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하면 유전자 불안 높아져

보통 사람들은 갓난 아기는 아주 정성스럽고 주의깊게 많이 보살펴줘야 한다고 경험적으로 생각한다. 두뇌발달이나 정서함양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발달한 후성유전학 덕분에 사람들은 점점 더 선천적인 유전자 못지 않게, 혹은 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후천적인 환경과 관심과 사랑이라고 본다.

과연 유전이냐, 양육 사이의 관계는 어느 것이 정답일까? 유전과 양육 사이의 아주 흥미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소크(Salk)연구소는 어미 생쥐가 새끼를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새끼 쥐의 실질적인 DNA가 변화한다고 지난 22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소의 의 트레이시 베드로시안(Tracy Bedrosian)과 동료들은 어미 생쥐와 새끼 사이의 모성 양육이 두뇌 세포 발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구했다. 이들이 생쥐 새끼 두뇌의 해마에서 DNA를 관찰했다. 보통 해마는 감정이나 기억 또는 다른 무의식적인 기능에 관여하는 것이다.

사랑스런 돌붐이 두뇌발달에 매우 좋다. ⓒPexels
사랑스런 돌붐이 두뇌발달에 매우 좋다. ⓒPexels

그랬더니 새끼 돌봄과 L1 복제 숫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정성과 관심을 기울인 어미 생쥐의 돌봄을 받은 새끼 생쥐는 L1유전자의 복제 숫자가 적었다. 무관심한 어미 생쥐의 양육을 받은 새끼 생쥐는 L1복제 숫자가 더 많았으며, 이것이 생쥐 새끼의 두뇌에 좀 더 많은 유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차이가 우연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여러 번의 통제실험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새끼들이 단순히 부모로부터 L1유전자 숫자를 물려받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실험도 포함된다. 연구팀은 또한 별도의 DNA가 실질적인 유전적 DNA이며 세포 핵 이외에서 온 길 잃은 유전적 물질이 아님을 증명하는 실험이 포함되어있다.

사랑받지 못한 생쥐 새끼 유전자 불안 높아져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새끼들을 교차 양육하는 실험을 벌였다. 무관심한 어미 생쥐에게 태어난 새끼 생쥐를 사랑많은 암컷 생쥐에게 양육되도록 했다. 반대로 사랑많은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 생쥐를 무관심한 어미 생쥐가 양육하도록 했다.

L1숫자와 양육 스타일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무관심한 어미에게 태어났으나 후에 사랑많은 어미에게 양육받은 새끼는, 사랑많은 어미에게 태어났으나 무관심한 어미에게 양육받은 새끼보다 L1숫자가 적었다.

양육의 승리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최근 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포유류 동물의 대부분의 두뇌 세포들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신경세포를 생성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험이나 환경 등 후천적인 요인에 따라 DNA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원인 중 하나는 ‘점핑’(jumping) 유전자에 의해 일어난다. 보통 ‘길게 배치된 핵 성분’(LINEs·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이라고 하는 이 LINEs 유전자는 유전체의 한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서 활동한다.

소크연구소의 루스터케이지(Rusty Gage) 교수는 2005년에 L1이라고 이름 붙인 이 점핑 유전자가, 발달 단계에 있는 두뇌 신경세포안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L1유전자는 유전체안에서 스스로 복제해서는 유전체의 새로운 장소에 붙이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문서를 작성할 때 일부 구절이나 내용을 조금씩 복사 및 붙이기를 하면, 전체 문서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연구팀은 이같은 변화가 두뇌세포 사이에 미세한 기능의 변화를 유발할 뿐 더러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변화를 가져온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동시에 이것이 신경정신병적 조건을 일으킬 지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연구원들은 어미가 무관심한 새끼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며 이것이 유L1 유전자를 더 많이 복제하게 하면서 좀 더 자주 움직이게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흥미로운 것은 모성 돌봄과L1이외의 다른 점핑 유전자의 숫자 사이에는 유사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점핑 유전자 중에서 L1 유전자 만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으로 연구팀은 ‘메틸화’ 현상을 관찰했다. DNA에 화학적 흔적은 남기는 메틸화는 유전자가 복제될 것인지 복제되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모든 새끼들에게 다른 점핑 유전자의 메틸화는 나타났지만, 그 모습은 L1와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다. 무관심한 어미를 가진 생쥐들에게 발생한 메틸화된 L1숫자는, 사랑많은 어미를 가지 새끼들에 비해서 훨씬 적었다. 메틸화 역시 L1유전자의 발현 숫자와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 역시 자녀들에게 무관심하면 DNA 메틸화의 패턴이 바뀐다는 다른 연구와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노화관련 신경세포 퇴화질환에 대한 ‘존 애들러 석좌교수’인 게이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희망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이에 개입할 전략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두뇌 세포가 유전자 변화를 획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이며 전 소크연구소 연구원이었던 트레이시 베드로시안은 이 같은 변화가 무작위로 아무렇게나 발생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쥐의 해마 사진. 해마의 핵은 푸른색으로, L1유전자는 초록색으로 표시됐다. ⓒ Salk Institute
생쥐의 해마 사진. 해마의 핵은 푸른색으로, L1유전자는 초록색으로 표시됐다. ⓒ Salk Institute

 

그녀는 “아마도 두뇌나 아니면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같은 변화가 자주 일어날 수도 있고 적게 일어날수도 있는 요인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L1유전자가 늘어나는 것이 과연 다른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미로에서의 생쥐의 인지실험 같은 연구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다.

새끼 발달 초기, DNA는 역동적으로 변해

연구원들은 현재로서는 L1성분의 증가가 기능에도 변화를 가져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인지 테스트 예를 들어 미로에서 실시하는 인지실험같은 것이 L1유전자 숫자와 상관관계를 가졌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생쥐들의 두뇌가 아직도 활발하게 발달하고 있는 출생 초기 몇 주 사이, 어미에게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는다는 그 생애 첫 경험은 생쥐 새끼들의 DNA에 기록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갓난아이의 환경이 인간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연구는 우울증이나 조현병같은 신경정신병도 더 잘 이해하도록 한다.

루스티 게이지 교수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DNA가 매우 안정적이며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서, DNA가 우리가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DNA는 훨씬 더 다이내믹하다”고 말했다.

게이지 교수는 “여러분의 세포안에는 스스로 복제해서 움직이는 능력이 있는 유전자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것은 무슨 말이냐 하면, 여러분의 DNA는 변화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생쥐 새끼들도 어미가 잘 돌보지 않으면, 두뇌에 영향을 받는다. 동물도 무관심한 어미 밑에서 자라면, 잘 못 되는데 사람은 얼마나 더 큰 영향을 받을까?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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