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타격" "오히려 유리" 엇갈려...'장기적 불리'엔 공감대 형성
-미국이 중국산 IT제품에 관세 부과하면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반도체업체도 타격
-중국, 美 마이크로 산 반도체 판매 금지.., 한국에 유리한 환경 조성되었다는 의견도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계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교역대상 1, 2위 국가이기도 하다. 무역 전쟁으로 인해 세계 교역이 위축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현지시간으로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6031개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부턴 1차적으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물려왔다. 미국은 16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2차 조치를 검토 중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산 제품의 절반가량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중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현재 한국 제조업의 중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올해는 반도체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었다. 6월 한국은행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반기 전 산업의 영업이익률이 7.4%에서 5.3%로 하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중 무역분쟁이 반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내용이 없다. 재계에서는 이른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일반적으로 군사 행동에서 포격 목표 이외에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의 여부에 주목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지만, 오히려 반사이익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오히려 유리한 환경 조성돼

앞서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26일 "반도체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의 반도체 대미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도체 전체 수출에서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대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국내 반도체로 완성된 IT기기나 스마트폰은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며 미중 통상압력의 여파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3일 중국 법원은 미국의 마이크론 산 반도체의 판매를 금지하는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을 내렸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난 5일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가 금지되면 경쟁사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크게 유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전체매출의 50%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 4일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물량 쏠림이 예상된다"며 "제한적인 공급 하에 마이크론 물량 출하 차질로 단기 D램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 역시 지난 5일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G2 무역전쟁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수출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낙관했다. 기획재정부에서도 따로 무역분쟁 점검체계를 구성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론 중국 법인 내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마이크론 중국 법인 내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단기이슈에 그칠 것…중장기 효과는 비관적

반면, 현재는 미· 중 무역분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압박이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게 집중되지만 무역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될 경우, 마이크론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목표가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럴 경우, 전형적인 콜래트럴 데미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 반도체를 지렛대로 이용해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언론들은 연초부터 ‘한국 반도체 가격이 높다’는 취지의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송명섭 연구원 역시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반도체 판매 잠정금지 명령은 중국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업황과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겐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중국에 ‘한국·일본산 대신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판매금지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강도로 진행되는지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어디까지나 미국 측의 관심사는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와 반도체 구매, 금융업 추가 개방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까지도 중국에게 반도체 공급선을 한국·일본산에서 미국산으로 바꾸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송 연구원은 이에 "테크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그리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축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라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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