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제임스', 1일 약팀 LA 레이커스행 발표
-우승 향한 제임스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
-기대에 못미치는 낮은 성공율은 단골 논란거리
-'천재'의 합리적 선택이 최고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아...'평범'한 이들도 승리할 기회 있어

클래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1일 LA 레이커스로 전격 이적했다. (사진=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공식 홈페이지)
클래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1일 LA 레이커스로 전격 이적했다. (사진=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공식 홈페이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미 프로농구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이번엔 LA 레이커스를 선택했다. 이번 선택은 제임스에게 우승반지를 가져다 줄까?

미 프로농구(NBA)의 르브론 제임스가 지난 1일(현지시간) LA 레이커스로 전격 이적했다. 르브론 제임스는 코트 안에서 다재다능함을 장기로 팀 전체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탁월해, 마이클 조던 이후 농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그가 소속팀과 계약을 끝내고 FA로 풀리는 해가 되면, 그가 과연 어떤 팀을 고를까하는 문제는 팬들과 기자들의 초미의 관심이다.

그동안의 이력을 살펴볼 때, 제임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바로 '우승 가능성'이다.

제임스는 뛰어난 실력과 압도적인 활약으로 '킹 제임스(King James)란 별명을 얻으며 우승 3회, 준우승 6회, 파이널 MVP 3회, 정규시즌 MVP 4회라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명성에 비해선 늘 우승 횟수가 아쉬운 선수로 꼽힌다. NBA 파이널에는 9번이나 진출했지만 정작 우승은 세 차례에 그쳤기 때문이다. 3년 전 파이널에선 시리즈 스코어 1:3의 절대 열세를 4:3으로 뒤집으며 우승해 영웅이 됐지만, 작년과 올해 준우승에 머무르며 마이클 조던과의 격차(파이널 6회 진출에 6회 우승)를 좁히지 못했다. 스스로도 우승 횟수가 마음에 걸리는듯, 제임스는 커리어 내내 이를 의식한 언행과 행보를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더 디시전'(The decision)인데, 2011년 FA가 된 제임스가 TV 생방송을 열어 자신이 소속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한다고 발표한 사건을 가리킨다.

굳이 떠나는 마당에 TV 생방송으로 홈팬들의 속을 긁어놓은 인터뷰도 문제였지만, 제임스를 포함해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등 슈퍼스타 세 명이 연봉을 깎아가며 한 팀에 모이는 방식은 더욱 문제가 되었다.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이 존재하는 리그에서 맥시멈 연봉(연차에 따라 샐러리캡의 25~35%)을 받던 선수들이 편법을 써 가며 한 팀에 모이는 방식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뜨겁다. 

제임스는 이후 마이애미를 거쳐 2015년 친정팀 클리블랜드에 복귀했을 때도, 늘 자신을 포함한 슈퍼스타 3명(자신을 제외한 두 명은 그때그때 바뀐다)으로 '슈퍼팀'을 결성해 대권에 도전하곤 했다. 제임스와 그의 팬들 입장에선 이것이 만족할 만한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이번엔 약팀 LA 레이커스를 선택했다. 혹자는 이번 선택이 우승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하지만, 동기야 어떻든 제임스가 앞으로 우승을 추가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상 손에 꼽는 슈퍼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해가며 슈퍼스타를 한 팀에 모으는 그의 선택은 왜 성공 확률이 낮은 걸까? 

◆ '제임스의 선택', 강력하지만 한계도 존재 

일반적으로 샐러리캡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각 구단은 최고의 슈퍼스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NBA의 30개 구단에는 맥시멈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구단마다 최소 1명씩은 있다. 하지만 최소 30여 명의 선수들의 실력이 제각각이므로 그 가운데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둘째, 맥시멈 연봉 선수 외에 연봉 값 이상을 해줄 쏠쏠한 선수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반대로, 모든 선수들이 딱 받은 돈 만큼만 잘한다면 그 팀은 우승하기 힘들다.

NBA의 한 관계자는 "구단은 신인 때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연차가 낮아 아직 루키 스케일(Rookie Scale: 신인급 연차의 선수들은 일괄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고 뛴다)에 묶여있는 어린 선수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래리 버드 조항' 같이 예외적인 룰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래리 버드 조항은 원소속팀과 재계약한 선수는 샐러리캡을 넘어서 계약할 수 있는 예외적인 룰을 말하는데, 샐러리캡의 총량을 늘리기에 효과적인 방식이다.  

제임스는 이 중 늘 첫 번째 방법에 집중해왔다. 그 자신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의 슈퍼스타들 역시 맥시멈보다 낮은 금액에 뜀으로써, 샐러리캡을 알차게 채우는 방법을 택했다. 농구는 어차피 5명이 뛰는 스포츠이니, 코트 안에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3명의 선수가 뛰면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었다.

이로 인한 기회 비용은 슈퍼스타를 데려오는 대가로 넘긴 팀 내 유망주들로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은 포기한 셈이다. 슈퍼스타 3명의 몸값을 한 팀이 감당해야 하니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로 나머지 로스터를 구성해야 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제임스의 팀은 분명 강력하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는 나오기 힘든 팀이 되었다. 슈퍼스타들을 보좌하는 선수들은 제한된 환경 아래서 연봉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웠고, 팀 개편 과정에서 팀의 터줏대감들도 적어지다 보니 샐러리캡을 늘리는 방법도 활용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제임스는 늘 승승장구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 해 셀러리캡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활용한 팀에게 발목을 잡히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1년에는 정작 제임스가 '연봉 값'을 못해주면서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 '천재'의 합리적 선택, 효율에선 2% 아쉬워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슈퍼스타가 있는 팀 대신,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들의 팀으로 가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임스는 가장 확률 높은 경우의 수를 택했지만 그것이 최선의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NBA에는 30개 팀이 있고, 그 중에는 하위권에서 차근차근 유망주들을 모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팀들이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를 고려하면서, 마지막으로 슈퍼스타를 한 두 명 영입하는 경우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르는 팀이 많다. 올해의 보스턴 셀틱스가 그렇다.

디펜딩 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그렇다. 낮은 연봉에 장기 계약으로 묶여있었던 유망주들이 하루아침에 슈퍼스타가 되었고, 제임스와 견줄만한 실력자인 케빈 듀란트를 염가에 영입하는 등의 행운이 겹쳤다. 뿐만 아니라 2일(현지시간) 올스타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를 미니멈 가격으로 영입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당초 커즌스는 보도 전날까지만 해도 제임스와 함께 LA 레이커스에서 빅3를 결성할 것이 유력시되는 선수이기도 했다.

극도로 효율적인 샐러리캡을 갖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르브론 제임스의 커리어 내내 가장 위협적인 상대다. 사진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드레이먼드 그린과 마주한 르브론 제임스. (사진=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페이스북)
극도로 효율적인 샐러리캡을 갖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르브론 제임스의 커리어 내내 가장 위협적인 상대다. 사진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드레이먼드 그린과 마주한 르브론 제임스. (사진=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페이스북)

그렇다고 이를 제임스의 불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너무 강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역대 우승팀을 살펴보면 제임스의 팀이 쉽게 이길 만한 팀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은 그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거의 모든 우승팀들은 극도로 효율적인 방식으로 샐러리캡을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임스의 팀도 늘 샐러리캡을 알차게 활용해왔지만, 그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 우리가 '제임스의 선택'에서 배울 수 있는 것

NBA의 FA시장에서 르브론 제임스는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가진 매물이자, 동시에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한 투자자다.
 
하지만 투자의 결과가 늘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이는 인간이 가능한 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여 경제학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합리적 선택이론'에 대한 비판과 맥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 교수인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은 애초에 제한적"이라며 "의사결정을 항상 해 오던 방식을 거쳐 그 정도면 됐다(good enough)는 수준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몇몇 팬들 역시 제임스가 우승만을 목표로 했다면, "마이애미 대신 시카고로 갔어야 하고, 이번에는 레이커스 대신 필라델피아를 택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제임스에게 대안의 갯수는 너무나 많은데 비해 그의 인지적 자원은 크게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가족이나 자녀 양육 문제, 세금 같은 이슈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제임스의 선택과 투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제임스만큼 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투자자는 우리네 삶에서 굉장히 드물다. 그런 그도 늘 성공하지는 못한다. 우리 삶에서의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있어서도 늘 대안과 변수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아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제임스 같은 초인(超人)이 아닌 우리들도, 기대를 뛰어넘는 '저평가주'로서 우승에 중여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그것은 '평범'한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의사결정과 경제학적 선택은 늘, 거대 투자자들과의 기준과는 다른 이 같은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제임스의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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