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가 전기쇼크의 스위치 눌러

인간의 도덕성을 실험하는 유명한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가 있다. 위급한 상황에 누구를 살릴 것인가를 보는 윤리실험이다.

전차가 궤도를 따라 달린다. 그 궤도 앞에 5명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여있다. 그대로 놓아두면 전차는 5명을 치어 죽게 할 것이다. 전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레버 옆에 당신이 서 있다. 만약 레버를 당기면 전차의 방향은 바뀌고, 5명은 살아난다.

그런데 이렇게 방향을 바꾸는 다른 궤도에는 1명이 궤도에 묶여 있다. 당신이 레버를 당겨 궤도를 바꾸면 5명은 살아나지만, 1명은 죽을 것이다. 과연 어떤 행동이 윤리적으로 타당한 일일까?

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이다.

유럽의 전차  ⓒ Pixabay
유럽의 전차 ⓒ Pixabay

첫번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5명은 죽지만, 당신은 도덕적으로 누구를 죽게 했다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의무주의)
두 번째는 레버를 당기는 일이다. 당신은 1명을 죽게 했지만, 5명은 살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 (결과주의)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전차문제 (trolley problem)혹은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이다.

이 모의 실험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5명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한 명은 내 가족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실험은 실제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상황을 가정한 사고실험(思考實驗)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실제상황에 맞게 살아있는 생쥐 대상 실험

그런데 이 트롤리 문제를 실제 상황에서 벌인 실험결과가 나왔다. 대상은 사람이 아니고, 실험 쥐를 선택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이 오가는 것이므로 실제상황에서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벨기에 겐트대학(Ghent University) 사회심리학과의 드라이스 보스틴 (Dries Bostyn) 등은 약 2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생쥐 우리에 전기 충격을 주는 실제상황에서의 트롤리 딜레마 실험을 했다.

학생 참가자들은 한 명 씩 실험실로 들어가서 아주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 실험실에는 전기충격장치가 두 개의 생쥐 우리에 연결 되어있다. 한 우리에는 생쥐가 5마리 들어있다. 다른 우리에는 생쥐 1마리 뿐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20초의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아무 결정도 하지 않으면, 전기 충격은 5마리 생쥐 우리로 간다. 그런데 단순히 버튼 하나를 누르면 생쥐 5마리는 전기충격을 면하고 살아남지만, 대신 다른 우리에 있는 1마리 생쥐가 희생된다.

자원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생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일이다. 학생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최종적으로 이 실제상황에서 벌어진 실험에서 84%의 학생들이 버튼을 눌렀다. 다시 말해 5마리를 살리고 대신 1마리를 죽이는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다.

이 실험을 한 연구팀은 전통적인 방식의 모의 사고실험도 했다. 질문은 똑 같았지만, 실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학생들 앞에 전기쇼크장치의 방향을 결정할 버튼도 없었고, 우리에 갇힌 생쥐도 없는 가상 실험이었으니 그저 머리로만 선택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가상실험에서는 66%의 학생만이 버튼을 누른다고, 그래서 5마리를 살리는 대신 1마리를 희생시킨다고 답변했다.

물론 이 실험은 제한이 적지 않다. 우선, 기존의 트롤리 실험이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 실험은 인간에게 훨씬 적은 윤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생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생쥐라고 해도 동물을 죽이는 실험은 잔인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다행히도,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절대 비밀로 했지만, 버튼은 공갈 버튼이었다. 버튼을 눌러도 전기가 흐르지도, 그래서 생쥐를 죽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 실험참가자는 실험실에 들어와서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트롤리 딜레마 개념도  ⓒWikipedia
트롤리 딜레마 개념도 ⓒWikipedia

이런 몇 가지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은 실제로 흥분된 상태에서 사람들은 좀 더 도덕적 의무주의에 쏠리기 보다 결과주의에 쏠리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도덕적 의무주의란 내가 행동함으로써 그렇지 않았다면 살았을 생쥐를 죽이는 것은 비도적적이라는 생각을 말한다. 내가 행동함으로써 한 마리를 죽이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행동함으로써 5마리를 살릴 수 있다는 결과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렸다.

트롤리 딜레마의 현대적인 형태는 1967년 필리파 푸트(Philippa Foot)가 제시했지만, 주디스 톰슨(Judith Thomson), 프란시스 캄(Frances Kamm), 피터 웅거(Peter Unger) 등이 재해석하고 확대했다.

그러나 트롤리 딜레마의 초기 형태는 1905년 위스콘신대학의 학부생에게 제시된 윤리문제로서, 대신 죽게 되는 1명은 레버를 당기는 사람의 아들로 나온다.

자율자동차 운전 설계할 때 참조할 듯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된 형태중에는 ‘육교 사례’가 있다. 전차가 철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 다섯 명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당신은 철길 위의 육교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다. 전차를 세우려면 큰 물건을 열차 앞에 던져야 한다.

마침 당신 앞에 뚱뚱한 사람이 난간에 기대 아래를 보고 있다. 뚱뚱한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전차를 멈추고 5명은 구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뚱뚱한 사람’ 버전은 또 다른 변종을 낳게 했다. 알고 보니 그 뚱뚱한 사람이 바로 5명을 위험에 빠뜨린 악당이었다는 사고실험이다. 이때는 물론 뚱뚱한 악당을 떨어뜨려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윤리적인 판단이라기 보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로 여겨질 수 있다.

트롤리 딜레마와 이의 변형된 형태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자율자동차의 윤리문제 논란에 활용된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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