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둘러싼 판정 논란은 현재 진행형
-유럽팀에게만 유리하게 적용한다는 음모론까지
-첨단 기술 활용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제도 개선 필요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 경기 후반 김민우의 태클을 VAR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가 열린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경기 후반 김민우 선수의 태클장면을 VAR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월드컵에서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된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VAR의 적용 기준 때문이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는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최초로 VAR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심판의 판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VAR을 통해 그라운드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통하여 중요한 득점 장면이나 파울 상황을 언제든 체크할 수 있다. 심판이 놓친 장면 역시 VAR을 통해 잡아낼 수 있다. 

VAR 덕분에 오심의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편파성 시비'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일 열린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다. 포르투갈 선수 페페의 팔에 공이 닿았고, 전 세계인이 이 장면을 지켜봤으나 주심은 VAR 없이 경기를 속개했다. 모로코 선수들이 반발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대표팀 역시 지난 스웨덴과 멕시코전 두 경기에서 꺼림칙한 판정으로 손해를 보았다. 한국 쪽에 유리한 판정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VAR 판독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었다.

◆첨단 기술? 결국 사람의 문제

이러한 VAR 논란의 핵심은 결국 주심의 주관적인 판단과 권한 독점에 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라도 사용조차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따라, VAR 판독이 '일부 우승후보나 유럽팀들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음모론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심판들은 FIFA가 정한 VAR 규정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 날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후반 39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진 뒤 주심을 향해 두 손으로 ‘네모’를 그리며 VAR을 요청했다.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TV 시그널을 보내거나, 구두로 심판에게 VAR을 요청하면 경고를 받는다. 그러나 심판은 슈퍼스타 호날두에게 관대했고, 아무런 경고 없이 지나갔다.

이에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 역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VAR은 일관성 부족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명제를 생각해 볼 때, 삼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VAR을 적용하는 권한이 오직 주심에게만 있으며, 언제 VAR 판독을 실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VAR 심판이 주심에게 판독 권고를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심의 재량이다. 앞서 호날두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칙적으로 그라운드 위의 선수나 감독은 VAR 판독에 어떤 개입도 할 수 없다. 지나친 VAR 의존으로 경기운영이 늘어지거나 심판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른 종목 예 참고 필요...개인 아닌 제도의 문제로 봐야

일각에서는 VAR의 활용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득점 장면이나, 페널티킥-퇴장 판정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는 VAR 판독을 의무화하거나, 아니면 경기당 일정한 횟수로 VAR 판독 요청을 보장하는 방법도 있다. 야구 등 VAR을 활용하는 다른 종목의 운영사례들을 참고해 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전문가들 중에는 첨단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축구의 순수성을 해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곤 한다. 일부 주심들이 자신의 판정을 고집하며 VAR 판독을 한사코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기의 흐름이 늘어진다는 지적도 오랫동안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은, 왜 VAR이 축구에 도입되는 데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현재 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느냐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모든 스포츠 종목은 그 종목 고유의 순수성과 특별함이 있다. 축구가 야구나 테니스, 농구와 비교하여 유독 첨단 기술의 유입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순수성'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VAR 도입으로 경기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비판은 어느 종목에서나 통용되는만큼, 오늘날 뒤늦은 VAR 도입에도 불구하고 일고 있는 공정성 논란은 축구라는 종목 특유의 보수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경기의 내적 재미가 판정의 공정성에 선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VAR 제도는 구체화되어야 한다. 심판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각 팀에게 일정한 횟수로 VAR 판독 요청을 보장하는 방법이 유력한 대안으로 손꼽힌다. 현재 한국프로배구 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역시 참고할 수 있다.

2014-15년 프로배구리그(KOVO)는 각 팀에게 2회의 비디오판독 요청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의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비디오 판독 결과 기존의 판정이 오심일 경우 비디오 판독 기회를 계속 유지하되, 정심일 경우에는 비디오 판독 기회 하나를 소멸하도록 제도를 구체화했다. 즉, 최대 4번까지 사용할 수 있다. 심판의 권위와 첨단 기술의 도입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이 제도를 축구에 옮겨올 필요는 없다. 다만 배구가 그러하듯이, 축구 역시 축구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할 고유의 특성과 가치를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제도 역시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FIFA가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논점을 회피하며 기술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반복하여 해명한다. 당연히 기술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다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문제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오늘날 FIFA와 월드컵이 당면한 문제는 제도의 미비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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