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기분 41%나 낮아져

바쁘고 삭막한 도시 생활은 많은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이는 정신건강에도 치명적이지만 범죄율을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준다.

이에 총기사고가 많은 미국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빈 땅을 녹색지대로 만들면 정신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페렐만 의대(Perelman School of Medicine) 및 예술과학대학(School of Arts & Sciences) 연구원들은 필라델피아 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녹색공간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이들은 주민 주변에 있는 빈 공간이 녹색공간으로 전환되기 전과 후의 주민들의 정신건강을 각각 측정했다. 이와 함께 지저분하게 방치된 공간 옆에 사는 주민들의 정신건강과 방금 쓰레기를 청소한 주민들의 정신건강도 측정했다.

조사 결과 최근 생긴 녹색지대의 근처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큰 만족도를 보였다. 무려 63%의 사람들이 정신건강이 좋아졌다고 스스로 인식했다.

연구팀은 녹색지대가 특히 우울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거주지 반경 1/4마일(약400m)안에 녹색지대가 있는 사람들은 지저분한 빈 구역 옆에 사는 주민들에 비해 우울한 기분을 무려 41.5%나 덜 느꼈다.

도시는 녹색이 필요하다. / Pixabay
도시는 녹색이 필요하다. / Pixabay

이번 연구는 방치된 도심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데 대한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녹색지대는 범죄, 폭력 및 주민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

 

총기폭력도 최대 29% 감소 

연구팀은 최근 관리된 구역 근처의 총기폭력이 최대 29%나 줄어들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녹색지대 형성이 인근 주민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실험한 최초의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유제니아 사우스(Eugenia C. South) 조교수는 “다 허물어져 가는 빈 공간은 주민들에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필라델피아 전역 541개의 빈 구역을 무작위로 골라 3개의 섹터로 나눴다. 한 구역은 녹색으로 바꾸고, 두 번째 구역은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으며, 세 번째 비교 구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녹색 구역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잔디와 약간의 나무를 심었다. 또한 낮은 나무 펜스를 쳤으며 매달 정기적으로 유지 보수 활동을 벌였다.

두 번째 구역에서는 쓰레기를 치우고 잔디를 제한적으로 심었으며 매달 정기적으로 유지보수작업을 했다. 펜실베이니아 원예학회 토지케어 (Pennsylvania Horticultural Society LandCare)가 이 일을 맡았다.

연구원들은 이후 이 두 구역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녹색공간 관리가 실시되기 전과 실시된 이후의 정신건강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자는 342명이며, 녹색공간으로 살리기 18개월 전과 18개월 후에 조사가 실시됐다.

측정법은 지역사회의 정신질환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측정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케슬러 심리고통측정지표’(Kessler Psychological Distress Scale)인 K6를 활용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얼마나 자주 신경질이 나고, 희망이나 휴식이 없고, 우울하거나 모든 것이 가치 없다고 느끼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 결과 녹색공간이 심각하게 줄어드는 곳에 사는 주민들 중 무려 68%가 우울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쓰레기를 치운 곳과 전혀 관리하지 않은 곳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공저자이며 범죄및사회학 교수인 존 맥도날드 (John MacDonald) 박사는 “이 두 그룹 사이에 변화가 없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웠을 뿐, 녹색공간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시환경 정책 수립에 중요한 단서 제공 

이번 발견은 미국 전역에 있는 도시의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미국 전체 도시의 약 15%를 차지하는 빈 구역은 쓰레기로 채워 방치되거나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상태로 남아있다.

 

녹색공간은 저렴한 비용으로 도시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킨다. ⓒ Pixabay
녹색공간은 저렴한 비용으로 도시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킨다. ⓒ Pixabay

이번 연구는 더욱 많은 자연환경에 노출하는 것이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복잡한 도심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녹색지대가 중요하다.

녹색지대 형성은 비용이 매우 저렴할 뿐 더러 대규모로 실시할 수 있다. 1개의 빈 구역 당 1,600 달러가 들어가고 유지보수에는 매년 180달러가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연구원들은 “도심지역의 버려진 땅을 활용하려는 정책개발자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 (JAMA) 네트워크 오픈(Network Open)에 지난 20일 발표됐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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