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행성 제안한 바티긴 교수 밝혀

양자역학은 우리가 사는 우주는 물론이고 지구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입자에서 벌어지는 매우 신기한 현상을 다루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양자역학을 가지고 설명하는 극미의 세계는 뉴턴의 고전물리학에서 설명하는 거시 세계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므로 양자의 세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은 일반적으로 극미의 원자 세계에서만 통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아주 작은 극미의 세계에 관한 수학은 보통 큰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오래된 양자역학의 한계가 무너질 것 같다. 느닷없이 칼텍의 한 연구자는 양자역학의 기본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천문학적 구조의 장기적인 변화를 묘사할 때 기가 막히게 유익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과연 양자역학과 천문학 사이의 깊고 깊은 계곡이 사라지는 것일까?

칼텍의 콘스탄틴 바티긴(Konstantin Batygin) 지구과학 부교수와 반 나이스 페이지 스칼라(Van Nuys Page Scholar)가 수행한 이 연구는 ‘월간로열천문학회’(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3월 5일자에 게재됐다.

거대한 천문학적 물체들은 보통 그 보다 적은 물체들이 그 주변을 회전하는 형태를 띤다. 지구를 비롯해서 수성 화성 등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도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거대한 블랙홀의 주변으로 작은 별들이 돌고 있는데, 이 작은 별들의 주변도 역시 엄청난 양의 바위나 얼음 또는 우주 부산물들이 돌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거대한 물질 덩어리들은 중력의 힘에 의해서 평평하고 둥근 디스크(판) 형태를 띠게 된다. 이 디스크들은 수없이 많은 입자들이 모인 커다란 집단을 형성하는데 그 크기가 태양계 만한 적은 것도 있지만, 수 광년이나 될 만큼 어머어마한 규모일 수도 있다.

이 같이 물질들이 모여 이룬 천문학적 디스크는 그렇다고 일생동안 간단한 원형만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수백 만 년에 걸쳐 이 디스크들은 연못의 잔물결처럼 구부러지거나 휘는 것 같은 변형이 아주 서서히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그 규모는 연못의 잔물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이다.

그런데 이 같은 변형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면서 확산되는 지에 대해 오래동안 천문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정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면서도 엄두가 안 날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바티긴 박사는 칼텍에서 행성물리학을 가르치는 동안 태양계에 9번째 행성이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제기해서 천문학계를 놀라게 했던 과학자이다. 바티긴 박사는 천문학에서의 디스크 변화의 단순한 수학적 표현을 공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소위 ‘건드림이론’(perturbation theory; 섭동이론)의 근사설계에 눈을 돌렸다.

 

우주 디스크가 슈뢰딩거 방정식 대로 변화한다는 연구내용을 표현한 개념도 ⓒ James Tuttle Keane,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우주 디스크가 슈뢰딩거 방정식 대로 변화한다는 연구내용을 표현한 개념도 ⓒ James Tuttle Keane,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극미의 양자역학과 거대 천체물리학이 통하다니

천문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 근사설계는 18세기 수학자인 조셉-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 1749~1822)와 피에르-시몬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 1749 ~ 1827)가 고안한 것이다. 이 등식에서는 각각 특정한 궤적을 그리는 곳에 있는 각각의 입자와 바위들은 수학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방식으로 디스크는 연속적인 동심원 줄의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동심원 줄은 천천히 서로간의 궤도각운동량 (軌道角運動量, orbital angular momentum)을 교환하는 것이다.

우주 디스크에 있는 모든 물질에 이를 적용하면, 디스크는 비할데 없이 많은 선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디스크에 있는 무한한 선의 근사치를 내고, 수학적으로 그 숫자를 묶어 연속체로 묶어낼 수 있다. 바티긴은 “내가 이같은 계산을 했더니 놀랍게도 슈뢰딩거 방정식이 솟아올랐다”고 말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양자역학의 기초를 이룬다. 입자와 같은 극미의 세계에서는 입자가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파동입자 이중성’이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뉴턴역학에서는 가장 중심이 되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이  있듯이, 양자화 된 물리량을 다루는 양자물리학에는 슈뢰딩거 방정식이 있다.

바티긴의 연구는 천문학적 판에서 일어나는 아주 큰 규모의 휨 현상은 입자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서, 양자 입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데 사용하는 수학이 천문학에서도 이용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많이 알려진 슈뢰딩거 방정식이 천문학 판의 장기적인 진화를 묘사할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거대한 현상의 모델을 찾는 과학자들에게 매우 유익하다.

바티긴은 “물리학에서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분야가 같은 수학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것은 매우 신비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이해하는 개념을 바꿔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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