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내는 소리에 감정이 들어 있어

말을 할 때 첫 번째로 ‘어떤 소리’를 내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언어에서 소리 자체가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가장 먼저 ‘D’소리를 내면 위험하다는 ‘Danger’를 떠올려 듣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위험에 대비하도록 만들어준다.

사람이 말을 할 때 의미를 구별하는 기능을 가진 음성상의 가장 작은 단위를 음소(phonem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set에 쓰인 ‘s’와 get에 쓰인 ‘g’가 두 개의 다른 음소이다.

그런데 이 음소가 여러 언어에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감정과 통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한 음소가 감정과 연결되어있다는 ‘음소-감정’ 연결을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좀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말할 때 가장 먼저 어떤 소리를 내느냐가 중요하므로 언어습관 교정에도 중요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탈리아 보코니대의 자카리 에스테스(Zachary Estes)교수와 영국 워릭대의 제임스 아델만(James Adelman) 연구팀은 최근 코그니션(Cognition)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처음 나오는 소리가 중요하다. ⓒ Pixabay
처음 나오는 소리가 중요하다. ⓒ Pixabay

이번 연구에서는 또 음소를 빨리 말할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음소가 특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왔다. 어떤 모음은 크기와 형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딱정벌레를 뜻하는 자동차 이름인 비틀(Beetle)에서의 ‘e’ 소리는 ‘작은’이라는 상징적인 뜻을 갖는다. 이에 비해서 미국의 대형 지프형 자동차인 허머(Hummer)의 ‘u’는 ‘큰’이라는 의미를 전달해준다.

이것이 바로 ‘음성상징’이라고 하는 것이다. 소리 자체가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영어 등 5개 언어 37,000단어 분석 

에스테스 연구팀은 음성 상징이 소리 자체에 크기를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감정 역시 음소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영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폴란드어 등 5가지 언어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연구팀은 5개 언어에서 37,000단어를 분석, 5개 언어에서 모두 단어의 첫 번째 음소가 이후에 따라오는 어떤 음소보다 더 강력하게 감정 음성상징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동시에 5개 언어에서 모두 긍정적인 단어에서 많이 나오는 음소가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단어에 많이 나타나는 음소가 있었다.

에스테스와 동료들은 이같은 ‘감정 음성 상징’이 인간의 생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위험을 회피하고 안전하게 살려면 위험신호를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연구팀은 우선 이 5가지 언어에서 ‘음소-감정’ 연결이 단어의 중간이나 끝부분 보다 단어의 앞부분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정보를 감정적으로 더 빨리 전달함으로써 전체 단어를 말하기 전에 이미 의미가 전달되는 효과를 낸다.

 

험머의 u는 크다는 상징을 갖는다. ⓒ Pixabay
험머의 u는 크다는 상징을 갖는다. ⓒ Pixabay

 

예를 들어 D소리를 내면 위험하다는 ‘danger’의 감정을 전달해서 danger라는 단어를 다 말하기 전에 위험신호를 보낸다.

두 번째로 연구팀은 어떤 특별한 음소가 말해지는 속도를 조사했다. 에스테스 연구팀은 놀랍게도 빠르게 발음할 수 있는 음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단어에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위험’을 나타내는 단어를 ‘기회’를 표현하는 단어보다 더 빨리 이해하도록 해 준다. 그래야 사람들은 위험을 더 빠르게 인식해서 대비책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위험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보상을 빨리 얻는 것 보다 중요하므로 인류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 너무 늦게 독사를 피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새를 잡는데 있어서 느리게 반응해도 생존에 별다른 지장이 없으며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서면 된다.

위험 회피해서 생존하려는 욕구 반영돼 

결국 인간의 언어는 위험과 기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인간은 중요한 상황에 더욱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인간의 생존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같은 음성상징은 기업의 광고문안 작성이나, 사업상 대화 등 다양한 소통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자기 상품을 알릴 때 감정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음소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의약품 회사라면 자기네 제품이 비타민처럼 건강에 좋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음소에 담으려고 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어떤 기회를 포착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좀 더 빠르게 발음할 수 있는 음소는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으로 발전해왔다. 음소가 인간에게 위험신호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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