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이론 창시자인 제임스 요르케(James A. Yorke)가 "트럼프는 하이퍼카오스적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수학에서의 카오스 이론은 초기조건의 미세한 변화로 인한 결과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매우 크게 변하는 시스템, 함수가 있다는 이론이다. 필자는 수학맹이라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경영학에서의 카오스(카오틱스) 이론은 예측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그 중 키 시나리오에 중점적으로 대비하되 여유가 되는 한 나머지 시나리오에도 같이 대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트럼프는 하이퍼카오스적인 인물'이라고 할 때 주로 대중의 인식과 모략 측면에서, 즉 정치적 측면에서 말하는 카오스라 하겠다.

과거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카오스적으로 행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닉슨 대통령이 카오스적으로 행동한 이유는 상대방에게 모호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임으로써 상대가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 트럼프가 카오스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카오스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기회가 극대화 되는 시기인데 그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은 트럼프는 이렇게 변덕스럽게 행동하면서 한 때는 온건함, 리버럴을 추구하고 대화와 평화를 추구하는 듯하다가도 결국에는 보수주의적인 입장을 관철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발생 가능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다 고려해야 한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골치가 아프다면 결론만 외워도 된다. 결국 트럼프는 보수의 입장을 관철한다는 것이다. 미북 회담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결국 보수의 입장을 관철할 것이다.

카오스 이론가들은 당구공이 이러저리 테이블 위를 돌아다니지만 결국 테이블 안에서만 돈다고 비유한다. 결국 혼란스럽다고 하지만 현상이 벌어지는 큰 틀에서 변한다는 뜻이다.   

워싱턴 정가의 보수 회의론자들은 북한이 단순히 시간을 두고 놀고 있고 실질적인 양보를 제공하지 않고 제재에서 약간의 구제책을 찾고 중국의 결의안을 약화시키기 위해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 마치 당구공이 보수의 당구대 위에서 이리 저리 굴러가도 결국 그 보수의 당구대 안에서 굴러가는 것처럼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이 워싱턴 정가 보수의 기본 입장, 대북 시각이고 트럼프의 기본 입장, 대북 시각이다. 

아닌 게 아니라 김정은은 중국이 김정남을 후계로 삼을 입장을 보여서 중국과 매우 불편한 관계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최소한 김정은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김정은이 중국의 대북 컨트롤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수하고 엄격히 이행할 뜻을 천명했다. 점점 조여오는 대북 제재를 일시적으로 풀고 혼란한 상황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혼란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 왜 트럼프는 북한의 회담제의를 수락했나? 당연히 이란핵 때문이다. 미북회담이 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란핵문제는 미국의 달러패권 ( 사우디 왕정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OPEC의 석유대금 결재는 달러로만 하기로 했다. 금본위제를 폐기하고 대량 증량 발행하더라도 여전히 달러가 패권을 가지고 세계기축통화가 되는 이유다)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핵문제보다 이란핵문제가 수백수천배 더 중요하다. 이란핵문제에 대해서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전임 오바마의 이란핵문제 합의가 나이브 하다면서 비판하고 이란을 제재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란의 핵도발을 제재하려는 과정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근거는 이란의 핵도발에 대한 제재와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제재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최근에 트럼프가 특유의 장사꾼 기질을 발휘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북한과 회담을 통해 핵협상을 벌이면서 시간벌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로써 이란과 북한 핵을 동시에 다루기 어렵다는 회의론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그러면서 제재를 이란에 집중시키고 있다.  미북회담이 문재인 정부의 공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보시기 바란다. 특히 중동정세의 엄중함. 외신들은 북핵문제보다 이란핵문제를 훨씬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미북 회담을 이란 핵문제 해결(오바마의 협상을 폐기하고 이란에게 강력한 제재 실시)을 위한 지렛대로, 시간벌기용으로 운용할 것임은 너무나 명백하다.  한국의 진보좌파 진영에서 미국이 마치 한국의 통일을 도와주는 것 처럼 보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씽크프로그레스 등 미국의 권위있는 진보 씽크탱크와 매체들은 미북회담이 제대로 되기 어렵고 오히려 한반도에서 실제 무력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회담이 결정된 이후 트럼프는 국무장관을 교체해서 초강경 인사로 바꾸었다. 북한에 대해 무력 옵션 존치반대를 주장한 빅터차가 쫒겨난 것과 온건론자 틸러슨 국무장관이 경질되고 북한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초강경론자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으로 들어온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강경화 장관은 오늘(19일)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했고 대화를 위한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개념은 한반도 주변까지 포함한 것이다.  일본, 태평양함대까지 비핵화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이기 때문에 북한은 언제든지 상황이 바뀌면 약속을 번복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되고 오히려 회담이 어긋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실제 무력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낮아졌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높아졌다.

* 편집자 주 :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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