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구’로 발전하려면 200시간 들어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에서 발전해 친한 친구가 되려면 몇 시간이 걸릴까? 조금 이상하지만 이런 주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점점 끌어 당긴다. 사람들을 만나 사귀고 친구를 삼는 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이 될수록 좋은 친구를 가진 것이 건강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친구’와 ‘우정’의 가치를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이런 종류의 연구로는 처음으로 미국 캔자스 대학(University of Kansas)의 제프리 홀(Jeffrey A. Hall) 교수는 친한 친구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연구했다.

최근 ‘사회및개인관계 저널’(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프리 홀 교수는 “단순히 알고 지내는 ‘가벼운 친구’에서 ‘친구’로 발전하려면 대략 50시간이 걸린다”고 발표했다. 그 단계에서 ‘친구’로 가려면 90시간이 걸린다. 여기에서 더 진전돼서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하려면 200시간 이상이 걸린다.

친구를 사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Pixabay
친구를 사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Pixabay

홀 교수 연구팀은 몇 가지 질문을 던져서 친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측정할 수 있는 온라인 실험도구를 개발했다. 홀 연구팀은 이전에 사람의 두뇌가 대략 150명의 친구관계를 다룰 수 있을 뿐이라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추론을 시작했다.

홀 교수는 두 가지 연구를 벌였다. 첫 번째 연구는 지난 6개월 사이에 이사를 하고,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새 친구를 찾은 성인 355명을 조사했다. 홀 교수는 이들에게 이사한 뒤 만난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으며, 그들의 친구관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친구관계가 얼마나 가까웠는지 그리고 같이 보낸 시간과 같이 한 활동의 유형을 분석했다.

친밀도에 따라 친구관계를 4단계로 구분 

연구 참여자들은 친구관계가 깊어지는 단계를 표시하도록 했다. 친구단계는 ‘알고지냄’(acquaintance), ‘가벼운 친구’(casual friend), ‘친구’(friend), ‘가까운 친구’(close friend)등 4개로 나눴다. 홀 교수는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시작할 때 같이 보낸 시간을 측정했다.

홀 교수의 두 번째 연구는 첫 번째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최근 캔자스 대학이 있는 로렌스(Lawrence)로 이사 한 112명의 신입생을 조사했다. 신입생들에게 2주 전 수업을 시작한 다음 만난 사람 2명이 누구인지 물었다. 홀 교수는 이어 이들 신입생들이 새로 만난 2명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4주 후와 7주 후에 조사해서 응답을 얻어냈다.

이 두 가지 연구를 통해서 홀 교수는 ‘가벼운 친구’의 우정을 쌓으려면 40시간에서 60시간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친구’로 발전하려면 80시간에서 100시간이, ‘가까운 친구’가 되려면 같이 보내는 시간이 20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젊은이들이 가까워질 때는 아주 빨리 가까워진다. 홀은 우정의 단계가 발전할 때 3주 사이에 같이 보내는 시간의 양을 2~3배로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입생의 경우 한 달에 깨어있는 시간의 1/3을 좋은 친구와 함께 보내고 있었다.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친구를 사귀는 일에 시간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하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홀 교수는 “사람들이 당신과 시간을 보내도록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초청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데 우선권을 둬야 한다.

알고 지내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려면 80에서 100시간이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는 같이 떠나는 여행을 생각나게 한다. 그저 알고 지내는 ‘가벼운 친구’를 ‘친구’로 승진시키려면, 4일짜리 휴가를 같이 보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관계였던 두 사람은 여행을 마쳤을 때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대략 프렌즈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200개를 같이 보는 것도 좋다.

로맨틱한 관계나, 가족 간의 우애가 아닌 친구 사이의 우정은 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6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거의 3/4는 외로움을 느끼고 사는데 이럴 경우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의 위험이나 조기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많은 연구 결과는 좋은 우정이 건강과 삶의 질을 증진하는데 비해, 외로움은 죽음의 위험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은 같이 보낸 시간의 양과 같이 보낸 시간의 종류에 의해서 예측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지금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전염병이 퍼져 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의해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더욱 더 멀어진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30세가 넘어가면 가까운 친구를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우정의 필요성을 갈망하지만, 우정을 쌓는 방법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홀 교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으로 친구를 만들 수 없다. 친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이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일하는 동료들을 친구로 만들려면

친구를 사귀려면, 만나서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가도 중요하다. 동료들과 즐겁게 대화하거나 의미있는 대화를 깊게 나누는 것은 친밀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간단한 업무적인 대화는 친밀감을 오히려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홀 교수는 “어른들이 사람들과 일하면서 수백 시간을 보내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이지 친구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같이 알하는 사람들과는 가볍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누고 끝나기 쉽다.

여행은 친구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 Pixabay
여행은 친구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 Pixabay

만약 같이 일하는 동료를 친구로 사귈 생각이 있으면 대화의 내용을 바꾸고 그들을 초청하는 방안을 추천할 만 하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술 한잔 하러 가는 초대가 좋은 방안이다. 이 같은 행동은 당신이 관심을 가진 사람을 좋은 친구로 사귀는 첫 발자욱이 될 것이다.

사람이 가까워지려면,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활동을 같이 한다. 텔레비전 시리즈를 같이 시청하고, 같이 농담하고 같이 웃으며, 길고 의미있는 중요한 대화를 나누면서, 영화를 같이 보거나, 비디오 게임 같은 우호적인 경쟁에 몰두한다.

이런 면에서 대학이 가진 매우 중요한 혜택 중의 하나는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조직화되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점이며, 이런 점에서 대학은 금광과 같다.

홀 교수 연구팀은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삼아 진행한 후속 연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던바 교수는 우정에는 친밀도에 따라 계층이 있으며, 사람의 두뇌가 처리할 수 있는 우정의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던바는 우정의 단계를 acquaintances, casual friends, friends, good friends 4가지로 나눴다.

던바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5명 정도만 아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좋은 친구는 15명 정도이고 사람의 두뇌가 전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관계의 숫자는 150명 정도라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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