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앞서 6월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선거를 앞두고 기여 군면제를 공약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선거를 앞두고 기여 군면제를 공약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터키 정부가 돈을 내면 병역의무를 사실상 면제해주는 '기여 군면제'를 일시적으로 시행한다.  

터키 의회는 26일 1회성 의무복무 기간 단축 조처를 의결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같은 날 전했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복무기간 단축 조처에 따르면, 미필자가 1만5000터키리라(약 350만 원)를 내면 21일간의 군사훈련만으로 병역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있다. 사실상 기여에 따른 병역면제에 해당한다. 대상자는 1994년 1월 2일 이전 출생한 병역 미필자다. 병역기간 단축을 원하는 미필자는 3개월 내에 신청해야 한다

터키 남성은 한국처럼 병역의무를 져야 하는데, 복무 기간은 대졸이 5.5개월, 고졸 이하가 12개월이다. 직업군인과는 달리, 의무 군인은 터키 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쿠르드 무장조직의 소탕작전이나 국외 작전에 투입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터키 정부가 이와 같은 '기여 군면제'를 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일회성으로 여러 차례 시행된 바 있으며, 대체로 선심성 선거공약이나 지지율 회복 의도로 추진되었다. 이번 조치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6월 말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여 군면제를 단행하겠다고 공약한 바에 따라 추진되었다. 

터키 청년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군면제 기회를 놓칠세라 급전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만5000리라는 한국돈으로 350만 원 정도이나, 터키에서는 월 최저임금(2030리라)의 7배가 넘는 금액이다. 따라서 청년들에게는 3개월 안에 마련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처가 예고되자 시중은행은 미필자를 위한 2년 상환 대출상품 준비에 나섰고, 거래 중개 사이트에는 군면제 자금이 필요하다며 급매물이 쏟아졌다.

한 터키 언론은 "군면제 자금용 급매물은 소나 당나귀 같은 가축과 트랙터 등 농기구가 많으며 부동산도 간간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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