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하면, 주로 자동차 매연가스를 주범으로 생각하지만 대규모 연구결과는 전혀 다른 결론을 이끌어냈다. 세계적으로 1년에 약 900만 명을 조기 사망으로 이끄는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샴푸 향수 살충제 세정제 같은 가정용품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게로 따지면 연료로 사용하는 석유가 석유를 원료로 만든 제품보다 약 15배나 된다. 그렇지만 로숀이나 페인트 같은 제품들이 교통수단을 통해서 배출되는 오염 보다 더 많이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친다고 논문의 주저자인 브라이언 맥도널드(Brian McDonald)는 밝혔다.

사이언스(Science)저널에 지난 15일 발표한 이 논문에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과학협력연구소(CIRES)의 맥도널드는 “교통수단은 날이 갈수록 깨끗해지고 있으므로, 가정용 제품 등 다른 분야의 화학제품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대기오염이 자동차나 트럭 같은 데서 나오는 배출가스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십 년 동안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엔진이나 연료를 개선하고 오염절감장치를 개발했다.

로스앤젤레스 ⓒPixabay
로스앤젤레스 ⓒPixabay

과학자들은 가정용 소비재가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휘발성유기화합물 (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에 초점을 맞췄다. VOC는 대기중으로 퍼져 들어가서 오존이나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데, 이 둘은 모두 폐질환을 비롯해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미국을 비롯해서 많은 국가에서 규제하는 화합물이다.

미세먼지의 42%는 가정용 소비재가 원인 

연구진은 6주 동안 스모그로 악명높은 로스앤젤레스 파사데나(Pasadena)에서 대기샘플을 채취했다. 연구진은 여기에 다른 과학자들이 측정한 실내 대기질도 평가했다. 이들은 대기 샘플에서 오염을 일으키는 분자를 채취한 뒤, 그 분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하는 새로운 연구방법을 사용했다. 어떤 특정 상품에서 어떤 VOC가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VOC를 배출하는 소비재가 대기오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했다. 양으로 보면 비누, 샴푸, 탈취제, 풀, 공기청정제, 세정용 스프레이 등에서 사용하는 석유 보다, 연료로 사용하는 석유가 15배가 된다. 그러나 매일 사용하는 소비재 제품에서 나오는 VOC가 전체 VOC의 무려 38%나 되는데 비해서, 휘발유와 디젤에서 나오는 배출량은 32%에 그쳤다.

소비재 제품들은 오존과 초미세먼지(fine particulate matter)를 만드는 화학적 반응에 연료 만큼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VOC는 대기 중 햇빛과 반응해서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대기에서 가장 위험한 미세먼지의 42%가 소비재 상품에서 나온 배출물질에 따라 생겼다. 미세먼지 원인의 19%는 산업용 제품에서 나오며 39%가 차량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차량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휘발유 등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으며, 그나마 여기에서 나오는 VOC 마저 에너지 생성을 위해 태워진다. 소비재 상품에서 나오는 VOC는 그냥 대기 중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맥도널드와 연구진은 최근 발표된 산업체 및 규제기관 등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화학생산통계를 잡아 대기오염의 원인을 다시 분류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무게로 따져 VOC의 75%는 차량에서 나온다고 추정했으며, 25%가 화학제품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새 연구는 최신 통계와 과거에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대기데이터를 가자고 다시 측정한 결과 50% 50%임을 밝혀냈다.

대기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제품 배출에 대해 이같이 잘못된 인식이 생기는 것은 화학제품과 연료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며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NOAA) 대기과학자인 제시카 길먼(Jessica Gilman) 박사는 “사람들이 향수나 향기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당신이나 당신의 이웃이 향기를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휘발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어떻게 이 VOC가 결국은 미세먼지 오염에 기여하는 것인지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해 란셋(Lancet) 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세계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대기오염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 생활 주변의 미세먼지 오염을 꼽았다. 자

동차는 점점 더 깨끗해진 반면, 이러한 오염입자를 만들어내는 VOC는 소비제품의 확대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맥도널드는 “우리는 바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바로 이 같은 전환지점에 이미 도달했다”고 말했다.

가정용 소비재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상했다. ⓒ Pixabay
가정용 소비재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상했다. ⓒ Pixabay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진은 또한 실내에서 아주 높은 휘발성화합물이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의 알렌 골드스타인(Allen Goldstein)은 “실내에서 사용된 석유기반의 제품들이 도시환경에 심각한 실외오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업용이나 가정용 방향제로 많이 사용되는 레몬향이 나는 리모넨(limonene) 같은 휘발성 화학물질은 실내가 실외보다 무려 10배 많다. 이렇게 실내에 있던 VOC가 실외로 나오면 햇빛에서 질소산화물과 반응해서 매우 다양한 오염원을 생성한다.

대기오염 규제 이제는 소비재로 전환할 듯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과학협력연구소(CIRES)의 화학자이며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주스트 드 구(Joost de Gouw)는 이번에 새로 측정한 자료는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매우 효과적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주스트 드 구는 “미국의 자동차 환경규제는 너무나 잘 들어서 대기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으므로, 규제노력은 이제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자동차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VOC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시의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VOC 종류가 매우 많은 데다 이들은 각각 대기에 서로 다른 방법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VOC가 미세먼지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지를 구분해야 가장 효과적인 감소정책을 펼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VOC 규제가 주마다 다르고, VOC가 초미세먼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놔두고 대부분 지상 오존에 미칠지 모르는 영향만 규제한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비록 소비재 상품에서 나오는 많은 휘발성 배출물이 실내에서 나오지만, 결국 실내공기가 외부로 배출되므로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규모로 대기오염에 기여하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므로 앞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놓고 소비재 생산품 중 어떤 소비재에서 나오는 어떤 VOC가 가장 해로운 지를 측정해서 이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의 연구결과를 시작으로 대기오염 규제의 초점이 자동차는 물론이고, 모든 시민들이 사용하는 소비재 상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이 기사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데일리비즈온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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