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유전자 억제, 암 전이 99.5% 차단

암이 무서운 것은 발병도 그렇지만, 아주 빠르게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종양이 전이되지 않으면 종양이지만, 온 몸으로 퍼지는 전이가 발생하면 암으로 구별할 정도이다.

암은 한번 전이되기 시작하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급속히 퍼져 나간다. 이같은 ‘전이’(metastasis) 때문에 암은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하면서 사람을 극심한 고통과 사망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만약 암 환자에게 있어서 암의 발달하는 어느 단계에서 전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면 생명 연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로 이 암 전이를 차단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타날지 모른다. 캐나다 연구팀은 암 전이에 관여하는 11개의 유전자를 억제했더니 살아있는 세포에서의 암 전이를 무려 99.5%나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암 전이를 막을 방법이 나올까. / Pixabay
암 전이를 막을 방법이 나올까. / Pixabay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정말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University of Alberta)의 존 루이스(John Lewis) 교수는 “전이가 모든 암 환자의 90%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번 연구로 우리들은 아마도 전이를 끝낼 수 있는 11가지의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모든 종류의 암 전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는 분자도구 개발 

이번 발견은 연구팀이 개발한 특수 플랫폼이 있어서 가능했다. 실시간으로 암의 발전과 확산을 시각화할 수 있는 분자도구를 개발한 것이다. 이 분자도구는 shRNA벡터를 암 세포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같은 방법으로 세포안의 특정한 유전자들이 활성화하는 것을 중단시킬 수 있다.

다음 단계로 이 암세포들을 배아에 넣고 암 덩어리를 형성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어떤 것이 전이를 막아주는 특징을 가졌는지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콘스탄틴 스톨레토프(Konstantin Stoletov)는 “암 전이의 모든 단계가 차단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스톨레토프는 “우리는 이들을 끄집어 낸 다음에 유전자를 찾아낸 뒤, 그 유전자가 전이에 실제로 책임이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법으로 연구팀은 암세포 전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11개의 유전자를 찾아 구분해 냈다. 이들 유전자들은 전이의 과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으며 어떤 하나의 암에만 간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전이에 관련된 이 유전자들을 계속 실험해서 암 전이를 중단시킬 의약품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수년 안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도 가능할 전망이다.

루이스 연구실은 동시에 ‘마이크로RNA’ (microRNA)형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RNA는 암 전이를 막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지 모른다.

 

루이스 박사(왼쪽에서 세번째) 연구팀 ⓒ 앨버타 대학
루이스 박사(왼쪽에서 세번째) 연구팀 ⓒ 앨버타 대학

이번 연구는 캐나다암협회(Canadian Cancer Society)와 앨버타 암재단(Alberta Cancer Foundation)가 지원했다. 캐나다암협회의 주디 브레이(Judy Bray)는 “루이스 실험실이 혁신적인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서 암 전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넓히는데 적용한 데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은 암의 확산을 막아줄 뿐 아니라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개선할 것이다.

암의 전이는 암과 관련된 사망의 첫 번째 원인이다. 암치료에서 암의 원인이 되는 종양을 항암제로 치료하는 것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목표지향형 치료법은 빠르게 퍼져나가는 암의 전이를 막는데 성공적이지 못하다.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줄 듯 

암 환자들은 암의 전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미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매우 독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암 환자의 삶의 질에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암 종양 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를 겨냥한 치료법은 암이 가져올 위협을 제거함으로서 암치료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암 전이의 과정은 종양 세포가 혈액 속으로 침투하는 암 세포의 능력에 달려있다. 뿐만 아니라 암은 먼 지점까지 확산되면서 사람의 면역체계를 침투하고 살아남아 확산된다.

암의 전이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통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난해에도 발표됐다.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거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의 데이비드 아담스(David Adams)박사 연구팀은 암 전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23개를 새로 규명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고 지난해 1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부암에 걸린 쥐에게 810개의 유전자를 하나씩 결핍시키며 암이 전이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23개 유전자가 암 전이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유전자는 모두 면역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유전자였다.

이 중 ‘Spns2’라는 유전자가 가장 큰 변화를 불러왔다. 생쥐에서 Spns2 유전자를 제거하면, 피부에 있던 종양이 폐로 퍼지는 확률이 4배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Spns2의 발현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결장암, 유방암 등으로 전이하는 비율 역시 크게 줄었다.

암은 오래전부터 전이를 일으키는 죽음의 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과학자들은 암이 전이된 가장 오래된 샘플을 발견했다. 그 전 해 수단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해골은 BC 12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약 3,000년 된 것이었다. 이 해골을 방사선과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보니 암이 전이된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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