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산 베네피트 홍보물(사진 = 소셜네트워크, 인터넷커뮤니티)
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산 베네피트 홍보물(사진 = 소셜네트워크, 인터넷커뮤니티)

[데일리비즈온 심은혜 기자] 작년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 베네피트가 전 세계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베네피트는 제품 홍보물에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고 안경을 낀 여성의 사진에는 ‘YUCK’(역겨울 때 내는 소리), 아이라인을 그리고 안경을 벗은 여성의 사진에는 ‘WOW’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를 접한 전 세계 여성 소비자들은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들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비하한 것’이라며 베네피트의 공식 SNS에 'yuck'이라고 댓글을 달며 마케팅을 비난했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에서 미투운동이 확산되며,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잡고 있던 남성우월주의와 여성차별주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광고업계, 특히 뷰티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성차별적 광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을 남성보다 아래에 놓고 눈요기 대상으로 삼거나, 여성은 아름답기 위해 꾸며야 하는 존재, 나약한 존재라는 식의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비하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뷰티 광고들
여성비하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뷰티 광고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뷰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6년 뷰티 이커머스 스타트업으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미미박스가 여성비하 광고논란에 휩싸였다. 남성 소비자들의 여성의 일부 신체부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올린 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화장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식의 광고를 진행했다. 광고 문구는 마치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남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관리해야만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미박스는 글로벌 색조 브랜드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신제품을 광고하며 ‘대존예(아주 예쁘다를 표현한 온라인 속어) 인생틴트 남친에게 조르지오~’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마치 여성이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는 남성에게 의존하거나 이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뷰티업계에서는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광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얼짱 출신 방송인 겸 쇼핑몰 CEO 홍영기씨가 여성 청결제를 광고하며 ‘집 나간 남편이 돌아온다’는 문구를 사용해 홍역을 치렀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선정성을 넘어 여성인권 자체를 아예 무시했다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에이블씨앤씨의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선크림을 광고하며 ‘까매도 용서 되는 건 혜리뿐이야’라며 여성들의 피부색을 언급했다. 이에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논란까지 번지며 미샤 측은 두 번이나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에스앤피(SNP)는 신제품 광고에 ‘민낯을 보여주는 건 실례에요!’라는 문구를 사용해 화장을 안 하고 다니는 여성들은 ‘민폐’라는 식으로 다뤄 여성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여성을 비하하는 광고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랑스는 2000년대부터 여성 비하 광고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죠스팽 전 프랑스 총리는 당시 여성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광고를 비난하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는 누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야기하는 폭력과 수치심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120년 된 언론 자유 관련법에서도 이미 인종, 종교, 여성 비하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이런 광고들에 대해 이렇다 할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법학연구원 관계자는 “표적 집단 전체가 아니라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하며, 명예훼손 혹은 모욕적 표현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가 적용된다”며 “그러나 표적 집단 전체를 지칭하는 경우엔 현행 판례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적용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광고업계에서 이른바 ‘펨버타이징(Femvertising)’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펨버타이징이란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여성을 비하하거나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기존 성차별적 광고에서 탈피하자는 주장을 가리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뷰티업계에서도 성차별적 광고에 보다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뷰티업계의 한 전문가는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다수 집행하는 뷰티업계인 만큼,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성 차별적 메시지들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며 “미투 운동 등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 차별적 광고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외면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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