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뉴 코스모스

데이비드 아이허(David Eicher 1961~ )는 2016년에 책 한 권을 쓰고 제목을 ‘뉴 코스모스’(New Cosmos)라고 도발적으로 붙였다. 이 책은 분명히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이 쓴 ‘코스모스’를 염두에 두고 썼다. 코스모스를 이어 받은 책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아이허의 경력을 보면, 그가 ‘뉴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10대 때 천문학에 빠진 아이허는 1977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허름한 등사판을 가지고 아마추어 천문가를 위한 잡지 ‘딥 스카이 먼슬리’(Deep Sky Monthly)를 창간했다. 칼 세이건은 10대 청소년의 용감한 도전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직접 메일로 답장을 주고 코스모스의 초판 서적을 보내 줄 만큼 세심하게 아이히를 이끌어주었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주과학은 몇 년 만 지나도 옛 지식이 될 만큼 지금 전성기를 누린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잊어야 하는 것이다.

정설로 굳어가는 우주나이 138억 년 

우주과학이 확인한 바로는 우주의 나이는 정확히 138억년이다. 이 나이는 2013년에 측정한 것이므로 137억년이라고 쓴 교과서는 모두 다 바꿔야 한다.

우주의 크기는 반경이 460억 광년이므로, 결국 우주는 직경 920광년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빛이 920억년 달려가야 도달하는 엄청난 거리이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상상이 어렵다.

우리 은하의 나이는 약 90억 살이며, 태양과 태양계 나이는 46억 살 정도이다.

앞으로 40억년 뒤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는 하나로 합쳐져 밀코메다로 다시 태어나고, 1,000억년 뒤에는 우리 국부 은하군이 초거대 은하로 합쳐진다.

최근에 모든 천체물리학자들을 놀라게 한 발견은 우주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플랑크 위성이 우주배경복사를 조사해서 밝힌 내용을 보면 (역시 2013년 자료이다) 우주에서 바리온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4.9%밖에 안된다.

바리온 물질이란 사람이나 동물이나 바위 별 행성 같이 눈에 보이는 물질을 말하는 것이다. 대신 암흑에너지가 68.3% 암흑물질이 26.8%를 차지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는 약 5% 정도만 희미하게 알게 됐을 뿐이다.

 

데이비드 아이허 지음, 최기영 옮김 / 예문 아카이브 값 18,000원
데이비드 아이허 지음, 최기영 옮김 / 예문 아카이브 값 18,000원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난 17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에 매달렸지만,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암흑에너지의 발견은 우주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아이허는 “한 세기 전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천문학계와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놨던 때와 비슷한 충격을 가져왔다”고까지 표현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단순히 물질과 복사에너지로 채워진 공간이 나니며 미지의 에너지로 가득한 신비로운 곳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한 발견 과정과 현재 진행중인 방향에 대해서 가장 정확한 최신의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1982년 부터 지금까지 최고 권위의 천문학 월간지인 애스트로노미(Astronomy)에 합류한 뒤 2002년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는 매니아의 저서 답다.

그런데 ‘뉴 사이언스’는 과학자들이 도돌이표처럼 묻는 질문도 피해갈 수 없다. 과연 우주가 어떻게 될 것이며,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과학적+철학적 질문이다. 아무리 과학자들이 우주의 모습을 깊숙이 파고 들어도 절대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습은 과거 우주의 모습이라는 절대적인 모순이다. 빛이나 전파가 수십 억 광년 달려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그린 흘러간 그림일 뿐이다.

지금 우주는 어떤 상태인가는 오리무중이다. 그러니 앞으로 우주가 어떻게 될 것인지 하는 가설도 분분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새 술 마시고 만취해서 떨어지면, 다시는 알코올에 손대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해장술로 달랜 뒤 다시 빠져들 듯, 미래를 알려는 과학적 탐구심은 멈출 수가 없다.

세계적인 천문학 월간지의 노련한 편집장은 이 부분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이론은 팽창이론이다. 이 팽창도 조금씩 변형이 있다. 갈수록 더 빠른 비율로 팽창한다는 이론과, 팽창속도가 줄어든 상태로 팽창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우주가 커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우주는 팽창하고 은하들 사이의 거리도 멀어진다. 그러나 행성, 별, 은하, 나무, 고양이, 인간과 같은 바리온 물질로 만들어진 물체들은 팽창하지 않는다.

네바다 사막에서 찍은 우리 은하의 모습 ⓒ NASA
네바다 사막에서 찍은 우리 은하의 모습 ⓒ NASA

인력으로 똘똘 뭉친 은하군 또는 은하단 안에서는 은하들 사이의 거리가 변하지 않는다. 아예 다른 영역권에 있는 천체들이 서로 멀어질 것이다. 먼 미래에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도 별빛이 보석처럼 빛나는 하늘은 없다. 서로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미래 우주는 ‘빅 립’이거나 ‘빅 프리즈’ 일까? 

그리고 정말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러니까 1000억년 뒤나 혹은 1조년 뒤에 우주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이론 역시 부침이 있다.

한때 우주가 팽창했다가 다시 수축해서 쪼그라 들 것이라는 이론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빅 크런치(Big Crunch) 가설이다. 또 하나 인기있는 가설은 우주가 계속 팽창하다가 결국 차갑게 식어 암흑이 된다는 가설이었다. 이 중 두 번째 가설이 더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암흑에너지가 발견된 이후 복잡해졌다. 빅립(Big Rip)가설은 암흑에너지 힘이 커지면서 인력으로 묶여있던 천체들이 결합이 끊어져 뿔뿔이 흩어지고 찢긴다고 본다. 빅립이 시작되는 최후 순간에는 우주 만물이 원자단위로 쪼개져 물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주장한다.

현재 많은 우주학자들이 밀고 있는 가설은 빅 프리즈(Big Freeze)이다. 우주가 끝도 없이 팽창하면서 점점 더 차갑고 어둡고 황량한 곳이 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들은 우주 미래에 대한 음울한 전망을 던져주지만, 우리가 아는 이 우주가 전부일까? 하는 철학적 질문은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다중우주 이론이다. 스티븐 호킹, 스티븐 와인버그, 맥스 테그마크, 앨런 거스, 안드레이 린데 등 쟁쟁한 과학자들이 아직도 다중우주를 지지한다.

당장은 검증가능한 과학의 영역밖의 가설이지만,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이 검증불가능한 가설을 지지하는 것은 과학의 한계에 철학이 왜 필요한가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뉴 코스모스는 정말 정리가 잘 된 책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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