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을 떼어내기 위한 몸부림

연어가 물속에서 펄쩍 뛰어올라 공기중으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연어는 왜 그렇게 뛰어오르는 것일까.

연어 양식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양식장 주인에게 연어가 왜 이렇게 뛰느냐고 묻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뛰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갖지만, 수컷 연어도 뛰는 것을 보면 틀린 추측이다.

바닷물 표면 가까이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그렇게 뛸까? 이 역시 틀린 추측이다. 연어는 먹이를 먹지 않는 산란기 때가 되면 더 날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처럼 연어도 혈기왕성한 10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

 

연어는 살기 위해 뛰지만, 뛰는 것은 위험하다. ⓒ Wikipedia
연어는 살기 위해 뛰지만, 뛰는 것은 위험하다. ⓒ Wikipedia

한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연어는 그저 좋아서 혹은 인생이 즐겁거나 물놀이가 신이 나서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다. 연어의 점프에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짓이 담겨있다.

연어가 물속에서 뛰쳐나와 공중으로 뛰어 오를 때 높이는 30cm정도나 된다. 꼬리 지느러미를 잘 사용하면 물 밖에서 날아가는 길이가 1m 가까이 된다.

과학자들이 밝힌 이유는 전혀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연어는 온 몸에 붙어있는 바닷물이(sea lice)를 떼내기 위해 그렇게 물 밖으로 나와 온 몸을 훑어내는 것이다.

캐나다 과학자 바다양식장에서 실험

완두콩만하게 제법 커다란 기생충인 바닷물이는 점액이나 피부에 달라붙어서 피를 뜯어먹고 사는 거머리 같은 존재다. 이 바닷물이에 물린 물고기는 가려움과 고통을 느낀다. 때문에 물 밖으로 뛰어오르면서 물방울과 함께 바닷물이를 떼어버리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캐나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벌였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의 앳킨슨(E.M. Atkinson) 교수 연구팀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바다에 있는 양식장 우리에 바닷물이가 붙어있는 연어를 가뒀다.

양식장 우리는 두 종류이다. 한 우리는 연어가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우리 위에 아무 것도 설치하지 않았다. 또 다른 우리는 연어가 뛰놀지 못하도록 바닷물 표면 바로 아래 부분에 망을 설치했다.

3일 뒤 확인했더니 뛰놀지 못한 양식장에 갇혀 있던 연어는 바닷물이가 28% 더 많이 붙어 있었다. 이 연구결과는 ‘바다물이 쫓아내기’라는 제목으로 ‘물고기 생물학 저널’(Journal of Fish Biology)에 발표됐다.

그런데 연어가 물 바깥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다.

피 뽑아먹는 흡혈귀같은 바닷물이 한 마리를 떨쳐버리려면 평균 56번이나 뛰어올라야 한다. 물 밖으로 뛰어오를 때 연어는 먹이를 찾아 비행하는 바닷새에게 희생될 수도 있다.

산골짜기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점프를 할 때 길목을 지키는 곰이 잡아 먹는 위험한 고비도 넘겨야 한다.

점프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은 바닷물이에게 물려 피를 뽑히는 고통에 비해서는 아주 사소한 고난일 것이다.

사람들은 진주를 보면 그 영롱하고 둥근 자태에 감탄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가 진주가 생긴 과정을 알게 된다면 내면의 상처에 아파하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진액을 내는 조개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진주 한 알을 낳기 위해 조개가 겪어야 했을 극심한 고통의 깊이를 공감하는 순간, 진주는 단순한 보석이 아닌 것으로 변한다.

진주의 진실이 사람들에게 애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듯이, 힘차게 뛰어오르는 연어에 대한 과학적 관찰도 인간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바닷물이를 떼어내기 위해 뛰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점프하지 않는 연어는 바닷물이에 더 자주 물리면서 피를 흘리고 상처가 나서 감염이 빨리 될 것이다.

생존하는 전략으로 뛴다

결국 잘 뛰지 못하는 연어는 점점 더 도태된다. 이것은 잘 뛰는 연어에게 더 많은 생존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결국 잘 뛰는 연어가 더 오래 살아남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회귀본능이 아주 강한 물고기다. 그 먼 바다에서 연어가 어떻게 산란한 고향으로 돌아오는지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끈다.

연어는 자기장과 태양의 위치 등을 측정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연어는 자기들이 태어난 곳의 물에 심겨진 화학적 특징을 파악해서 물 냄새를 맡고 돌아오기도 한다.

 

고향 찾아 가는 멀고 위험한 길 ⓒ Pixabay
고향 찾아 가는 멀고 위험한 길 ⓒ Pixabay

보이는 것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숨어있을 수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 바닷물이는 연어가 점프하는 한 가지 이유일 뿐 진짜 주된 원인이 아닐지 모른다.

연어는 넓은 바다를 떠나 자신이 태어난 산란지로 돌아오는 회귀본능이 매우 뛰어난 물고기다. 자신이 태어난 민물지역으로 돌아오려면 수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하고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와야 한다.

이렇게 회귀하는 동안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렇기에 점프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역경을 극복하려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결국은 연어의 회귀를 돕는 매우 좋은 조력자 역할을 했을 것이다.

실험을 통해 나타난 과학적 결론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역경이 도전을 낳고, 도전이 위대한 일을 성취하게 한다는 일반적인 인과관계를 생각하면 매우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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