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달린 ‘미크로랍토르’ 공룡에서 나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비듬이 발견됐다. 이 비듬의 나이는 무려 1억2500만 년이나 됐다. 과연 이 비듬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고 비듬을 가지고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고생물학자들은 최근 가장 오래된 비듬을 공룡 화석에서 발견했다. 공룡은 공룡이지만, 흔히 보는 거대한 그런 공룡이 아니고 새 같이 생긴 깃털 달린 작은 공룡이다.

1억2500만 년 전 비듬이라고 하면 이상한 생각이 들겠지만, 한 조각 비듬은 당시 깃털 달린 공룡의 피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아일랜드 코크 대학(University College Cork)의 마리아 맥나라마(Maria McNamara) 박사는 “화석에서 나온 이 비듬 세포는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나노 크기까지 보존되어 있다”고 말했다.

 

맥나라마 교수와 미크로랍토로 화석 Credit: John Sheehan
맥나라마 교수와 미크로랍토로 화석 Credit: John Sheehan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비듬 화석이 현대 날아다니는 조류의 비듬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나 비듬을 구성하는 섬유가 휘말린 모습이 그대로 보일 정도이다.

현대 조류처럼 각질로 피부 재생

마리아 맥나라마 연구팀은 강력한 전자현미경을 이용해서, 이들 공룡의 비듬 화석과 함께 현대 조류의 비듬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4개 종류의 공룡 화석을 조사했다.

모두 중국 베이징의 ‘척추동물 고생물학 및 화석학 연구소’(Institute for Vertebrate Palaeontology and Paleanthropology)가 가지고 있는 공자새(Confuciusornis),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 IVPP V 17972A), 베이피아오사우루스(Beipiaosaurus), 시노르니토사우루스(Sinornithosaurus) 등이다.

그리고 이 네 종류의 공룡에서 모두 비듬을 발견했다. 그 중 미크로랍토르에서 발견한 비듬이 1억2500만 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현재까지는 가장 오래된 비듬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비듬 화석으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물론 공룡비듬으로서도 처음이면서 가장 오래됐다고 영국 브리스톨 대학 마이크 벤톤(Mike Benton) 교수는 말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형태의 비듬은 후기 및 중기 쥐라기에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쥐라기 중기는 깃털 달린 공룡과 새들의 폭발적인 진화가 있었던 시기로, 초기 새와 공룡의 피부가 깃털에 맞게 급속하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맥나라마 박사는 말했다.

비듬이 무슨 중요성이 있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비듬은 기관의 세포 조절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 비듬과 마찬가지로 1억2500만 년 된 비듬은 죽은 각질이 모인 ‘각질세포’로 구성됐으며, 단백질 케라틴이 풍부한 단단한 세포이다. 각질세포는 수시로 떨려나가면서 새 각질세포로 채워지는데 피부의 중요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대 조류에 붙어있는 비듬은 케라틴이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비해, 이 오래된 공룡의 비듬은 꽉 물려있다. 이같이 구조가 다른 것은 이 화석화된 공룡의 피부가 현대의 새 피부에서 보이는 것 만큼 체온조절 효과가 뛰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연구원들은 이것은 이 공룡들이 현대 조류만큼 체온이 따뜻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만 해도 깃털 달린 공룡이 아직 날 수 있을 만큼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체온이 낮았음을 암시한다.

공룡에게 비듬이 있었다는 것은 당시 공룡이 현재의 뱀이나 도마뱀처럼 피부를 한꺼번에 벗어버리는 탈피를 하지 않고, 깃털 사이로 피부 조각들을 흘려버리는 방식을 이용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됐다.

 

중국 박물관에 있는 미크로랍토르 화석. 흰 화살표에 깃털이 남아있다. ⓒ Wikimedia
중국 박물관에 있는 미크로랍토르 화석. 흰 화살표에 깃털이 남아있다. ⓒ Wikimedia

가장 오래된 비듬을 가진 ‘미크로랍토르’는 중생대 쥐라기 전기(약 1억 2500만 년 전~1억 2000만 년 전), 중국에서 많이 살았으며 2발로 걸어 다닌 공룡이다.

미크로랍토르 공룡 화석은 중국 랴오닝 성에서 발견됐다. ‘작은 약탈자’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몸 길이는 약 38cm~90cm, 체중은 1kg~3kg 정도로 작다.

날개 달린 공룡은 날지 못해

온 몸에 깃털로 덮혀 있어 초기에는 공룡이 아니라 원시 새로 분류되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날개가 한 쌍이 아니라, 하나의 날개 위에 다른 날개가 올라가 있어 복엽 비행기 같은 모습이다. 전체 날개는 4개이다.

미크로랍토르는 날 수는 없었고, 미끄러지듯 나무를 오르내리며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껑충 뛰거나 미끄러져 이동했을 것이다. 날개 구조가 낙하산 기능을 하지 못해 나무에서 뛰어내리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했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에 약 300개의 미크로랍토르 공룡 화석이 보관되어 있다.

이 공룡은 깃털의 색깔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초에도 중국 셴양노르말대학(Shenyang Normal University) 고생물 대학의 동규 후(Dongyu Hu)교수 연구팀은 오리 크기의 깃털달린 공룡을 발견하고, 깃털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 만다린 어로 ‘무지개’라는 뜻의 ‘카이홍’ (Caiho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깃털 달린 무지개 공룡은 1억6100만 년 전의 것으로 조사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공룡으로 분류됐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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