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에도 최종 후보 6명에 올라...맨부커상 운영위원회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

작품 '흰'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한강. 2년 전 '채식주의자'로 수상한데 이어 또다시 수상할 지 문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동현 기자] 작가 한강이 또다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2년 전 '채식주의자'로 이 상을 수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수상 가능성에 문학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강의 작품 '흰'(영문명 'The White Book')을 포함한 6명의 최종 후보(shortlist)를 발표했다.

'흰'은 지난달 12일 운영위원회가 심사한 총 108편의 작품 가운데 1차 후보로 선정된 데 이어 6편으로 압축된 최종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작가 한강이 맨부커상을 다시 한번 수상할 지 주목된다.  

맨부커상 운영위원회는 '흰'에 대해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다. 삶의 연약함과 아름다움, 기묘함을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소설과 시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한국에서 2016년 5월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처음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직후 출간됐고, 영국에서는 '채식주의자'의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가 다시 한번 번역에 나서 지난해 11월 출간됐다. 영국에서는 한국에서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출간 뒤 한 달도 되지 않은 작년 11월 말 가디언이 유명 작가들에게서 추천받아 소개하는 '2017 올해의 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맨부커 홈페이지에 지난 5일 게시된 작가 인터뷰에서 한강은 1차 후보에 오른 것에 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흰'은 궁극적으로 소설이지만, 동시에 픽션과 에세이, 시의 경계에 있는, 분류에 저항하는 책이다. 이렇게 실험적인 형식의 책이 후보작에 포함된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의미에서 놀라운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최종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은 이라크 작가 아흐메드 사다위의 '프랑켄슈타인 인 바그다드'(Frankenstein in Baghdad), 헝가리 작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더 월드 고즈 온'(The World Goes On),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무뇨즈 몰리나의 '라이크 어 페이딩 쉐도'(Like a Fading Shadow),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플라이츠'(Flights) 등이다. 이들 가운데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는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심사위원장인 리사 어피그나네시의 말을 인용해 심사위원들이 한강을 비롯해 두 명의 이전 수상작가들을 다시 뽑을 것이냐의 문제로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어피그나네시는 "가장 좋은 작품을 뽑아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그리고 한강의 '흰'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채식주의자'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22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발표되며, 수상자와 번역가에게는 5만 파운드(약 7천600만 원)가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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