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 데니소바인 유전자 분석결과 발표

▲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 입구의 관광객 (사진 : Wikipedia)
▲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 입구의 관광객 (사진 : Wikipedia)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현대 인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고생 인류(hominin)중 하나로 아직까지 신비한 비밀에 싸인 인류로는 데니소바 인(Denisovan)이 꼽힌다. 2008년 7월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 있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딱 한 번 발견됐다. 41,000년 전의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이 발견되면서 알려졌으며, 그 후 이들의 유전자를 분석하면서서 신비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데니소바 인의 유전자가 남태평양 지역과 아시아인 유전자에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파푸아 뉴기니 사람 유전자의 5%는 데니소바 인에게서 온 것으로 드러나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8만년 전 부터 3, 4만년 전 까지 시베리아와 우랄 알타이 산맥,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존했다고 추정되는 데니소바 인은 현생인류 및 네안데르탈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등과는 별도로 생존했다.

그런데 현대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은 물론이고, 아직까지는 신비한 채로 남아있는 고생인류인 데니소바 인들과도 생각보다 훨씬 폭넓게 공존하면서 교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현대 인류와 데니소바 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유전자 분석방법을 개발하는 도중에 예상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 인류와 데니소바 인 사이에 유전적인 섞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견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다양한 유전적인 역사가 현대 인류와 데니소바 인 사이에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 데니소바 고인류의 혼합을 보여주는 개념도  (Credit: Browning et al./Cell )
▲ 데니소바 고인류의 혼합을 보여주는 개념도 (Credit: Browning et al./Cell )

15일 셀(Cell)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과학자들은 현대 인류와 데니소바 조상 중 오세아니아 데니소바 인과 동아시아 데니소바 인 사이의 유전자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데니소바 인 사이의 혼합이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데니소바 인이 파푸아 뉴기니 등으로 퍼진 뒤 동남아시아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데니소바 인의 유전자는 파푸아 뉴기니 등과는 다른 경로로 혼합됐음을 보여줬다.

결국 데니소바 인이 현대 인류와 적어도 2번에 걸쳐 대규모 혼합이 이뤄졌음을 보여준 것이다.

연구팀은 유럽,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에서 온 5,600개의 전체 유전자와 데니소바 인의 유전자 서열을 연구한 결과, 데니소바 유전자가 파푸아 뉴기니 보다 현대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전체를 비교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세아니아에서 온 유전자와 동아시아에서 온 유전자가 완전히 다른 것을 발견했다. 새로운 DNA 연구는 인류의 조상은 적어도 두 번에 걸쳐 신비한 데니소바 고생인류와 혼합됐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20만년 전과 5만 년 전 사이 선사이대에 현대인류와 데니소바 인 사이에 두 번의 혼합이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대학의 샤론 브라우닝(Sharon Browning)교수는 “동아시아에 대한 이번의 새 연구에서 우리들은 남 아시아에서 발견하지 못한 데니소바 조상들의 두 번째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동아시아의 데니소바 조상들은 그들이 스스로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중국유전자(Han Chinese, Chinese Dai)와 일본 유전자는 데니소바 유전자와 훨씬 더 가까웠다.

데니소바 인은 시베리아 알타이 사막의 한 동굴에서만 발견된 신비의 고생인류이지만, 유전자를 분석하면 데니소바 인들이 널리 퍼져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데니소바 인에 대한 유전자 연구 결과는 2010년에 발표됐으며 다른 과학자들 역시 재빨리 몇 개의 현대 인류중에서 데니소바 인에게서 온 흔적을 발견했는데 특히 오세아니아와 동아시아 및 남아시아사람들에게서 나타났다.

브라우닝 교수는 “데니소바 사람과의 혼합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뒤 비교적 일찍인 약 5만 년 전에 일어났지만, 어떤 지역에서 이뤄졌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우닝은 동아시아 사람들의 조상들이 북쪽 데니소바 혼합하는 동안 오세아니아 사람의 조상들은 남쪽 데니소바 사람들과 섞였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데니소바 고생인류의 유전자는 아시아의 넓은 지역의 현대 인류의 유전자에서 폭넓게 발견되기 때문에 이들이 넓은 범위에서 생존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브라우닝은 이 연구를 계속 진전시켜서 더 많은 아시아 사람들은 물론이고 미주 원주민과 아프리카 원주민을 연구할 계획이다. 브라우닝은 “다른 고생 인류와도 혼합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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