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의 나노와이어 기능 개선

열을 추적하는 적외선 카메라는 짙은 안개나 밤중에도 사람이나 동물 같은 생물을 발견해낸다. 전쟁 영화를 보면 열 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미사일이 전투기에서 발사돼, 탱크를 파괴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미군 헬리콥터가 열 감지 추적장치를 이용해 밤중에 적군을 요격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는 평화적인 이용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하게 활용될 분야는 드론이다.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하려면, 열 감기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피해서 날아가거나 혹은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고 물건을 배송할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열 감지 기능을 가진 적외선 카메라를 쓸모없이 만들어주는 아주 훌륭한 물질이 개발됐다. 이 물질은 종이처럼 얇게 만들어도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스텔스 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종이 10장 두께의 이 ‘스텔스 종이’는 실험에서 사람과 차량을 완전히 숨겨주는 스텔스 기능을 훌륭하게 발휘했다.

사진의 오른쪽 장면은 스텔스 종이가 사람과 차량을 완벽히 가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Credit: PHOTO BY HONGRUI JIANG
사진의 오른쪽 장면은 스텔스 종이가 사람과 차량을 완벽히 가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Credit: PHOTO BY HONGRUI JIANG

지금까지 스텔스 기능을 발휘하려면 무거운 금속이나 열 담요 같은 것을 사용했다. 이번에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전자및컴퓨터공학과 홍루이 장(Hongrui Jiang) 교수가 개발한 스텔스 물질은 아주 얇을 뿐 더러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큰 특징이다.

이 연구결과는 ‘어드밴스트 엔지니어링 머티리얼스’ (Advanced Engineering Materials) 저널에 발표됐다.

인간의 신체 같이 따뜻한 물질이나, 열을 발산하는 탱크 엔진은 그 열에서 적외선이 나온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스텔스 종이는 다른 열 감지 기술에 비해서 매우 근본적인 개선을 이룩했다.

완벽한 스텔스 기능, 적외선 94% 흡수

장 교수는 “스텔스 물질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게와 가격 및 사용 편의성이다”고 말했다. 장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스텔스 종이는 두께가 1㎜도 안 될 정도로 얇다. 대략 종이 10장 정도의 두께이다. 이 얇은 종이가 무려 적외선의 94%를 흡수한다. 이렇게 빛을 가둬줄 수 있기 때문에 적외선 감지기의 추적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다.

중요한 것은 이 스텔스 종이가 중파 및 장파 적외선도 강력하게 흡수한다는 점이다. 중장파 적외선은 사람의 체온 같이 높지 않은 열에서 나오는 것으로, 스텔스 종이는 이 정도의 적외선도 흡수한다.

스텔스 종이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적외선을 가둬 두기 위해 장 교수 연구팀은 ‘블랙 실리콘’ 물질을 이용했다.

블랙 실리콘은 보통 솔라 전지에 사용하는 것이다. 블랙 실리콘은 단면의 지름이 1나노미터(1나노 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 정도의 극미세선인 나노와이어(nanowire)를 이용한다. 나노와이어는 레이저나 트랜지스터, 메모리, 화학감지용 센서(감지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솔라 전지도 이 나노와이어를 이용해서 빛을 바꿔 전기를 생산한다. 솔라 전지는 수 백만 개의 나노와이어 바늘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에서 들어오는 빛은 솔라 전지안에 수직적으로 자리잡은 나노와이어 바늘 사이를 오가면서, 전기로 전환된다. 다른 면에서 보면 빛이 나노와이어 바늘 안에 갇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블랙 실리콘이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장 교수 연구팀은 이 물질이 적외선도 가둬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를 스텔스 물질 개발에 이용했다.

태양전지의 적외선 흡수 기능 활용 

장 교수 연구팀이 스텔스 물질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완전히 다시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블랙 실리콘의 응용도를 더욱 확장해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냈다.

연구진은 작은 은 입자를 단단한 실리콘의 얇은 층에 에칭해서 나노와이어의 기능을 확대했다. 나노와이어와 은 입자는 적외선 빛을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이와 동시에 연구진은 블랙 실리콘에 작은 공기 통로를 배치했다. 이 공기 통로는 스텔스 종이가 적외선을 흡수하면서 너무 빨리 가열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개발한 새로운 나노구조물은 2.5 ~ 15.5 μm(마이크로 미터, 1마이크로 미터는 백만분의 1미터)에 이르는 적외선을 흡수하고 산란시킴으로써 감지기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스텔스 종이는 거짓된 열 신호를 보냄으로써 적외선 감지기를 의도적으로 속일 수 있다. 장 교수는 “이 스텔스 종이는 탱크를 단순한 고속도로의 가드레일같이 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미 이 스텔스 종이를 가지고 사람과 차량을 대상으로 실험을 벌였다. 사람의 상체를 스텔스 종이로 가리고 적외선 감지기를 촬영하면, 하체만 찍힌다. 스텔스 종이로 완전히 가린 차량은 적외선 카메라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전투중인 군인들이 스텔스 종이 옷을 입거나, 탱크에 스텔스 물질을 이용하면 과거와는 달리 열 감지 무기로도 발견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스텔스 종이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생산규모를 확장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적외선 카메라는 어떤 이미지를 형성할 때 나오는 적외선 파장을 이용한다. 전통적인 카메라와는 달리 적외선 카메라는 가시광선과 함께 적외선 파장도 감지한다. 적외선 카메라는 적외선 에너지나 다른 열의 신호를 감지해서 신호로 변환하고는, 이 신호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감지한 물체의 온도에 대한 칼라 지도를 그리는데 사용된다.

이렇게 작성된 칼라 지도는 바로 열을 내는 물질의 형태가 되기 때문에 사람인지 탱크인지를 구별해낸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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