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LG유플러스와 제휴해 국내 시장 확대 노려
-업계 우려는 과대평가돼...넷플릭스는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크게 부진
-로컬 컨텐츠 부족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

넷플릭스의 시작 화면.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시작 화면. (사진=넷플릭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요즘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부쩍 힘을 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LG유플러스와의 IPTV 제휴에 나선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지상파 3사가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방송협회 등은 성명을 내고 “국내 미디어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진출 방침을 밝혔을 때도 그랬다. 국내 방송·통신 업계가 모두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넷플릭스의 행보를 예의주시했다. 이는 전세계 130개국에 1억 명 넘는 가입자를 둔 ‘글로벌 공룡’의 한국 진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반 가량 지난 지금, 넷플릭스는 아직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 수를 약 20만~3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미국의 올해 2분기 가입자가 67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넷플릭스를 향한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해외시장 실적은 명성만큼 대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그렇다.

캐나다의 유력 정보 매체인 FLIXED는 "넷플릭스의 해외 수입의 대부분은 유럽 및 북미권에서 나온다"며 "아시아 시장 진출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시장은 넷플릭스 전체 시장 규모의 약 1.3% 정도"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포브스 등도 넷플릭스가 아시아에서 고전할 것을 예측했다. 인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엄청난 인구 수와 IT 강국이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구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현지 요금(7~12달러)이 인도 평균 케이블 요금보다 두 배 가량 비싸다는 점도 큰 변수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지역이지만,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을만큼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영위할 수 있는 인구는 대략 5000만 명 정도다. 더욱이 이 지역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휴대폰으로 즐기곤 한다. 이러한 경우 인터넷 환경 및 비용 면에서 넷플릭스에게 크게 불리하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FLIXED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문제점을 "로컬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꼽는다. 애초에 한국 사람들을 포함하여, 아시아 인구의 대부분과는 문화권도 다를 뿐더러,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로컬 영화나 TV 프로그램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넷플릭스도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인 영화 <옥자>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반응은 관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력한 로컬 경쟁자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표적으로는 동남아시아의 HOOQ와 iFLIX, 그리고 인도의 Hotstar 같은 업체들이 있다.

HOOQ는 2015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필리핀에만 1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3만5000시간 이상의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은 지역 별로 2~4달러로 저렴하다. 일주일 이용권 등 선택권이 넓은 것도 특징이다.

HOOQ 시작 화면. (사진=HOOQ 웹사이트 캡쳐)
HOOQ 시작 화면. (사진=HOOQ)

iFLIX는 동남아 뿐만 아니라 중동 곳곳에서 사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FLIXED는 약 25개 국가에 사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유력 컨텐츠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가격은 역시 2~3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인도의 Hotstar 같은 경우, 2015년에 서비스를 시작하여 역사는 짧은 데 비해 인도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초 기준으로 이미 6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발리우드 및 할리우드 영화가 주력이다. <왕좌의 게임> 같은 인기 드라마도 이용 가능한 데 비해 가격은 3달러 정도이니, 이쯤되면 넷플릭스가 고전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은 세계 정상급의 인터넷 환경과 높은 소득수준을 가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위와 같은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로컬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지상파 3사, CJ E&M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근시일 안에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옥자> 같은 맞춤형 컨텐츠 제작도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한겨레의 7월 6일자 기사에 따르면 <옥자>가 공개될 당시 한국의 넷플릭스 이용자는 35만 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30만 명 남짓이다. 

넷플릭스의 영화 옥자.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영화 <옥자>.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에 전략을 바꿔 LG유플러스 등과 IPTV 제휴를 맺는 등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형 컨텐츠'의 라인업 강화 없이는 그다지 효과적인 수로 보이진 않는다. 직접 제작은 여러모로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녹녹치 않은 상황에 처해있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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