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

사람들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인간은 무엇인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외향적으로 향하면, 지구 외의 지역에 인간과 유사하거나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는가로 정리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다.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과학자 19명이 모였다. 이들은 과연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를 엄밀한 지식과 배경을 가지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아 만든 책이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Aliens)이다.

실망스럽게도 이 책 역시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똑같은 결론을 내지만, 차이는 있다. 왜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지 과학적인 배경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짐 알칼릴리 엮음, 고현석 옮김 / 반니 값 18,000원
짐 알칼릴리 엮음, 고현석 옮김 / 반니 값 18,000원

외계인을 만났다는 수많은 기록과 증언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면, 거의 대부분은 가짜거나 심리적으로 잘못된 상태에서 나온 허구라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이런 필터를 거쳐도 허구라고만 이야기하기 어려운 기록이나 내용도 적지 않다. ‘비행접시’ 챕터를 쓴 댈러스 캠벨(Dallas Campbell)과 ‘외계인 납치’ 챕터를 쓴 크리스(Chris French)는 외계인을 인정하는 논리를 편다.

 생명의 자연발생이 쉽지 않은 이유

그렇지만, 영국 맨체스터 대학 동물학과 교수인 매튜 콥(Matthew Cobb)교수가 쓴 챕터는 ‘외계문명의 불가능성’이라는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다. 우주는 인간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아주 독특하다.

콥 교수는 ‘살아있지 않은 요소들로부터 생명체가 나타나는’ 자연발생(abiogenesis)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구에서 자연발생을 일으킨 조건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이 조건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계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콥 교수에 따르면, 만약 자연발생이 간단한 것이라면 지구에서 두 번 이상 일어났다는 증거가 나타나야 하지만, 그런 증거는 왜 없는지 설명이 안된다.

이 동물학자의 논리는 매우 과학적이면서도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인간이 이만큼 성공했다는 사실이 저 너머에 우주를 여행하는 외계인이 반드시 있다고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우주 저편의 별들에 갈 운명이라는 뜻도 아니다.

‘우리가 여기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문제에 의문을 가질 수 있으며, 우리의 존재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에 이끌어지지 않았으며, 우리의 유전자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가 외계인 탐사프로젝트인 SETI를 시간낭비라고 보는 것도, 우주탐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선순위는 지구 생명체라는 이 부서지기 쉬운 기적을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외계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콥 교수의 주장에 더욱 끌리는 것은 솔직하면서도 인간이 존재하는서 있는 지금 현재의 바탕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가 엄청나게 크고 별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우주 생물학자 폴 데이비스(Paul Davis)는 우주가 크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다. 생명체가 시작하려면 어느 정도 중요하고 정확한 화학반응이 아주 작게 잡아도 10개가 필요하고, 각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아주 높게 계산해서 100분의 1이라고 해도, 10개의 단계가 모두 성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은 10의 20승이다.

우리 은하에 비록 약 5천억개의 별이 있다고 해도, 5천억(5곱하기 10의 11승)은 10의 20승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이므로 논리적으로 보면 지구 외에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 나타날 확률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낮다.

19명의 세계적인 학자들이 쓴 짤막하지만 묵직한 내용들을 한 데 모아놓은 것을 읽노라면, 과학자일수록 생명의 복잡함과 오묘함에 더욱 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쉽게 외계생명체가 있다고 혹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 책을 엮은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는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작가, 방송진행자이다. 알칼릴리 역시 ‘어째서 생명체가 존재하도록 미세하게 잘 조정됐으며 고립된 한 구석(=지구)에만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하는지’를 묻는다. 그 해답은 과학적이 아니라 철학적이다.

지구부터 정말 잘 이해해야

당신의 부모가 만나서 당신을 낳을 확률을 따져보라고 말한다. 부모의 부모의 부모의 부모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각 부부들이 사랑을 해서 사람을 낳기 위해 수많은 정자 중 하나가 선택되는 사건도 포함된다. 로또복권 당첨되는 것 보다 드물고 신기한 일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챕터를 일독한 뒤, 이 내용들을 엮은 알칼릴리의 서문을 다시 읽으면 정말 공감이 간다.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생명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그리고 왜 생명이 지구에 등장했는지를 정말 잘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 챕터를 쓴 마틴 리스(Martin Rees)가 인용했듯이, ‘특이한 주장은 특이한 증거를 필요로 하고’(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 ‘증거가 없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아니다.‘(Absence of evidence isn’t evidence of absence.)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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