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사람의 얼굴만큼 중요한 신체 부위가 또 있을려나 싶지만 얼굴은 너무나 복잡하고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쉽지 않다. 얼굴에 대한 과학적 탐구 역사는 수천 년 된 물리학이나 수학 등에 비하면 이제 겨우 100년이 될까 말까 할 정도이다.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MAKING FACES : The Evolutionary Origins of the Human Face)는 인간의 얼굴을 통해서 생물학적 진화와 문명 발달을 이야기하는 매우 특이한 책이다.

저자는 ‘얼굴 의식’ (face consciousness)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이 오래 동안 얼굴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이 언제부터 얼굴을 의식하기 시작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최소한 그림으로 나타난 증거들은 아주 최근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인류가 언제부터 인간의 얼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을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정보전달 매체가 널려 있어서 손쉽게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쇼베 동굴벽화(Chauvet cave)는 동물의 표정은 자세히 그렸지만, 사람의 얼굴은 그리지 않았다.

동물 머리의 표정을 그릴만큼 묘사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만 년 전의 화가는 어째서 사람 얼굴은 그리지 않았을까?

얼굴 의식하면서 문명 발전 

얼굴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또 있다. 다산(多産)의 상징인 작은 비너스 장식품은 여성의 생식기능을 강조해서 배가 불룩 임신한 모습은 그렸지만, 머리와 얼굴은 그저 간단한 덩어리처럼 달아놓았을 뿐이다.

얼굴은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한 약 4,500년 전부터 그림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얼굴 그림은 옆모습만 그린 것이어서 현대적인 의미의 초상화라고 할 수 없다.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시대와 로마가 이집트를 점령했던 시기, 그러니까 약 2,000년 전에서야 인류는 얼굴을 완전히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인류 문명과 문화의 발전은 인간의 ‘얼굴 의식’과 관계가 깊다고 본 것이다.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을유문화사 값 25,000원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을유문화사 값 25,000원

이 책은 사람이 자기 얼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도 생각나게 한다. 사람만큼 사회적인 관계가 중요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인 관계가 끊긴 고립된 인간은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수명도 단축될 정도이다. 그러므로 얼굴의 진화가 사회적인 관계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진화했다는 저자의 해석은 공감이 간다.

아마도 인간이 왜 ‘얼굴’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기 보다, 사람이 얼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해석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이다. 사실 현대만큼 사람의 얼굴과 이미지를 빼 놓고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때는 없었다.

수 많은 광고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과 마주친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에게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는 팬(fan)이 될 때 보이는 행동은 거의 중독 수준이다. 인간은 지금 얼굴이미지 과잉의 시대를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굴이란 무엇일까? 안면을 구성하는 근육의 숫자를 세거나, 인간의 감각 중 절대 다수인 청각⋅시각⋅미각⋅후각이 얼굴에 모여 있다거나, 얼굴과 두뇌 사이의 복잡하고 정교한 소통의 결과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이 결정된다는 과학적 분석만 가지고는 얼굴이 가진 의미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얼굴의 사회적 기능이나 문화적 기능에 더 관심이 쏠리면서 과학적 탐구의 대상에서 우선 순위가 밀렸을 것이다. 얼굴을 이해하려면 과학적 분석 못지 않게, 언어와 문화 및 인격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기능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얼굴을 붉히거나, 낯을 가리고, 표정이 변하면서, 얼굴을 돌리는 행동은 인간의 가장 적나라한 표현방식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눈을 감거나, 입술을 씰룩거리고, 코끝을 벌렁이면서 입꼬리를 올리거나 눈을 크게 뜨는 등 미묘한 움직임은 사람의 온 인격과 감정과 생각을 드러낸다. 이런 복잡한 행동을 근육의 움직임과 감각세포의 복잡한 기능과 유전자의 발현과 변이만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얼굴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

저자는 ‘얼굴의 미래’라는 다소 엉뚱한 주제를 한 챕터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 인간의 얼굴은 사회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강력한 사회적 본성이 결국은 민족적 유대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좁은 의미의 자기 종족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만 생각할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을 하나로 묶는 인류전체를 보기 시작할 것으로 낙관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저자는 얼굴을 통해서 과학적 생물학적 진화를 설명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인류 문명의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애덤 윌킨스(Adam Wilkins)는 진화생물학자 답게 세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설명하면서 생명과 진화의 신비를 전하고 있다. 인간의 세포에는 일꾼 유전자(worker gene)와 관리자 유전자(manager gene)가 구분해서 활동하고 있다. 대장균 같은 간단한 세포는 관리자 유전자 보다 일꾼 유전자가 훨씬 많다. 큰 공장에 일꾼은 많고 관리자는 적은 것에 비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동물과 식물 세포는 반대로 관리자 유전자가 훨씬 많다. 윌킨스는 세포가 엄청나게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포들은 고도의 정확성을 가지고 신속하게 스스로 복제하는 자가복제공장이다. 동시에 세포는 발달과정에서 다른 비율로 다른 생산을 만드는 자기 변형 공장이기도 하다.

윌킨스는 세포의 자가복제와 자기 변형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가진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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