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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보면 썩지 않고 남이 빼앗아갈 수 없는 보물을 쌓으라는 당부가 나온다. 그것은 문제 상황에서 발휘되는 지식과 기술, 곧 지혜일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지식과 기술이 있는 사람은 잘 살아갈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첨단과학기술자들의 이민은 쉽게 받아준다. 그가 장차 그 나라의 부가가치생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수한 두뇌 만들기는 교육의 핵심기능이다.
세계최고의 두뇌를 낳는다는 유대인을 만드는 책은 위대한 탐구라는 뜻의 탈무드이다. 탈무드는 기원 전과 후 1천 년간 구전된 질문과 대답을 10년간 2천명이 넘는 학자들이 집대성한 지혜서이다. 머리 둘 달린 아이 식별, 친자 확인의 솔로몬의 재판, 공주의 병을 고치는 삼형제 이야기 등등이 탈무드의 이야기에 나온다. 종교, 도덕, 문화, 전통 등이 종합된 유대인 만들기의 핵심도구이다. 탈무드는 총20권 1만2천 쪽이 넘고, 2백50만 단어, 중량 75kg의 방대한 양의 책이다. 각 책의 첫 쪽과 마지막 쪽은 비어 있어, 이것은 계속해서 삶의 지혜로 메워갈 독자들의 몫이 된다. 흔히 유대인의 부모와 교사들은 탈무드에 꿀을 떨어뜨려 배움을 시작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맛보게 하여, 앞으로 배울 지식과 지혜의 열매는 꿀처럼 달콤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준다고 한다.
서양문명은 동사적이고 동태적인 히브리사상과 명사적이고 정태적인 희랍사상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만들어졌다고 한다. 히브리사상은 성경의 구약 첫머리 모세 5경과 이를 보완하는 생활규범서인 탈무드를 통해 유대인들을 유대인답게 만들어왔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사물과 사건에 대한 사고방식, 정신력과 의지를 단련시켜 그 영혼soul을 만들어 왔다. 멀리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며, 편견 없이 생각하도록 이끌어준 것이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가 부모의 인사다. 시끄러운 도서관과 교실에서 4명 이하가 짝을 지어, 탈무드의 일화를 놓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쟁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가 유대인의 독특한 학습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약 1천 5백만 명, 세계인구의 0.2%밖에 안 되는 유대인이 노벨상의 약23%를 타갔다. 철학자 스피노자, 심리학자 프로이트, 화가 샤갈, 물리학자 아인스타인, 외교가 헨리 키신저, 금융업의 로스차일드, 투자가 조지 소로스, 사업가 일론 머스크 등이 모두 유대인들이다. 세계 금융계, 미국의 경제계 특히 월스트리트를 장악한 사람들도 유대인들이다. 어음, 여행가방, 백화점, USB 등등은 유대인들이 처음 발명한 것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 한국인들이 세계 인류를 위해 만든 위대한 문화유산을 전시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유대인의 탈무드를 보면서 우리민족의 특장을 생각해본다. 은근과 끈기, 정과 한, 열정, 자신감.....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에 매력적인 한류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외우내환의 위기징후를 보면서, 장차 우리나라를 어떻게 튼실하게 만들어갈까를 묻는다. 한국을 보면 빨리빨리 서둘러 부실함도 있었고, 북한지배층을 보면 거짓을 일삼고 악독하기 그지없다. 각종 갈등, 무고, 보험사기 등이 적잖은 것을 보면 고칠 점도 적잖아 보인다. 스스로를 위해서나 인류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좀 더 고양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단점을 치유하는 특효약은 없을까?
필자는 인류 역사 5천년의 지혜를 모은 한국판 탈무드(지혜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미 탈무드, 이솝우화, 그리스 로마 신화, 중국의 고사성어집, 우리의 민화와 전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각종 백과사전, 기독교 설교집, 불교 우화집,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 등등에 수많은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많은 일화들은 전산화되어 있다. 국적과 종교를 따지지 말고 지혜를 집대성하자. 지혜로운 일화의 수집과 선별, 편집이 주된 일이므로 생각보다 노력, 비용, 시간이 적게 들 수도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학술원과 예술원의 원로들이 모여서 노력하면 한국인의 지혜서는 만들어질 수 있다.
젖을 갓 뗀 아가에게 부모가 읽어주는 글, 글을 갓 뗀 어린이부터 인생 경험이 풍부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읽고 인용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보자. 연령별, 주제별, 분야별로 재편집하고, 책, 만화, 동영상, 영화 등으로 각색하면 훌륭한 문화콘텐츠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후손들에게 보물이 되고, 인류사에 길이 남을 한국판 지혜서가 될 것이다. 어느 인성도덕교육서보다 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만들어 보급하고, 계속해서 판수를 거듭해가는 한국판 탈무드를 만드는 일의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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