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사냥과 전쟁 중이다 ⑤
그들은 사냥과 전쟁 중이다 ⑤
  • 홍후조 논설위원
  • 승인 2018.03.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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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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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필자가 다닌 고등학교 모교에서 우수학생을 모아 두었으니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널찍한 교실에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는데, 교실을 가득 메운 것은 여학생들이었고, 달랑 4명의 남학생은 저 뒤쪽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본래 남학교였는데 공학으로 변해서 어색했었지만 성적우수학생이 거의 모두 여학생임에 더욱 놀랐다.
최근 각종 시험을 보면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성적을 받는다. 소위 일류 대학에도 여학생들이 과반수를 훨씬 넘어섰다. 사관학교 등에도 여생도들이 늘어나고 있고 졸업식 때 우수상을 휩쓸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남자 담임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많은 경우 학교는 여성적인 문법을 따르는 곳이다. 다소곳이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면 칭찬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필자가 몸담은 학과의 경우에도 여초현상이 오래 전에 시작되었고 좀처럼 변화될 것 같지 않다. 성비균형을 이루려면 대학 입시에서 수학 필기시험을 보면 남학생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도 떠돈다.
공부 잘 하던 남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도대체 남학생들은 공부는 안 하고 뭘 하고 있을까? 그들은 지금 열심히 사냥하고 전쟁 중이다. 스마트폰, PC방에서 그들은 오늘도 뭔가 두들겨 패면서 싸우고 있고, 공주를 구출하거나 적을 죽이고 있다. 간혹 뭔가를 키우고 큰 도시를 만들기도 하며 가상으로 물건 파는 장사를 하기도 한다. 소를 부리고 무기를 휘두르던 남자들은 정보화사회가 진행되면서 근육 쓸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점점 퇴화되어 이류종족이 되어 간단다.
남학생들의 이런 사냥과 전쟁 놀음은 유래가 오래된 것이다. 수만년의 거시사로 보아야 보이는 진화의 산물이다. 남자들은 토끼와 사슴을 잡고, 곰과 호랑이에 맞섰다. 전쟁에 나가 적을 죽이고 집에 돌아와 논밭을 갈았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는 수렵에 여자는 채집에 익숙해져왔다. 많은 여자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핑크빛 인형을 집어 들고, 남자애는 누가 골라 준 것처럼 장난감 총이나 칼을 차고 기동력을 위해 자동차도 사들인다. 여성들은 채집하던 바구니가 가방으로 바뀌었을 뿐 요모조모 살피며 쇼핑하는 것은,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조심스레 고르던 조상을 쏙 빼닮았다. 왜 그럴까?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만 년에 걸쳐 버릇들인 유전자DNA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동아프리카는 광활한 대초원이다. 원주민들은 사냥감을 수십 리를 쫓아가 잡는다. 어느 동물도 인간만큼 지구력 있게 뜀박질하지 못한다. 그 결과 이디오피아 청년들은 마라톤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노예해안이라는 서아프리카지역은 완벽한 밀림을 이룬다. 이들의 사냥은 순발력이다. 짧은 거리에서 사냥감을 잡지 못하면 사냥꾼의 가족은 굶는다. 이들 나라의 후예들이 노예로 잡혀와 자메이카 등지에 정착했다. 세계 단거리 육상선수 10위권 안에 든 이들은 다리가 쭉쭉 뻗은 자메이카선수들이다. 조상의 피를 물려받았다.
종족으로서 남학생들은 수렵해온 이들의 후손이다. 뭔가를 쫓고 잡지 않으면, 뭔가를 패지 않으면 손이 몸이 근질근질하다. 마침 가상세계에 그 판이 벌어졌다. 밥을 굶어도 할 만한 신나는 판이 벌어진 것이다. 여럿이 모여서 하고 패를 나누어 시합도 벌인다. 오늘날 남학생들은 사냥을 떠났고, 전쟁 중이며, 시장을 열었고,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언제 공부할 틈이 있는가?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가?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학교수업에 격렬하게 땀 흘리는 운동시간을 더 늘린다. 운동으로 청소년의 신진대사는 원활해지고 머리도 맑아져 공부를 더 잘하게 된다. 둘째, 가만히 앉아 공부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집단프로젝트 수업을 더 늘린다. 셋째, 학습에 게임적 요소를 집어넣는 것인데 최근에 증가일로다. 넷째, 초중등학교의 수학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문이과를 가르는 중등학교의 수학공부를 더 쉽게 하여 더 많은 이들이 이공계 분야에 쉽게 발을 들려놓게 하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 전공에 쓰이는 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하는 것이다.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의 연장에서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나라의 경쟁력이나 미래 먹거리는 첨단과학기술공학 분야에서 나오는데, 많은 남학생들은 가상세계의 사냥과 전쟁에 빠져 있고, 여학생들은 좀처럼 쉽게 이공계로 달려들지 못한다. 첨단과학기술, 지능정보화사회에서 인간은 인공지능기계AI와 더불어 일하고, 이들을 부려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종족은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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