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식재산 통합법 필요"

박종배 박사(62)는 보병 소령을 제대하고 1998년 특채로 특허청에 채용됐다. 제대 장교 출신 대상으로 한 공무원 선발시험에서 1등을 차지해 원하는 대로 골라갈 수 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유독 특허라는 단어에 끌렸다. 박 박사는 정부부처를 포함한 전국 350여 공공기관 중 보안 및 비상분야에서 역시 1등을 차지해서 다른 부서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특이한 점은 매년 을지연습을 할 때 그는 남북한 지식재산에 관한 과제를 발표했다. 남북통일에 대비해서 지식재산 관련 대응책을 세우고, 비상사태 발생시 특허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한 것이다.

 

북한 특허의 특징과 남북 교류방안을 연구한 박종배 박사 ⓒ 심재율 / ScienceTimes
북한 특허의 특징과 남북 교류방안을 연구한 박종배 박사 ⓒ 심재율 / ScienceTimes

특허청에서 5년을 일하다 보니 지식재산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지식재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허청에서 조차 단기성과에 집착할 뿐 북한 지재권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북한지재권을 연구했다”고 박 박사는 말했다.

14년 동안 일하다 2012년에 특허청을 나와 박 박사는 혼자 서울로 옮겨 변리사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면서 국제변리 분야에도 도전했다.

나라 지키는 심정으로 북한 특허 먼저 연구 

박 박사는 “지식재산과 특허강국이 세계를 지배합니다. 남북한이 합치면 북한의 전통적인 1,2차 산업과 우리나라 ICT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세계를 주도할 수 있어요. 그런 환경을 가진 나라가 우리밖에 없습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특허제도는 어떤 모습일까. 북한에도 특허제도가 있다. 우리와 체제나 법이 매우 유사하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설립 협약에도 한국보다 먼저 가입했다. 하지만, 북한의 특허관련 자료는 대부분 종이로 되어 있어 정보수집이 쉽지 않다. 박 박사는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할 때 마다 수소문해서 자료를 구했다.

북한의 지식재산 인프라는 이제 초보 수준이다. 지난 18년 동안 북한발명총국에 출원한 특허 출원건수는 1만7000여 건이다.

북한 특허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발명을 해 봤자 발명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에 없는 ‘발명권’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개인에게 주는 권리이지만, 이것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발명자에게는 상금을 주고 포상할 뿐이다. 특허권은 외국인 출원자에게만 주는 권리이다. 기본적으로 지식재산은 국가의 소유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리양도도 안되고 특허권으로 전환도 안된다.

외국인 출원자 국적은 선진국이 70% 가까이 차지하고, 한국 사람의 출원은 받아주지 않고 있다. 북한 발명총국에 출원하고 싶은 한국기업들은 외국기업의 이름을 빌려 출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나마 뒤에 한국기업이 있다는 낌새가 나면 거절당한다.

제3국을 통한 대북 상표출원 현항을 보면, 태평양 · 피존 · LG전자 · 금강 등 143건이 출원 신청을 했지만, 35건이 등록되고 거절이 97건이며, 심사 중인 것은 11건이다.

북한의 특허사무소는 13곳이 있는데 가장 큰 평양특허상표대리소는 약 10명의직원이 근무한다. 북한 상표의 특징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명도 상표로 사용하도록 허락한다는 점이다. 모란봉 김치, 대동강 맥주, 백두산 선풍기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에 출원하는 경로는 △파리협약 △3국을 통한 특허 및 상표출원 △마드리드 루트 이용 등이 있다. 북한 내 외국국가 특허 등록건수는 미국 54건, 독일 32건, 영국 17건, 네덜란드 14건 등이다.

박 박사는 “지식재산을 이용한 남북한 교류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 기업이 북한 발명총국에 자유롭게 특허출원 및 상표 등록을 할 수 있다면, 북한 정부는 매년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허출원 건수가 매년 40만 건이 넘고, 이에 따른 특허청 수수료가 4,000억 원이 넘는 것을 감안한 추정치이다. 북한특허출원이 활성화되면 대리인 비용, 출원건수 등을 볼 때 이 정도 수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식재산 분야 남북협력은 별도로 논의해야 

특허출원 및 이에 관련된 업무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박 박사는 “남북한 교류협력을 논의할 때 지식재산 분야는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P기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 심재율 / ScienceTimes
IP기업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 ⓒ 심재율 / ScienceTimes

남북한 특허 협력에서 참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동서독의 경험이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에도 오래 동안 상호특허출원등록을 인정했다. 동서독이 조금씩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존속기간을 뒀다.

기본적인 원칙은 특허나 디자인은 존속기간이 있으니까 ‘공존에 의한 해결원칙’을 세웠으며, 상표는 반영구적이니까 ‘합의해결의 원칙’을 적용했다.

이를 위해서는 박 박사는 우선 ‘한반도 지식재산 통합법’을 제정해서 남북한 지역에서 발생된 모든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박 박사는 이미 지난 2011년에 ‘통일한국 지식재산권의 이해’ 저서를 내고, 남북한 지식재산권 법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통합방안을 제시했다.

박 박사는 최근 IP기업위원회(위원장 백종태 박사)가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 특허제도에 대해 발표하고 전문가들과 토론을 열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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