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뇌 영역의 ‘소통파편화’ 발생

의식을 잃을 때 사람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수술하기 위해 마취를 하거나, 혹은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 의식이 잠깐 사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는다. 물론 진정제를 투여하거나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들도 의식을 잃는다.

이 때 사람들의 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신경과학에서 가장 커다란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이 오래된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사람들은 의식을 잃고 무의식 상태에 빠지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잠시 신경회로가 ‘꺼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창문이 없는 방의 전기 스위치를 끄면 안 보이는 것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시간 의대 의식과학센터(Center for Consciousness Science)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3편의 논문은 이 같은 추측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주제를 조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의식이 있는 상태를 무의식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다.

마취과의사인 조지 마사우어(George Mashour) 박사는 “레지던트 시절 나는 마취는 두뇌의 일부 스위치를 끄는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안하는 논문을 썼다. 나는 마취는 두뇌의 여러 부분의 처리과정이 서로 고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 Pixabay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 ⓒ Pixabay

이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이론만 가지고는 충분치 않으므로, 현재 미시건 의대 의식과학센터 소장인 마사우어 박사는 자신의 가설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했다.

의식과학센터는 여러 연구팀을 구성해서 두뇌가 의식과 무의식 상태를 오갈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조사하고는 3편의 논문을 각각 저널에 발표했다.

미시건 대학 3편의 논문 동시 발표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스캔을 이용해 신경세포의 혈액흐름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술하기 위한 마취에 들어가거나, 식물인간 상태에 있거나, 진정제를 투여한 상태에 있는 23명의 환자의 두뇌혈액을 측정하고 자료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두뇌의 어떤 영역은 자기들끼리 더욱 더 소통하는 것이었다. 진정제 투여의 초기단계에서 두뇌의 지역 영역이 그들 안에서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번 연구의 시니어 저자인 마취과 의사 앤서니 후데츠(Anthony Hudetz)는 말했다.

두 번째 연구는 정보가 두뇌 안에서 어떻게 실제적으로 통합되는지를 측정하는 도전적인 실험이다. 정보 통합의 측정을 정량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통합정보이론(ITT)을 이용했다.

통합정보이론에서는 그리스 문자 ‘파이’를 사용해서 정보가 얼마나 잘 통합됐는지를 측정한다.

마취과 의사인 이운철 박사는 무의식상태에 빠지면서 “두뇌는 지역적인 대화를 하면서 정보통합의 정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는 정보통합의 측정치인 ‘파이 지수’가 줄어들면서, 서로 다른 두뇌 영역의 활동은 내부로 방향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논문에서는 연구팀은 무의식 상태일 때는 두뇌의 연결성이 훼손되면서 의식 상태를 유지하는데 요구되는 효과적인 정보전달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마슈어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조지 마사우어 박사가 2004년 레지던트 시절에 발표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사우어 박사는 당시 ‘인지해체’(Cognitive Unbinding) 이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마취가 두뇌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소통이 해체되는 것이라는 이론을 제안했다. 이같이 두뇌의 서로 다른 영역 사이의 소통 단절이 우리가 경험하는 무의식 상태라는 것이다.

마사우어 박사는 이 같은 소통단절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 직전에 연습하는 장면에 비유했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별로 자기 분야를 각각 연주하는 연습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지휘자가 없기 때문에 음악은 통합적이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무의식일 때 두뇌의 서로 다른 부분이나 영역이 통합적으로 활동하지 못한다.

무의식 상태는 뇌 신경회로가 파편화한 것이다. ⓒ Pixabay
무의식 상태는 뇌 신경회로가 파편화한 것이다. ⓒ Pixabay

신경회로 통합이 해체되는 ‘파편화’ 발생

“우리가 완벽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연주자들 사이의 통합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마사우어는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 조정은 오케스트라가 함께 움직이고 창조하면서 ‘의식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

이번 실험에서 나타났듯이, 마취가 깊어짐에 따라 두뇌의 각 영역들은 영역 사이의 소통이 줄어들다가 결국은 분리된다. 이같은 ‘두뇌기능의 파편화’가 확대되는 것이 무의식이다.

이 같은 소통단절은 의사들에게 의식을 측정하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마취를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보여도 때때로 환자들은 의식이 깨어있을 수 있다.

의식을 측정하는 능력은 환자가 ‘활동 의식’ 상태에 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를 새롭게 이해하는데 적용하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반응 없는 환자들이 아직도 의식이 있는지를 더 잘 구별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차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사람이 의식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두뇌 활동이 정상적으로 지속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새로운 검사법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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