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사업 부문 13분기 연속 적자 예상...-히트작 기준 월 1만대에 한참 못미치는 월 3000대 판매
-신기술로 승부수 띄웠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기술보다 가격"
-스마트폰 업계 불황, 보조금 삭감 등 '엎친 데 덮친 격'...세계적 인기 '방탄소년단' 광고모델 기용도 효과 희미

LG G7씽큐 이미지. (사진=LG전자)
LG G7씽큐 이미지. (사진=LG전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LG전자의 야심작 G7씽큐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13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G7 씽큐는 지난 5월 18일 출시 이후 한 달간 10만 대가량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판매량은 약 3000대로 판매 수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통상 하루 판매량 1만 대가 대박폰의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로써 2015년 2분기부터 이어진 MC사업본부의 연속적자 기록은 13분기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초 G7 씽큐의 예약판매량은 7만 대 수준(5월11일~17일)으로 전작인 G6, V30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출시 직후 급격하게 판매량이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한 직원은 "기존 LG 스마트폰 사용자를 제외하고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LG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BTS 데뷔 5주년 축하 및 자사 스마트폰 광고 영상도 상영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팬 연령대는 주로 10대로, 구매력의 한계를 보이며 실질적인 판매량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마케팅비가 증가해 적자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발표된 증권사 보고서들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MC사업본부 매출은 2조3000억~2조6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신제품이 없었던 1분기 매출(2조1500억 원)보다는 늘 전망이지만, 영업손실이 1400억 원에서 1700억 원으로 1분기(1300억 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커질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2015년 2분기 이후 이어진 적자기조의 탈출도 요원해졌다. 일각에서는 "신제품이 없어야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신기술에 대한 강박증...소비자 외면 당해

LG 전자가 기술 개발에만 집착한 나머지 소비자의 니즈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은 여러 해 전부터 있어 왔다. 삼성전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LG 스마트폰의 생존을 위한 '승부수'였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집착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2016년 2월 출시된 'G5'다. G5는 세계 최초 '모듈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등 각종 부가기기를 착탈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G5가 출시된 해에 LG전자 MC사업본부는 1조2000억 원대의 적자를 떠안았다. 스마트폰은 많은 작업을 기기 하나로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굳이 분리탈착의 번거로움까지 견디며 모듈형 기기를 선택할 소비자들은 많지 않았다. G5가 일반 사용자보다 마니아층 사이에서만 인기를 얻으며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6년 출시된 'LG V20'은 특화된 오디오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계 최초로 쿼드 DAC(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을 탑재해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 전략 역시 빗나갔다. 스마트폰 구매 결정 요소로 음질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G7씽큐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사양, 고성능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애용할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1년 정도 지나면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 스마트폰이라는 비판이다. 

기술에 대한 집착이 자기 복제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가령, G7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를 스냅드래곤 835로 바꾸면 V30S 씽큐와 아주 비슷해진다. 이 또한 V30를 바꾼 모델이다. 이번에는 G7에 노치(Notch) 화면이 없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AT&T와 구글 파이(Google Fi)에 독점 판매하고 있는 V35와 아주 비슷해진다. 이 경우 기존 LG 스마트폰의 유저가 아닌 이상 소비자들이 굳이 특별할 것이 없는 LG 스마트폰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비자 니즈 파악이 우선..."기술보다 가격"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평준화된 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집착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LG스마트폰의 카메라와 오디오 성능이 아무리 좋아봐야 대다수 소비자들이 타사 제품들과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기술적인 집착을 버리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질적인 디스플레이 문제도 결국 기술에 대한 집착에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G7씽큐의 출고가는 89만8700원이었다. 램 6GB를 장착한 G7 씽큐 플러스의 출고가는 97만6800원으로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가격대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지난 2월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처럼 고객이 쓰지도 않는 기능을 넣어서 가격 높이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LG전자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출고가격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낮추면 경쟁사 제품과 충분히 겨뤄볼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진=LG전자)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진=LG전자)

외부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어

물론 LG전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줄어든 것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이 수그러들면서 더 싼 상품을 찾아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는 이용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간 4개월 연속 알뜰폰으로 유입된 고객이 3사로 빠져나간 고객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감소세를 나타내며 성숙단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있다. 스마트폰 기능 및 디자인이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서 교체 주기가 길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6000만 대로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외부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본질적인 활로를 마련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에 동의한다. 올해 1분기 기준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3.3%에 불과했다. 유일하게 10%를 넘는 시장이 한국(12.2%)과 북미(15.8%)다. 이마저도 삼성과 애플에 밀리고 있다. 국내와 북미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타'로 분류되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인 상황에서 LG스마트폰의 경쟁력 상실이 더해졌다"면서 "부진을 타개할 묘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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