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날마다 천체물리

우주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늘어나면서 인간은 수없이 큰 충격을 받아야 했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고 태양임을 확인했을 때, 온 세계는 뒤집어 질 만큼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태양 역시 우리 은하의 지극히 작은 한 부분임을 발견했을 때, 우리 은하도 마찬가지로 1000억 개(어떤 이는 1조 개라고 한다)에 달하는 은하(galaxy)의 하나임을 확인했을 때, 그럴 때 마다 인간은 존재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놀라운 충격을 경험해왔다.

앞으로도 인간은 더욱 더 충격적인 새 진실에 대면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올린 모든 과학적 진실은 암흑물질의 세계가 밝혀지면 모두 다 뒤집어질 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알고 보면 훨씬 더 많은 우주의 한 가지 종류였다고 판명이 날 수도 있다.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과학자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확실히 요즘은 천체물리학의 관심이 높은 때인 것 같다.

2년 전 쯤 우리나라 서점의 과학서적 코너에 갑자기 수학책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천문학인 것 같다. 천문학과 관련된 이슈가 많아지면서 발간되는 서적도 늘었다.

필자 중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견 천체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도 있다. 타이슨은 미국 자연사박물관 부설 헤이든 천문관 관장이자 천체물리학자이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칼 세이건 처럼 그도 2014년 전세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 진행자로 활동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 북스 값 12,500원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 북스 값 12,500원

 

천체물리학의 수수께끼인 암흑물질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쓴 ‘날마다 천체물리’(ASTROPHYSICS for PEOPLE in a HURRY)는 천체물리의 깊은 지식과 인간의 감성이 어울어진 책이다. 천체물리의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이슈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그같은 사실을 본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제시한다.

그가 설명하는 천체물리학의 여러 이슈 중에서 어쩔 수 없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에 관한 내용이다. 기존 천체물리학을 송두리 째 뒤집어버리는 엄청난 내용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과학자들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잘 모른다.

천체물리학자들은 현재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난제를 해결할 어떤 실마리도 갖고 있지 않다. 스위스 태생 미국 천문학자인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 1898~1974)가 ‘잃어버린 질량’ (missing mass)의 존재를 처음 확실하게 입증한 1937년에서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코마 은하단에서 일어나는 질량과 운동 사이의 관계가 다른 은하와는 달랐다.

오늘날 학계에서 ‘암흑물질’이란 이름으로 바뀐 ‘잃어버린 질량’은 아직까지 정체불명이다. 암흑물질은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인데 확실한 것은 중력을 내고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뿐이다. 암흑물질은 오늘날 우주론의 핵심난제로 남아있다.

‘날마다 천체물리’는 감성이 많이 들어가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의 장정과 편집에서 흘러간 세월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거의 모든 책이 좋은 종이에 화려한 색을 많이 쓰고, 책의 내용보다는 종이를 판매하기라도 하듯, 글자의 크기를 키우고 행간을 넓혀 억지로 책장의 두께를 넓히려는 디자인 과잉이 요즘 책의 잘못된 점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다르다. 우선 종이는 누런 것을 써서 수십 년 전 문학전집을 생각나게 한다. 글자도 요즘 책 치고는 작은 폰트를 썼다. 그리고 되도록 종이에 많은 글자를 넣으려고 띄어쓰기 간격을 최대한 줄여서 만들었는데 이것이 향수를 자극한다.

옛날 책을 생각나게 함으로써, 이 책의 내용 역시 아주 오래된 우주의 고색창연한 기억을 되돌리려는 내용을 담았음을 암시하는 듯 하다.

천체물리학은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사치스런 학문일 수 있다. 이 지구에는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마약과 무기를 끼고 살다가 수시로 살인하는 범죄 현장이 도처에 깔려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수십 억 년 전을 돌이켜 생각하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일부 국가의 일부 사람들만이 누리는 행복일 것이다. 우주를 탐구하는 것이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절대 다수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먼 세상의 이야기일 수 있다.

우주적으로 보고, 생각하라 

그런데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보는 우주는 낭만적인 비유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컵의 물에 들어 있는 물 분자의 수가 얼마나 될까? 오대양 물을 전부 나눠 담은 컵의 수 보다 훨씬 많다. 사람 한 명이 하루에 마신 물 한 잔이 바닷물과 섞일 때 바닷물 한 잔 마다 내 몸을 거쳐나간 물에 들어 있던 물 분자가 섞여있을 것이다. 몇 개나 될까? 디그래스 타이슨은 물 분자가 1,500개 이상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범위를 확대해서 비유해도 비슷하다. 우주에 있는 모든 별의 숫자는 지구에 있는 모든 모래알 숫자보다 많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여태껏 흐른 시간을 초 단위로 잰 값 보다 별들의 숫자가 더 많다. 지구에 태어나 살았던 모든 인간이 말한 단어와 소리의 분절 수 보다 별들의 수가 더 많다.

그러므로 이 책이 천체물리학자의 전문적인 지식에 흠뻑 젖어있지만, 그래도 가장 빛나는 부분은 마지막 챕터이다. 마지막 챕터는 ‘우주적으로 보고 우주적으로 생각하라’이다.

우주적으로 보면 지구는 한 낱 먼지에 불과하다. 아무리 부자이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고 해도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몽둥이와 돌멩이를 들고 하루 먹거리를 사냥하러 다니는 원시인과 정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저자의 지적은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세계관이 크게 변화한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말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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