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배로 늘어난 수명, 또 2배 늘어날 수도

장수의 꿈은 몇 년으로 늘어날까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인 연령을 65세로 정하고 있지만, 그 기원을 알고 나면 놀랄 것이다. 노인을 65세로 정한 사람은 1880년대 독일 제국의 초대 총리로 독일 통일과 국가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1815 ~ 1898)이다. 그런데 당시 인간의 기대수명은 얼마였을까? 대략 45세였다. 기대수명 보다 약 44% 많은 나이를 ‘늙었다’고 정한 것이다.

2015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세이다. 만약, 비스마르크 시대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82세 보다 44%많은 118세를 ‘늙었다’라고 해야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장수가 가져올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 대해 비전을 많이 제시하는 사람 중 하나인 미국의 켄 디찰드(Ken Dychtwald) 에이지 웨이브(Age Wave)대표는 “역사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지 않았다”고 강연할 때마다 강조한다. 왜냐고? 늙기 전에 대부분 죽었기 때문이다.

디찰드는 “1850년만 해도 부부들은 ‘자기야. 은퇴 후 뭐할 거야?’라고 속삭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퇴하기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인류역사의 99% 기간 중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은 18세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 켄 디찰드의 분석이다. 누구든지 늙기 전에 죽는 것은 당연했기 때문에 늙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늙어서 은퇴한다는 것은 아주 최근에 겪는 현상일 수밖에 없다.

새 시대의 최전선은 장수

그러므로 사람들은 새 시대의 최전선이 어디인가를 이야기하면서 ‘기술’과 ‘젊은 세대의 부상’을 들지만, 디찰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전선은 바로 장수”라고 단언한다.

어떤 나라도 은퇴 후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 역사상 한 번도 집단적으로 겪어보지 않았다. 사회제도나 가족제도 가족관계는 물론이고 재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경험이 많지 않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장수에 대해서는 두 가지 큰 질문이 따라온다. 첫 번째는 인간의 수명이 어디까지 늘어날 것인가이다. 두 번째는 과연 늘어난 삶의 시간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비교적 엄격하게 따지는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이 150세를 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간혹 과학 보다 넘어 직관과 통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수명이 200년을 넘어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

인간 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c Pixabay
인간 수명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c Pixabay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나이는 대략 100세를 넘을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2016년 10월, 미국에서 ‘인간수명 150년 내기’가 다시 한 번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두 과학자가 ‘인간 수명 150년’을 놓고 판돈을 건 것이다.

한 때 인간의 한계수명이 120세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과학적 근거가 있다기 보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이후에 ‘인간의 날은 120년이 될 것’이라는 말에 바탕을 둔 예측이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두 과학자의 재미있는 내기가 세계적인 관심으로 떠올랐다. 두 과학자는 ‘인간 기대수명 150년’을 놓고 판돈을 거는 내기를 시작했다.

인간수명 150세에 2억 달러 판 돈 건 내기 시작

이 내기를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교 스티븐 오스타드(Steven Austad) 교수는 2000년에 미국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어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서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지금 아마도 첫 번째 150세가 될 사람이 살아있을 것 같다.”

그러자 역시 인간의 노화를 연구하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제이 올샨스키(Jay Olshansky)교수는 반대의견을 냈다. 그리고 두 과학자는 내기를 걸기로 했다.

2000년 9월 15일 두 사람은 각자 150달러를 투자회사에 넣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2150년에 두 사람 중 승자나 그의 후손에게 판돈을 지불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기금액은 차곡차곡 적립이 되어왔다.

그런데 2016년 10월 초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Nature)에 세계적인 인구데이터를 기초로 ‘인간 수명의 한계가 115년일지 모른다’는 내용이 실리면서 두 사람의 내기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150살 내기를 하고 있는 올샨스키 역시 비슷한 논지의 글을 실었다.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 줄 전환점이 올샨스키 생애에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그 혜택을 볼 가능성은 없다는 논지였다.

오스태드와 올샨스키가 150달러 씩 넣어 300달러로 시작한 내기금액에 매년 9.5%의 이율이 붙어 2016년까지 1,275달러로 늘어난 시점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낸 판돈이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 늘어나면 2150년 1월 1일 승자가 차지할 금액은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2150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회장이 뽑은 3명의 과학자가 승자를 결정하도록 했다. 물론 그때까지 오스태드나 올샨스키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지금까지 기록으로 남아있는 사람 중 가장 오래 동안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느 칼망(Jeanne Calment 1875~1997)으로 그녀는 1997년 122세 나이로 사망했다.

2016년 10월초 인간수명 115세가 한계라고 주장한 사람은 뉴욕시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유전학자인 잔 비즈(Jan Vijg)이다. 잔 비즈는 38개국의 인간사망데이터베이스(Human Mortality Database)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간의 수명은 20세기 초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으나 1980년부터는 정체에 이르러 아주 미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 비즈는 국제장수데이터베이스(International Database on Longevity)를 뒤져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어냈다. 프랑스 일본 미국과 영국의 110세 이상 장수노인 숫자와 수명은 1970년과 199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지만, 1990년 중반에 114.9세로 정체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노인학연구그룹(Gerontology Research Group)을 통한 조사에서도 역시 장수노인의 수명이 1990년대 중반 115세 정도에서 정체된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잔 비즈는 인간의 자연수명이 115세 정도로 추론하면서 잔느 칼망 할머니가 122세를 산 것은 장수노인 1만 명 중에 한 명꼴로 나올 만큼 예외적인 현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게놈과 뇌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맞춤형 유전체 치료 등이 급속히 보급될 뿐 아니라 새로운 의약품이 잇따라 개발되면서 인간수명이 늘어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인간 수명 연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1990년대 중반에 정체된 장수노인들의 수명이 과연 얼마까지 늘어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가운데, 두 과학자의 150세 내기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은 과거 150년 사이에 대체로 2배로 늘었다. 미국의 경우 150년 전 평균수명이 35세에서 40세 사이였다. 지금은 거의 80세가 가까워졌다. 인간 수명의 연장은 다양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사람의 인생이 한 번에 끝났지만, 이제는 두 번으로 나눠서 설계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인생을 3개로 나눠서 설계해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노후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인간수명연장이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인간 수명이 어디까지 연장이 될 것인가 하는 논의는 사회 체제의 변화와 경제구조의 진전과 직접 연관이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로 떠올랐다.

인간 수명이 50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허황스러운 것은 아니다. c Pixabay
인간 수명이 50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허황스러운 것은 아니다. c Pixabay

논란과는 상관없이 장수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바이오 헬스의 발전으로 노인질환 치료는 점점 발달하고, 특히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보급되면서 수명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인간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들은 수명이 100세는 가볍게 넘을 것으로 본다. 200살, 500살, 1000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나오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이렇게 예측을 한다.  

2014년 빌 마리스(Bill Maris) 구글벤처스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500살까지 사는 게 가능할 거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그렇다’이다. 생명과학이 우리를 모든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13년 미국 버크노화연구소의 판카즈 카파히(Pankaj Kapahi)박사 는 “인간의 수명이 최대 400~50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파히 박사는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적 경로를 변경해서 벌레의 수명을 5배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카파히 박사는 이를 인간에 적용하면 평균 수명이 400~50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살아있을 동안에 그 같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수백 년 혹은 1000년 후의 일일지 모른다.

최근 생물학을 중심으로 로봇, 인공지능, 바이오사이언스, 의학 등의 눈부신 발전을 생각하면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사회제도를 만들거나, 건물을 설계할 때 혹은 자녀교육을 시킬 때,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매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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