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에 약간 도움, 심각한 부작용 생겨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지나친 술을 마시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지만, 하루에 맥주 500㏄ 한 잔이나 와인 한 잔이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이렇게 적당한 음주는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마시는 양의 기준을 정하기도 애매하고, 사람마나 조금씩 취향이나 건강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에 대한 영국기준을 잣대삼아 수십 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일반 상식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음주는 모두 다 해롭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가 추천하는 알코올 권고량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지만, 이 권고량 이상으로 정기적으로 술을 마실 경우 수명이 수 년 단축될 수 있다. 영국 정부 권고량 이상 음주는 심장병이나 사망 또는 동맥류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

적당한 음주도 해롭다. / Pixabay
적당한 음주도 해롭다. / Pixabay

이 같은 연구결과는 ‘술도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정관념에 반대하는 것으로, 최근 영국 정부가 음주 권고량을 낮춘 것을 지지하는 것이다.

 

캠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19개국 60만 명을 대상으로 음주습관과 건강 사이의 관계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나이, 흡연, 당뇨병 이력, 교육 및 직업등을 감안했다.

영국 정부의 음주 권고량은 매주 5번이다. 알코올로 따지면 100g이며, 알코올 농도 4%의 맥주라면 5파인트(1파인트는 568㏄)이며, 13% 농도의 포도주로 따지면 175ml 짜리 와인잔 5컵에 불과하다.

영국 캠브리지 연구팀 19개국 60만명 대상 조사

연구팀은 이 기준 이상으로 술을 마시면 수명이 낮아진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매 주 10번 이상 술을 마시면 수명이 1년 또는 2년이 낮아지며, 매 주 18번 이상 술을 마시면 수명이 4년에서 5년 낮아진다.

란셋(Lancet) 저널에 발표한 이 논문결과는 최근 영국 정부가 발표한 음주 권고량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16년에 음주 권고량을 더욱 낮췄다. 남녀 가리지 않고 매 주 알콜 14 유니트(unit) 이상을 마시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맥주 6 파인트나 와인 6잔에 해당하는 적은 양이다.

중요한 것은 음주 권고량이 최대 허용치를 규정한 것이지, 도달해야 할 목표를 정한 것은 아니다. 모든 술은 해롭지만, 그래도 마시려면 이 정도 이상 마시자 말라는 차선의 방법을 제시할 뿐이지, 권고량을 마시면 안전하다는 수치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연구팀은 동시에 알코올 섭취와 다양한 형태의 심혈관 질환 사이의 관계도 조사했다. 술을 마시면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아지고, 동맥류, 고혈압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술도 적게 마시면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단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적은 술도 건강에 나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음주가 치명적이지 않은 심장발작은 약간 낮춰주는 효과는 보여줬지만, 이 역시 다른 부작용을 생각하면 권할 만한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알코올 섭취와 다양한 심혈관 질병 사이의 여러 관계들은 알코올이 혈압을 높여주는 것과 관계가 있으며, ‘좋은 콜레스테롤’로도 불리는 ‘고밀도 지질 단백 콜레스테롤’ (HDL-C)을 높이는 요인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약간의 음주가 치명적이지 않은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춰주지만, 동시에 적당한 음주에 따라 발생하는 다른 몇 가지 중대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음주가 심장질환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심혈관 질환에는 더 큰 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말이다. 결국 모든 음주는 건강에 해롭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음주자들이 작접 작성한 보고서와 관찰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원인과 결과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논문 주저자인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안젤라 우드(Angela Wood)박사는 “만약 당신이 이미 알코올을 마시고 있다면, 술을 줄이는 것이 몇 가지 심혈관 위험을 낮추면서 오래 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드 박사는 “음주가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의 위험을 다소 낮춰주는 것과 연관 있지만, 다른 심각하고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여주는 것과 균형을 이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고량은 한계치일 뿐, 더욱 낮춰야 

영국 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의 영양사인 빅토리아 테일러(Victoria Taylor)는 “이번 연구가 음주 권고량을 영국보다 높게 정한 다른 나라 국가들에게 경각심을 줄 것이며, 영국의 정부 권고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는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권고량 이상으로 정기적으로 술을 마신다. 알코올 권고량은 한계라고 생각해야지, 도달해야 할 목표로 여겨서는 안 되므로 이 보다 훨씬 적게 마시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도주도 술이다. / Pixabay
와인도 알코올이다. / Pixabay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미국 듀크대학의 댄 블레이저(Dan Blazer) 박사는 “의사와 건강관리자들은 이번 연구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환자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이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알코올 섭취량이 실제로는 수명을 단축하면서 몇 가지 심각한 건강문제와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사람 중 약 절반은 매 주 안전한 한계인 100g이상의 알코올을 마신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영국이나 캐나다 스웨덴에서 추천한 한계치에 유사한 것이다.

이에 비해서 미국의 음주 권고량은 매 주 196g으로 이는 와인 11잔에 해당하며 영국 권고량의 2배 가까이 된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도 권고량이 150g으로 높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