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내리면 땅 속 생명 깨어나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곳은 남미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이 꼽힌다. 수십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이 많아 대부분 말라 비틀어진 상태이다. 워낙 건조한 곳이다 보니 사람들은 화성과 유사한 곳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말라 비틀어진 곳에도 생명이 있을까? 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타카마 사막에 미생물이 살아있는지에 사람들의 호기심이 높아졌다.

아타카마 사막은 면적도 남한 면적과 비슷한 10만㎢나 된다. 한 해 강수량이 수㎜에 불과하고 어떤 지점에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곳이 화성의 토양과 가장 유사한 곳으로 생각하면서, 화성관련 실험이나 영화촬영을 한다.

그런데 사상 처음으로 과학자들은 아타카마 사막에서 미생물이 풍부한 것을 발견했다. 먼지가 가득한 이 척박한 환경도 사실은 생태계였던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주립대학(Washington State University)의 우주생물학자 더크 슐츠-마쿠치(Dirk Schulze-Makuch)는 “사람들이 어떤 것도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생명이 자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다.

아타카마 사막
아타카마 사막 Credit: Dirk Schulze-Makuch

슐츠-마쿠치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만약 생명이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에서 살 수 있다면, 화성에서도 살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사막 토양에서 ATP 분자 발견

2015년 3월, 슐츠-마쿠치 연구팀은 아타카마 사막을 방문했다. 방문 직전 기록적인 비가 내려 어떤 지역에서는 홍수가 나고 꽃이 만발했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토양에서 약 70cm 깊이로 8곳에 구멍을 파고 샘플을 채취했다. 실험실로 돌아와 연구팀은 토양샘플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화학적 분석을 한 결과 미생물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생물학자들은 ATP 분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는데 ATP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수단이다. 동시에 세포막을 형성하는 빌딩블록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후속 조사를 위해 2016년과 2017년에 사막으로 갔지만, 그 사이에 비가 오지 않았으며 후에 채취한 샘플에서는 생명의 신호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내린 비 이후 토양은 계속 건조했다. ATP는 2015년 비가 내리자 깨어났다가 다시 비가 내리지 않자 동면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 발견은 비가 수십 년 만에 한 번 내려도 생명이 지탱할 수 있는 수용성을 보여준다고 슐츠-마쿠치는 말했다. 약간의 물기만 있어도 생명은 살아나면서 정주 조건을 만들어 낸다.

엑소 마르스 탐사선, 화성 토양 채취 예정

앞으로 발사될 화성 탐사선은 화성 토양 깊숙이 구멍을 뚫어 샘플을 채취하는 계획을 포함한다. 2020년 화성 도착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엑소마르스(ExoMars) 탐사선은 화성 지하 150㎝ 이상의 깊은 곳을 채굴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 토양에 숨어서 부활의 기회만 보고 있는 미생물의 존재는 유사한 실험을 앞 둔 화성탐사에서도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다. 아타카마 사막 표면 아래 땅 속에서 박테리아, 곰팡이 같은 미생물들이 형벌같은 건조나 내리꽂히는 자외선 복사 그리고 극도의 소금기를 견뎌내면서 생명의 기운을 붙들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
아타카마 사막  Credit: Dirk Schulze-Makuch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들은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이 나타나면 미생물들은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다. 이번 발견은 어떻게 생명이 수십 억 년 동안 말라버린 화성 같은 곳에서 생명을 발견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지를 깨닫게 한다.

아마도 화성의 미생물들도 물이 없는 화성 토양 깊숙이 숨어서 지금까지 깨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영겁의 시간동안 비가 오지 않은 화성에 비해 아타카마 사막은 천국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 기준으로 보면 이 칠레사막은 지옥같이 건조한 것이다.

어떤 지역은 한 해 비가 수㎜ 정도 밖에 안 내린다. 혹은 미국 대륙의 1%밖에 안되는 강수량으로 고통받는 데다, 이렇게 오래 동안 건조하다 보니 바람에 실려 온 소금기가 그대로 남아있어서 엄청나게 소금기가 많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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