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적도 아프리카 1만2천㎞ 이동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작은 멋쟁이 나비(painted lady butterfly)’는 아프리카 적도 지역에서 출발, 사하라 사막의 열풍을 지나 이른 봄 지중해 지역에 도착한다. 사하라 사막을 왕복하는 이 기나긴 여정이 무려 12,000km에 달한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이동로는 주로 새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페인국립연구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 CSIC)와 바르셀로나의 폼페이 파브라 대학(Pompeu Fabra University UPF)이 공동 설립한 진화생물학연구소(Institute of Evolutionary Biology IBE) 과학자들은 나비들도 사하라 사막을 넘어가는 유럽-아프리카 이동로를 통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저널에 발표됐다.

 

작은 멋쟁이 나비 Credit: Gerard Talavera and Roger Vila, CSIC
작은 멋쟁이 나비 Credit: Gerard Talavera and Roger Vila, CSIC

작은 멋쟁이 나비처럼 이렇게 매년 사하라 사막을 지나는 긴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은 많지 않다. 나비가 이렇게 긴 거리를 이동하는 목적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작은 멋쟁이 나비가 늦여름에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을 건너 유럽에서 적도 아프리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나비들이 원래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다음 돌아가는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이번에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왕복한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2월에서 4월까지 지중해 지역에서 수집한 나비의 출생지를 연구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모로코와 스페인 안달루시아 및 카탈루니아 그리고 크레타, 이집트, 이스라엘에서 채취한 나비의 수소안정동위원소(stable hydrogen isotope)를 분석했다.

작은 생물 이동경로 측정에 새 방법 

동위원소는 원자핵이 서로 다른 숫자의 중성자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물에서의 수소와 수소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다르다. 물을 흡수할 때 이 비율은 식물에서 유지된다. 그런데 이 식물을 먹고 자라는 애벌레에 그 흔적이 남아 있으므로, 결국 다 자란 나비에도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구팀은 다 자란 나비의 날개에 있는 수소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함으로서, 이 나비가 애벌레일 때 어디에서 자랐는지 파악했다. 나비처럼 크기가 작고 숫자가 많은 동물이나 곤충은 관찰만으로 추적이 어렵다. 무선 추적기를 달아 신호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제라드 탈라베라(Gerard Talavera)는 “나비가 어디에서 자랐는지 확인하려면 안정동위원소 분석이 유익함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 나비가 가을에 대량으로 유럽에서 적도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것은 알려졌지만, 그 반대방향으로 적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봄에 이동한다는 것은 가설로만 존재했었다.

작은 멋쟁이 나비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있는 매우 흔한 나비 중 하나이다. 예전부터 이 나비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서해안 해안가나 코스모스가 핀 곳에 큰 무리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부터 11월에 걸쳐 평지나 산지뿐 만 아니라 도시공원, 수변 지역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동위원소를 이용한 나비의 이동경로가 다양하게 측정되면 나비의 복잡한 이동경로가 계속 밝혀질 전망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Tag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