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고 인종차별 혐오죄를 도입하자

▲ 이윤택과 함께 성범죄를 저질러 온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사진 : 연합뉴스)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추잡한 성폭력, 그리고 실행을 공유한 공동정범 수준으로 이윤택의 성폭력 범죄를 방조한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에 대한 국민적인 지탄의 소리가 크다. 민주와 진보를 자처하며 현 문재인 정부의 탄생에도 일조한 이들이 이러한 반사회적이고 패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언론보도를 인용해보면,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가 이윤택의 성기 마사지 (손과 입을 통한 유사성행위)를 할 여자 후배 연기자들을 초이스해서 강제로 밀실에 밀어넣고 이를 거부하면 가슴을 치면서 협박하고, 끝까지 거부하면 배역을 주지 않고 왕따시키는 불이익을 주었다고 한다. 이윤택은 연기 지도를 한다는 명분으로 여자 후배의 O속에 젖가락을 꽂아 발성연습을 할 때 젖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크게 목소리를 내라고 희롱하기도 하고 이윤택이 정액을 사정까지 하면 이윤택과 김소희 대표는 그 여자 연기자에게 아주 큰 배역을 주었다고 한다. 일부 여배우는 임신하여 낙태까지 했고 이윤택은 그 여성에게 "내 아이를 가지기도 했으니 너는 이제 완전히 내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 관련사진에서 이윤택의 사진 대신 김소희 대표의 사진을 쓴 것은 이윤택과 별다를 것 없이 공동정범 수준의 범죄를 저지른 김소희 대표의 잘못이 너무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쓴 것이다. 선진국은 이러한 공동정범, 방조범을 엄격히 모두 다 처벌한다. -

언급하기 조차 민망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폭로가 TV에서 지면에서 그리고 SNS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러한 상세한 묘사는 방송이나 지면에서 제지되었겠지만 #MeToo 의 상세한 폭로 분위기, 그리고 극단적인 배신감과 모멸감 때문인지 여과없이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관행으로 뿌리 박힌 성폭력을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을 TV와 신문들도 공감한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폭로가 나오자 가해자들의 실명과 행위를 구체적으로 폭로한 피해자와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형법은 대상자가 비난받을 행위를 하건 말건 상관없이 사실을 적시해서 대상자의 사회적 평판이 하락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을 척결하기 위해 #MeToo을 추진하기 위해 결성된 여성문화예술연합이라는 단체는 실제로 성폭력 가해자들로부터 최근에 50건 이상의 명예훼손 고소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여성문화예술연합은 성폭력 2차피해를 막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폐기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는 여성문화예술연합의 명예훼손죄 폐지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이참에 좀 더 나아가 표현과 관련한 우리 나라의 모순된 법체계 전반을 손볼 수 있었으면 한다.  명예훼손죄, 모욕죄 그리고 인종차별혐오죄 문제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부당함은 위의 성범죄 2차피해 발생의 사례에서 충분히 납득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상적인 나라는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없다.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두고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상적인 나라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없는 대신에 인종차별 행위를 처벌하는 혐오죄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인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서 특별히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인종차별 혐오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르고 있다. 인종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해 좀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인종차별혐오죄는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에서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는 범죄다. 여기서 race를 번역한 '인종'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는 좁게 생물학적 인종으로 한정해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영영 사전에서 race라는 단어를 찾아서 보면 생물학적 인종 외에도 아주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대략적으로 영어단어 race를 분석하면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 친족, 부락, 출신지, 습관 등등의 의미 군이다.

또 하나는 경주라는 뜻이다. 신라수도 경주 말고 자동차 레이싱할 때 그 경주. 경주도 사실 어원을 보면 머리를 앞세우고 줄을 따라 쭉 잇는다라는 뜻이고 첫번째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에서 파생한 뜻이다.

아무튼 이 다양한 뜻을 가진 원래의 race를 이유로 하는 차별이 인종차별이다.

생물학적 인종, 피부색 외에도 출신지역, 생활습관이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이 전형적인 인종차별이다. 이를테면 다이어트 습관이 다르다고 핀잔을 주는 것도 인종차별이고. 지역이 다르다고 우사스럽게 하는 것도 인종차별이다.

단, 성차별이나 나이차별(에이지즘)은 성이나 나이라는 것이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니 인종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독자적인 차별 카테고리로 성차별, 나이차별로 존재한다.

어찌보면 문화라는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체득하는 거의 대부분이 문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그렇게 인종의 개념을 우리 삶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racialization(人種化)이라고 한다. 1965년 이후 UN및 세계각국은 이 racialization 개념에 따른 넓은 인종차별을 인종차별이라고 조약으로 인정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은 비준은 했는데 법은 아직 만들지 않았다.

나는 지난 국회에서 이 인종차별혐오죄를 도입하기 위해서 지역평등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법제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새정련 쪽 친노친문 정치인과 진보 시민단체는 인종차별혐오죄 도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오히려 한나라, 새누리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새누리당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 안효대 의원과 새누리당 모바일정당 혁신위원회가 적극적이었고 박주선 등 호남정치인들이 인종차별혐오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안효대 의원은 직접 인종차별혐오죄 도입을 위한 형법개정안 발의까지 하고 나섰다.

진보 시민단체에서 이름높은 법학자인 박경신 교수는 토론회 공개석상에서 "인종차별혐오죄를 도입하려면 여론화를 해야 하고 그러면 일베충이 좋아한다. 일베충은 관심을 받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일베충에게 좋은 일을 해줄 수는 없다"면서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인종차별혐오죄 도입을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쪽 친노친문 정치인들과 진보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인종차별혐오죄는 도입되지 못했다.

사회의 비리와 모순, 부패와 범죄, 일체의 억압은 몇몇 사람을 바꾸고 없애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시스템은 어느 일부를 바꿔서는 안되고 구조적으로 연결된 모두를 같이 바꿔야 한다. 진영논리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규범을 따랐으면 한다.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법제도를 지속하지 말고 선진국들 처럼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기하고 인종차별혐오죄를 도입했으면 한다. 그러면 성폭력 2차적 피해자는 당연히 보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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