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이탈리아 파르마(Parma) 대학에서 몇몇 과학자들이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원숭이가 손으로 물체를 잡을 때 뇌신경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짧은 꼬리 원숭이의 두뇌에 전극을 설치했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원숭이가 음식을 집어 올리는 것을 관장하는 신경세포가 원숭이 뇌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라운 것은 사람이 음식 조각을 집어 올리는 것을 보았을 때도 원숭이 신경세포 일부가 반응하는 것이었다. 두뇌에 꽂은 전극의 신호를 증폭하면,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과학자들은 원숭이의 아래 이마 겉질인 하전두피질(inferior frontal cortex)과 하두정피질에 있는 신경세포의 약 10% 정도가 거울과 같은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

원숭이의 이 거울 같은 신경세포는 손으로 어떤 행위를 하거나 다른 대상의 행동을 관찰할 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파르마 대학 연구팀에 합류한 크리스티안 케이서스(Christian Keysers)는 동료들과 함께 인간과 원숭이에 그런 신경세포가 있으며, 시각뿐 아니라 소리에도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The Emphathic Brain)는 크리스티안 케이서스가 쓴 거울 뉴런, 혹은 ‘미러 뉴런’에 대한 입문서이다.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지음, 고은미 김잔디 옮김 / 바다출판사 값 17,800원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지음, 고은미 김잔디 옮김 / 바다출판사 값 17,800원

거울 뉴런은 개인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볼 때 사람의 전운동피질은 마치 우리가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공명한다.

거울뉴런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 인간의 행동과 정서를 거울처럼 반영하여 자기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이것은 인간 행동의 아주 많은 원리를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음식 먹는 모습을 보면 왜 다이어트가 어려운지 거울 뉴런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거울 뉴런은 인간의 공감능력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크리스티안 케이서스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발견한 거울 뉴런을 기초로 인간의 사회적 본성 등을 폭넓게 발전시켰다.

인간을 설명하는 도구 – 거울 뉴런과 공유회로 

거울뉴런을 이해할 때 반드시 같이 가야 하는 개념은 공유회로(shared circuits)이다.

거울 뉴런과 공유회로는 사람의 두뇌가 정말 마술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느낄 수 있는 두뇌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다른 사람과 공명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말로 아무리 많이 설명하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교육적으로 효과가 왜 좋은지도 거울 뉴런을 도입해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물학에서 DNA가 했던 역할을 심리학에서 거울 뉴런이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거울 뉴런이 인간의 행동과 철학, 윤리, 심리, 정서, 교육, 인지치료 등에 미친 영향은 광범위하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거울 뉴런과 공유회로는 ‘인간의 정서나 행동이 과연 우리 자신의 것일까’ 질문을 던진다. 공유회로는 나와 다른 사람의 정서와 행동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내가 보는 순간, 내 것이 된다. 타인의 고통을 보는 순간, 나는 그것을 공유하게 된다.

공유회로가 활발한 사람이 더 도덕적이며, 더 사회적이다. 거울 뉴런과 공유회로의 장애가 자폐증을 불러오는 생물학적 원인이라는 가설은 매우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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