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일곱 원소 이야기

화학의 가장 핵심은 주기율표에 있다는 사실이 화학전공자들에게는 당연한 말인지 모른다. 화학이 무엇인지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는 이 한 가지만 얻어도 큰 소득을 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일곱 원소 이야기’(A Tale of SEven Element)는 주기율표의 마지막 빈 칸을 둘러싼 인간의 과학사를 기록한 책이다.

화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는 독자라면, 이 책은 거꾸로 읽으면 아주 유익하다. 역자인 김명남이 쓴 ‘옮긴이의 말’은 화학 초보자의 머릿속을 쏙쏙 파고들만한 쉽고 설득력있는 글을 실었다. 유명한 물리학자이면서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은 만약 모든 지식이 파괴되어 단 하나의 문장만을 전할 수 있다면, 이런 문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

역자인 김명남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물리학과 화학의 기반인 원자론을 요약한 저 문장과 함께 하나의 도표와 그림을 전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묻는다. 그리고 대답하기를 서슴없이 원자 주기율표를 고르겠다고 말했다.

에릭 셰리 지음, 김명남 옮김 / 궁리 값 22,000원
에릭 셰리 지음, 김명남 옮김 / 궁리 값 22,000원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원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그들의 속성과 관계는 주기율표에 잘 요약되어 있다는 사실을,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한 저자는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주기율표’ 하면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118개 원소가 표시된 주기율표를 이해하는 것 만으로도 현대 물리학과 화학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이 너무나 많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생활속에 워낙 깊이 파고 들었기에, 지금은 오히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다. ‘화학제품’ 하면 오염과 건강하지 않은 것을 떠올릴 정도가 됐지만, 이것이 화학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

주기율표의 매력에 사로잡히다

에릭 셰리(Eric Scerri)는 평생 관심을 가지고 주기율표와 화학원소들을 연구해왔다. 셰리는 화학원소들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일곱 원소 이야기’는 주기율표의 원소 중 특이한 7개의 원소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원소의 이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다. 발견 순서로 보면 프로트악티늄(Pa), 하프늄(Hf), 레늄(Re), 테크네튬(Tc), 프랑슘(Fr), 아스타틴(At), 프로메튬(Pm) 등이다.

서문은 유명한 의사이면서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썼다. 색스는 “이 책 또한 고전이 되리라”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율표는 정말 신비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어떻게 이 세상의 원소들이 저런 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수 있는지 하는 점이다. 서로 아무 상관없이 보이고 성질이나 작용 자체도 매우 다른 118개 원소들을 나란히 배치하는 주기율표는, 정말 누군가가 서랍을 정리하듯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한 데 모아 깔끔하게 정리정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린아이가 물가에 나가 주운 조약돌을 가지고 소꿉장난을 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 같은 호기심과 신비로움은 역자인 김명남으로 하여금 ‘내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것도 바로 이 주기율표의 매력에 끌려서였다’는 고백을 이끌어냈다.

저자인 에릭 셰리는 UCLA에서 지금까지 2만명 넘는 학생들을 가르쳤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기율표에 정통한 과학자로 이름이 높은 셰리가 쓴 책은 1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데 감격한 저자는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을 특별히 썼다.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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