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도꼬마리. 들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전체에 강한 털이 많이 나 있고 줄기는 곧게 선다. 높이는 1.5m 정도이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넓은 삼각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 밑은 심장 밑 모양이고 3∼5개로 얕게 갈라지며 양면에 털이 있다.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고 뒷면에는 3맥이 뚜렷하다 / 두산백과
사진설명 : 도꼬마리. 들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전체에 강한 털이 많이 나 있고 줄기는 곧게 선다. 높이는 1.5m 정도이다. 잎은 잎자루가 길고 넓은 삼각형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 밑은 심장 밑 모양이고 3∼5개로 얕게 갈라지며 양면에 털이 있다. 가장자리에 거친 톱니가 있고 뒷면에는 3맥이 뚜렷하다 / 두산백과

 

겨울이 다 지나서도 도꼬마리열매는 어디에 달라붙을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도꼬마리열매나 도깨비바늘 등을 보고 일명 ‘찍찍이velcro’를 만들었다. 새를 보고 비행기를 만들었고, 물고기를 본 떠 배를 만들었다. 장맛비에도 젖지 않는 연잎은 방수포의 어머니이다. 

어깨에 날개를 다는 것도, 발에 물갈퀴를 신는 것도 모두 자연에서 본 뜬 것이다. 바닷가 따개비가 거센 파도에도 늘 바위틈에 찰싹 달라붙은 것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뼈를 붙일만한 접착력이 거기에 있음을 알아챈다. 나아가 필요하기에 붙였다 뗐다 하는 것도 만들어 냈다. 

물속에서 가장 빠른 물고기, 물 위에 가장 잘 뜨는 부유물, 공중을 가장 빨리 나는 것, 공중에서 멈추는 날갯짓,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 물질하는 기러기의 목덜미, 흙을 잘 파는 짐승의 입 모양, 수륙 양용의 양서류의 습성 등등 ‘가장 어떠하다.’는 최상급은 모두 자연의 동식물과 미생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을 살펴보고 인간은 그 흉내를 낸다. 

진화론에 기대지 않더라도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 적응을 해왔고, 다른 것들과는 뭔가 다른, 시쳇말로 나름의 ‘한 방’이 있다. 미물조차도 자세히 보면 나름의 방법을 고안하여 살아간다. 천적이 낮에 돌아다니면 밤에 나오고, 홀수 해에 태어나면 자기는 짝수 해에 세상에 나온다. 매미의 유충이 3, 5, 7, 11 등 소수해만 골라서 세상에 나오는 것도 잡아먹힐 확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그 비결로 이 행성에서 살아간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생물과 심해의 생물, 지하 동굴과 땅 속에서도 용케도 살아가는 생물들이 오늘도 우주만큼이나 신비를 품고 우리의 눈길을 기다린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위대한 가르침은 산과 들에서 광야에서 시작되었다. 파브르는 무엇을 했는가? 아마 하루 종일 어느 곤충 뒤를 따라 다녔을 것이다.

 다윈은 어디까지 나갔는가? 갈라파고스 섬에까지 가서 육지의 거북이와 어디가 다른가를 살폈을 것이다. 닭이 알을 품는 부화incubation과정을 에디슨은 발명품 하나하나를 창안할 때마다 얼마나 많이 거듭했을까? 허준 선생은 얼마나 많은 식물의 잎, 뿌리, 열매, 줄기를 따로 때로는 통째로 씹어보았으며, 그것들을 말리고 끓였으며, 삶고 쪘으며, 볶고 덖었을까?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암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품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 가장 단단한 물질도, 가장 날카로운 물건도 만들지 못했고, 가장 튼튼한 다리도 지어지지 못했다. 

식물의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등등, 동물의 이빨, 털, 발톱, 무늬, 가죽, 꼬리, 뿔 등등이 모두 우리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우리는 새롭고 유익한 무엇인가를 생각해내고, 찾아내며, 만들어내는 능력을 창의력이라고 한다. 창의력의 대부분은 자연에서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 창의력의 대부분은 A분야의 것을 B분야로 옮기는 데서 온다고 한다. A분야의 상식이 B분야에서는 낯선 전문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발상, 발견, 발명의 가짓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융합, 통합, 통섭 등을 강조한다. 이웃 혹은 낯선 분야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경험이 된다. 자연의 한 종은 한 분야가 된다. 내가 하는 일과 견주어보면 언젠가 ‘아하!’를 경험할 것이다. 더구나 어느 분야의 고수가 다른 분야의 고수를 만나면,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번쩍하는 빛남이 일어난다. 

그래서 구글 같은 회사들은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가다 쉽게 만날 수 있도록 건물의 복도를 훤히 터 두었다. 아쉬운 것은 도시화된 환경에서 우리는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보다 역리로 거스른다. 자연으로 나가보자. 봄에 새싹이 약동하고, 어린 새가 날개 짓을 시작한다. 청둥오리가 머리를 처박고 수초를 뜯고 바닷가에서는 해녀들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것을 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그 생명의 신비가 품고 있는 것이 새로운 발상・발견・발명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왜 그럴까? 어째서 그럴까? 무엇 때문일까? 

아이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려면 자연을 관찰하는 버릇을 들여 줄 필요가 있다. 봄이 오고 있다. 아파트에 갇혀서는 세상에 숨겨둔 보물이 보이지 않는다. 흙을 밟아보고, 벌레를 만져보며, 꽃향기에 취할 때 우리의 오감은 깨어나고 육감은 열린다. 아이들아 나가자! 벌써 봄이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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