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상 1,040명설문조사, 이공계 응답자들의 90% 이상이 “과학기술계에 있다!”고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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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 논설위원] 우리나라 많은 연속극들은 재벌 1,2세를 넘어 재벌 3세를 다루고, 그들은 왜 하나같이 불륜, 출생의 비밀, 질투와 암투에 시달리다가 불치병에 세상을 떠날까? 드라마작가들은 한때 재벌가 집사였나 할 정도로 그 집안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그들의 신변잡기로 드라마 내용을 채운다. 대부분 드라마작가들의 과학기술소양이 낮다고 하면 폄하일까? ‘슈뢰딩거 고양이’같은 제목이라도 달고 나왔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랬다간 조기 방영중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원인을 교육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글쓴이의 직업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1때까지 유사하게 배우는데 계열별 시간배당비중을 보면, 문과계(국어, 외국어, 사회)가 47%, 이과계(수학, 과학, 기술)가 30%, 예술계 12%, 체육계 11%이다. 고교 때 수학을 못하면 문과로 간다. 수학이 심판자가 되어 국민들의 삶과 운명을 갈라놓는다. 하루속히 청산해야할 적폐다. 그 때부터 문이과는 분리되어 문과생들은 과학기술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이과생들은 말과 글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문이과 넘나들이, 통융합을 말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문이과 양분이 극도로 심한 나라와 국민이 되었다. 모범적이라는 어느 여고의 문과계 교사는 33명인데, 이과계는 20명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 얘기하다가 싸우지만 과학기술 얘기로 귀가 번쩍 뜨이는 일은 드물다. 일찍이 C. P. Snow(1959)는 영국이 대영제국에서 쇠퇴한 원인을 고전교육에 치우친 결과 정치인 등 문과계 사람들이 과학기술을 소홀히 한 교육을 받은데 있다고 비판하였다.역으로 박정희 때 한국, 등소평 이후 현재 중국이 일어나는 것은 학교에서 과학기술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다수 여성을 포함하여 문과계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몰라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스포츠 등에 대해서 아는 것은 상식이고 교양이나, 과학기술은 상식적 기초조차 모르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현대판 교양이 없는 사람과 나라가 되었다.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국민들인데 더구나 과학기술 교양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과학기술 상식부족은 광우병을 둘러싼 국민들의 비이성적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1세기에 문명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소요를 보인 것이다. 과학과 증거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일을, 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정치적 불만으로 표출한 것이다.과학기술의 기초는 수학이라고 한다. 일찍이 서양의 플라톤의 아카데미에서는 수학을 가르쳤고, 공자학당에서는 말과 글의 경전만 배웠다. 동양에서 수학과학기술 공부는 중인들의 천한 일이었다.

당대 최고지식인들이 수학을 배웠고 아랍의 수학 등을 받아들인 결과 서양인들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풍요를 구가하고 나머지 세계를 식민지화했다. 동양은 20세기 들어와 근대과학기술문명의 기반인 수학을 허겁지겁 먹고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있다.
가령 학교에서 실생활에서 수학 문제를 찾는 것이 마땅히 기초문제가 되고, 이것을 추상적 공식으로 나타내는 것은 응용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거꾸로 배운다. 선다형 수능 문제가 증명해주지 않는가? 생활 속에서 수학을 보는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이는 과학을 배우는 데서도 다르지 않다. 결국에는 학생들이 무미건조하고 어려운 이공계 공부를 멀리한다.

최근 필자는 동료들과 연구의 일환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대학생 이상 1,040명에게 물었다. 지능정보사회인데 앞으로 어디에 “삶과 직업의 기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과계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공계 응답자들의 90% 이상이 “과학기술계에 있다!”고 답하였다.
그런데 왜 여학생의 대부분과 상당수 남학생들은 과학기술계 교과공부와는 멀어져 있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문이과 분리교육을 할 것인가? 수학을 못한다고 문과로 떠밀어낼 것인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필수적임에도 과학기술로부터 먼 교육을 시킬 것인가? 근육 쓸 일은 줄어드는 지능정보사회, 데이터사회는 문이과를 넘나들고 수학과학기술의 기본소양을 요구한다.

중학교까지는 생활로서 교과를 쉽고 재미있고 가르치고 배우며, 고교부터는 진로별 공부하되 문과에서도 수학, 과학, 기술 중 1-2개는 국어, 사회, 외국어 못지않은 수준으로 가르치고 배울 때 문이과 양분은 사라져 넘나들이가 가능해지고, 자라나는 세대의 삶의 기회가 열려 청년실업은 줄어들며 사회는 더욱 상식적이고 합리적이 될 것으로 본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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