케일링’이다. 포유동물은 평생 평균 10억 번의 심장박동을 한다. 동물의 수명은 심장박동과 함께 줄어든다. 1분에 심장박동수가 500번인 쥐의 수명은 4년 정도이다.

정육면체 모양으로 생긴 동물의 크기를 2배로 키우면 동물의 겉넓이는 4배로 늘어나는 반면, 부피는 8배로 늘어난다. 결국 몸집이 커질수록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가 쉽다. 물속에서 사는 포유동물인 고래의 몸집이 큰 것은 그래야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많은 전쟁일수록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도 복잡계로 설명할 수 있는 한 분야이다.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Lewis Fry Richardson)은 사망자수와 전쟁을 예측하는 분야를 개척했다.

 

존 밀러 지음, 정형채 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펴냄 값 20,000원
존 밀러 지음, 정형채 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펴냄 값 2만원

사망자 수가 10배 씩 늘어날 때마다 그런 전쟁이 일어나는 횟수는 3분의 1로 줄어든다. 사망자 숫자가 2배가 되면 그런 전쟁이 일어날 예상 횟수는 70%가 된다. 물론 이 같은 추정은 끔찍한 예측도 불러온다. 어떤 시점에서는 대략 4,2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도시는 더욱 커질 것이다

스케일링 법칙에 따르면 도시는 계속 커지고 늘어날 것이다. 도로 넓이나 휘발유 판매량 같은 자원의 1인당 사용량은 도시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줄어들 것이므로 더 큰 도시가 유리하다. 결국 도시를 외곽으로 확대하기 보다 빌딩을 더 높게 지으면, 도로가 덜 필요하고 대중교통이 더 발달해서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사실 복잡계 과학에 대한 개념은 쉬울 듯 하면서도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 복잡계의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아마도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저자인 존 밀러(John H Miller)는 설명한다.

200여 년 전 아담 스미스는 ‘자신의 이익을 쫓는 거래자들의 이기적인 개별 행동이 어떻게 아무도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내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저자는 여기에 해석을 붙인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기적이 일어난다’고.

복잡계의 원리와 현상을 이해하면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좀 더 잘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현상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기후변화, 금융붕괴, 생태계 변화, 테러, 전염병, 사회혁명 등이 모두 다 복잡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책이 주는 핵심적인 가치는 ‘부분을 안다고 해서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분적으로는 참인 것이 전체에 대해서는 참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은 ‘부분이 모여서 전체를 이룬 복잡한 현상의 일부를 해석’하는 수준에는 오를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전체를 알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 아직은 없다. 아마도 그 해답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단서는 찾아낸 듯 하다. 저자는 복잡계 과학의 희망을 벌집, 금융시장 그리고 뇌에서 찾았다. 이 세 가지 분야는 서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복잡계의 대표적인 모습은 벌에서 볼 수 있다. ⓒ Pixabay
복잡계의 대표적인 모습은 벌에서 볼 수 있다. ⓒ Pixabay

꿀벌사회는 꿀벌들의 단순한 행동이 모여 복잡한 벌집을 만들면서 이뤄진다. 한 회사의 매우 간단한 금융사고가 전체 금융시장을 붕괴시킬만큼 파괴적인 현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뇌세포 사이의 연결이라는 기본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뤄지는 복잡한 회로의 연결이 기억을 저장하고, 결정을 내리면서 창발성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조금은 이해하지만, 단순함의 반복이 어떻게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복잡성이 넘쳐날 때 문제 해법을 찾는 것은 대체로 어렵다. 단순한 삼각형 모양인 산을 오르려면 그저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지형이 오르락 내리락 할 뿐더러, 안개가 쌓여 있어서 앞을 볼 수 없는 산이라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드디어 산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두더지 굴 위에 서 있는 우리 모습을 볼 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복잡성이 넘쳐날 때 협력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협력하는 능력은 인간이 성공하는 핵심요소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경쟁은 상황을 ‘약간’ 좋아지게 만들지만,  협력’은 상황을 ‘훨씬’ 더 좋아지게 한다.

저자가 꼽은 복잡계의 주요개념은 스케일링 외에도 상호작용, 피드백, 이질성, 소음, 분자지능, 집단지성, 네트워크, 협력, 자기조작화 임계성 등이다. 보통 과학에서 다루는 그런 요소와는 매우 다르다.

복잡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무엇? 

복잡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찾기 위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살펴봐야 할 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살아있는 변수는 예측이나 과학적 통찰력이라는 수단 너머에 존재하는 개념이다.

‘바이오센트리즘’이라는 특이한 책을 쓴 로버트 란자(Robert Lanza)라면 이 보이지 않는 손의 근본이 ‘생명’이라고 할 것 같다. 물리학자라면 분명히 여기에 귀신같이 변하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도입하려 들 것이다. 종교인이라면 창조주의 개입을 주장할 것이며, 도덕군자라면 마음의 작용으로 설명하려 들지 모른다.

복잡계에 대한 기본 이해는 좁게는 한 개인의 인생, 넓게는 인류의 역사를 해석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부분적으로 참인 것이 전체적으로는 참이 아니듯이, 우리 인생과 인류 역사는 모순과 고통과 부조리로 가득한 것 같다.

그렇지만 반복되면서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듯한 일상의 시간들이 모이면, 우리도 잘 알 수 없는 무엇인가 커다란 전체를 이루는 것임을 사람들은 어렴풋이 느끼곤 한다.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인생의 좌표가 흐트러진 것 같거나, 국가의 미래가 안개 속에 빠지는 것 같은 복잡한 상황은 점점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복잡계에 대한 이해는 이런 상황에서 갈피를 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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