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깨우는 ‘착한 진동’ 찾아야

사람들은 운전을 하면서 졸음에 빠진 경험이 아주 많을 것이다. 졸음을 참지 못해 사고가 날 뻔 한 적도 있고, 더 이상 운전할 수 없어서 도로 옆에 세워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한 두 시간을 그냥 휙 보낸 경험도 적지 않다.

졸음운전은 특히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때문에 정부는 고속도로에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잠깐 쉬다 갈 수 있는 간이 정차장을 여럿 만들어 사고예방조치에 나섰다.

운전 중 졸음에 빠지는 이유는 평소보다 아침 일찍 출발하거나,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호주 연구팀은 자동차가 달릴 때 발생하는 진동이 졸음을 유발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호주 왕립멜버른공과대학(RMIT) 연구팀은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이 운전자를 졸립게 만든다는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은 뒤 진동에 의해 발생하는 졸음은 운전한 지 15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였다.

 

졸면 위험하다 ⓒPixabay
졸면 위험하다 ⓒPixabay

이 대학의 스테판 로빈슨(Stephen Robinson) 교수는 “운전자가 느끼는 물리적인 진동의 영향은 지금까지 잘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동이 졸음에 기여하는 부분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운전을 할 때 발생하는 차량의 부드러운 진동이 자동차 시트를 타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면서 두뇌와 공조현상을 일으키고, 이것이 운저자를 잠들게 하는 것이다.

4~7 Hz의 저주파 진동이 원인

특히 낮은 주파수에서 발생하는 규칙적인 진동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트럭을 운전할 때 쉽게 느낀다. 이런 규칙적인 낮은 진동수는 사람들의 졸음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진동에 의한 이 졸음은 건강하거나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사람들에게도 찾아온다”고 밝혔다.

왕립멜버른공과대학 모하마드 파드 (Mohammad Fard) 조교수와 스테판 로빈슨 교수 연구팀은 15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진동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실험했다. 이 시뮬레이터는 단조로운 2차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은 진동을 낸다.

이 시뮬레이터는 다양한 주파수에서 진동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총 두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한 번은 시뮬레이터가 4~7Hz에 이르는 저주파수로 진동할 때 운전대를 잡는다. 다른 한 번은 진동이 없는 상태에서 시뮬레이터를 운전했다.

그랬더니 진동에 의해서 발생하는 피로감이 운전자가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상태가 되면 인간의 신경시스템은 진동에서 오는 피곤을 상쇄하는 작용을 시작한다.

우선 운전자의 심장박동수가 변하게 된다. 연구진은 60분 동안의 시험주행에서 심박변이(HRV)를 측정해서 운전자들이 어떻게 졸음운전을 느끼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진동하는 시뮬레이터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들은 측정을 시작한 지 15분 안에 졸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졸음의 정도는 매우 심각해져서 주의력을 유지하고 인지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졸음의 정도는 점점 높아져서 60분이 됐을 때 가장 심한 정도가 됐다.

결국 도로안전을 증진하려면 미래 자동차 운전석은 자동차가 주행할 때 나타나는 규칙적이면서도 낮은 주파수의 진동을 교란하는 기능을 갖도록 설계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 운전대를 잡으면 5명 1명은 졸음에 빠져들기 때문에 도로안전에서 졸음운전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의 변화에 따라서 진동에 따른 졸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진동하는 시뮬레이터에서 운전하기 ⓒ RMIT University
진동하는 시뮬레이터에서 운전하기 ⓒ RMIT University

 

그런데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졸음을 깨우는 특정 주파수의 진동이 있을 지 모른다는 암시를 발견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사람들이 계속 깨어있도록 할 수 있다.

 미국 운전자 60%가 졸음운전 경험

연구진은 더 많은 범위의 주파수를 가진 진동을 조사해서 졸음을 방지하는 ‘좋은 진동’을 일으키도록 자동차 운전석을 설계하는 방안을 연구할 수 있다.

인체공학(Ergonomics) 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졸음의 정도는 ‘카롤린스카 졸음측정법’ (KSS Karolinska Sleepiness Scale)으로 측정했다.

졸음운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0%는 졸음운전을 해 본 적이 있으며 약 3분의 1은 운전대에서 잠에 빠진 적이 있다. 졸음운전이 커다란 사고로 이어져 자신의 생명은 물론 다른 이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런데 졸음운전 중 잠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음주운전 만큼 위험하다는 것이 미국수면재단의 주장이다.

18시간을 꼬박 잠을 자지 않고 운전할 경우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될 만큼 위험하다. 보통 0.08을 취했다고 한다. 만약 24시간을 자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혈중알코올 농도가 0.10인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은 모두 다 도로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운전할 때 필요한 정확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한다.

어떤 면에서는 졸음운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취한 운전자는 보통 운전속도를 줄이면서 도로상황에; 반응하려 한다. 졸음운전자는 빨리 가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졸음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졸음운전자는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도 그대로 전진한다.

과연 진동에 의한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

‘좋은 진동’의 단서를 발견함으로써 좋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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