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9단과 인공지능과의 격돌...

이세돌9단과 알파고와의 중계현황(사진=알파고 홈페이지)
이세돌9단과 알파고와의 중계현황(사진=알파고 홈페이지)

 

지난번에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앨런 튜링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인공지능을 구현할까 하는 인간의 고민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사실 요즘 인공지능이란 말이 더 귀에 낯설지 않은 것은 20165월에 등장하여 이세돌 9단을 3:1로 꺾은 알파고 덕분입니다.

만일 이세돌이 이겼다면 인공지능이 이처럼 유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인간을 이길 수는 없어서 다행이라는 논조의 글들도 제법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세돌이 패배함으로써 인공지능의 무풍지대에서 살던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인공지능은 연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간은 구현된 인공지능의 완성도를 검증해 보기 위해 인간과 대결하게 되는 게임을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그중 하나가 서양인이 오랫동안 애정을 품고 있었던 체스입니다. 체스 세계에서 공식적인 챔피언이 등장한 것은 1886년의 일입니다. 이렇게 서양인의 사랑을 받던 체스는 1958년에 처음으로 컴퓨터에 의해 동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96년 필라델피아에서 딥 블루(Deep Blue)라는 IBM 수퍼컴퓨터는 처음으로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카스파로프(Kasparov)를 이겼습니다.

이 경기에서 카스파로프가 6연전을 4-2로 이기긴 했으나 처음으로 인간 체스 챔피언이 수퍼컴퓨터와의 경기에서 진 기록을 남겼습니다.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버그를 수정한 딥 블루는 다시 1997년 카스파로프와 재대결을 가지게 됩니다. 이 경기에서는 딥 블루가 3.52.5로 승리함으로써 인간 체스 챔피언이 전체 시합에서 진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인공지능에 투자를 아끼지 않던 IBM2011년에 또 머리기사를 올리게 됩니다. 저퍼디(Jeopardy) 라는 퀴즈쇼인데, 우리나라의 장학퀴즈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컴퓨터가 출연하여 인간과 대결하게 됩니다. 같이 출연한 사람들도 보통은 아니었는데 한 사람은 74연승의 대기록을 가진 켄 제닝이었으며 다른 사람은 저퍼디에서 440만 불(48억 원)을 받아 역대 상금왕이 된 브래드 러터였습니다.

이때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이 왓슨입니다. 왓슨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생각하실 텐데, 요즘 우리나라 종합병원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암을 판정하는 인공지능시스템입니다. 아직은 현지화가 되지 않을 까닭에 기대만큼의 성능은 나오지 않지만, 현지화가 완성되면 즉 한국 환자들의 정보를 활용한다면 훨씬 더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파디에 출연한 왓슨은 두 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승합니다. 이때 사용된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4TB의 메모리 안에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4TBA4용지 2억 장에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그런데 왓슨이 우승을 위해 여러 가지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사회자가 읽어주는 말을 다 이해하고, 인간보다 빠른 속도로 A4용지 2억 장으로부터 답을 찾아, 정답을 말로 해야 합니다. 왓슨에서 사용한 정보의 상당 부분이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왔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요즘 나온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능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물리치고 퀴즈 쇼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를 물리친 것이 7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연구자는 인공지능이 이제 겨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저도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 필자 김인택  /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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