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베트남의 급격한 자본주의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공산주의 담론과도 그럭저럭 잘 어우러지고 있다.건물과 거리, 도로변에서는 여전히 낫과 망치 모양이 그려진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간혹 호치민 얼굴이 들어간 깃발도 눈에 띈다. 이런 깃발 위에는 당이 결정한 도시화 정책을 옹호하는 듯한 내용의 슬로건이 담겨 있다. “혁명 정신 발전시켜 조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국제사회로의 편입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자”라거나 “부유한 인민, 부강한 조국, 민주적이고 교양적이며 공평한 사회의 목표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더 많은 정부예산이 지방정부에 주어지는 것이 언제나 좋은 소식일 수만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방행정이 점차로 정부예산에 의존하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상당한 수준의 분권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만일 이 예산집행이 지연되거나, 예산규모가 줄어든다면 지방행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당장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해당예산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협력적이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의 ‘자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분권화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의 경제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JP모건의 최근 연구조사는 “아시아 신흥국의 GDP성장이 더 이상 노동자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그들은 이어 “2012년부터 임금과 고용율 측면에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기업과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일지 몰라도 노동시장과 가정에는 명백히 좋지 못한 소식”이라고 부연했다.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서비스업의 발달 역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새로운 직업을 대체하는 기술의 발달을 고려하자면, 문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세계최대의 민주주의라 불리는 인도 총선이 모디 총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의 재선이야 예상된 결과였지만, 놀라운 사실은 선거 내내 인도 경제의 현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부재했다는 점이다.집권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성공은 그들의 경제적 성과 덕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지 시민들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었을 뿐.BJP가 승리를 공표하자마자 우울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인도의 지난분기 GDP성장률이 5.8%에 그쳤다는 보도였다. 물론 다른 개발도상국 기준으로는 높은 수치다. 하지만 예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베트남의 한류열풍에 대해 종종 양국 간의 ‘상호의존성’이 언급된다. 가령,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세 번째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특히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내년까지 교역규모를 10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계획이 달성되면 베트남은 한국의 두 번째 교역국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은 무척 중요하다. 가령 하노이에는 거대한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데, 베트남 전체 수출액 중에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 경제 전반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 사람(국적은 영국인이지만)에게 현지에서 비프 스테이크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 일이다.인도 사람들이 소고기를 먹는다고는 하지만,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즐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설령 즐긴다고 하더라도, 주위 사람 눈치 덕에 드러내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인도 시장에 진입할 당시 ‘소고기 패티 없는 빅맥과 와퍼’를 도입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인도의 패스트푸드 시장 기준으로는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 비해 KFC가 압도적인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과거 인도 첸나이에서 살 때는 주말에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었다. 놀이문화랄 것이 없는 도시이기도 했으니 교민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이른바 ‘호캉스’나, 교외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했다.가장 최근에는 해안가 도로를 따라 여느 휴양지 부럽지 않은 리조트들이 활황이라고 한다. 그래도 무료한 가운데 나름 호화스런(?) 소일거리나마 즐길 수 있어 다행인 것 같다. 고급호텔이며 리조트의 가격이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꽤 저렴한 편에 속하니 가능한 취미이기도 했다.교외 드라이브도 마찬가지다. 첸나이의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근 타다와 택시업계를 둘러싼 논란을 보니 과거 뉴욕 시와 우버의 대전(大戰)이 떠오른다. 2015년 더블라지오 전 뉴욕시장이 우버의 시내 차량대수를 제한하려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우버의 대응은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묘수’였다.우버는 더블라지오 시장이 택시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비난함과 동시에, 자사 모바일앱에 ‘더블라지오’ 탭을 추가하는 것에 그들의 역량을 집중했다. 탭을 누르면 뉴욕시가 그려진 지도 위에 “운행 중인 차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쓴 배너가 뜬다. 배너를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타지생활 길어지면 고향음식이 늘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나마 요새는 한국사람 없는 외국 여행지가 없다고 하니, 한식당도 장소 불문하고 여기저기 많은 모양이다.인도 역시 다를 바가 없어서, ‘아니 이런 외진 여행지에도 한식당이 있어?’하고 놀랄 때가 많다. 저 인도 중부의 외진 곳에 위치한 카주라호나, 남부의 함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아니지만, 세계로 닿는 한국 사람들의 발길을 노리고 인도인들이 발 빠르게 나선 덕이다. 두 곳 모두 그럭저럭 고향 생각 느끼기에는 충분했다.델리나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간다고 하면 늘 주변 사람들이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곤 한다. 위험한 지역에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겠냐는 우려다. 지금에야 부모님도 어느 정도 안심하시지만, 주변의 인도 전문가들 역시 늘 하는 소리가 ‘인도 얕보지 마라’ 등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도를 떠돌며 현지조사에 천착한 전문가들 역시 11년째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인도여행이란다. 그래서 본인 역시 인도에 갈 때면 일단 배탈나지 않기, 아프지 않기를 제 1의 목표로 삼고 움직인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욕심내서 여러 군데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사는 이들의 고충 중 하나로 종종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한다. 인도는 종교적으로 소고기 섭취를 금할뿐더러, 돼지고기 역시 문화적 이유로 거부하는 경향이 대부분이다.실제로 많은 인도인들은 채식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아예 전반적으로 육식은 어느 정도 부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예전에는 간헐적 금식이나 채식이 상위카스트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즘에는 너나할 것 없이 채식하는 인도인들이 많다. 최근에는 가뜩이나 열량섭취가 부족한 빈민들이 금식을 따라하면서 사회문제가 대두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 가면 워낙 오토릭샤를 좋아한다. 흔히 툭툭이라고 더 잘 알려져 있는, 대개는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3륜 전동차다. 기존의 릭샤(인력거)에 전동장치가 붙는다고 인도에서는 줄여서 ‘오토’라고도 부른다. 한국인들은 종류 상관없이 릭샤라고 부르는 모양이다.약 5년 전쯤 인도에 살 때에는 워낙 교통수단이 이 릭샤밖에 없었다. 릭샤가 가기 멀다 싶으면 콜택시를 이용했고, 나머지 거리는 전부 릭샤가 대신했다. 외국인들은 대개 버스는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버가 도입되기 직전 시기였다.하지만 동남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에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에서도 워낙 인기가 있었으니, 당시 인도에 살았던 한국인들 역시 주말을 기다려 삼삼오오 극장으로 모여들곤 했다.인도의 멀티플렉스 시설 역시 한국에 뒤처지지 않으니, 한글 자막이 없다는 불편함만 빼놓고는 아쉬울 점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고나자, 같이 영화를 관람했던 한국인 친구들은 분통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주변의 인도인들이 너무 시끄러웠다는 것이다.영화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부터가 문제였다. 관객들의 반응이 격해진(?) 탓일 것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과거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놓고 때늦은 후회의 소감을 밝혔다.융커 위원장은 오는 10월 말이면 5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7일 브뤼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다.“당시 EU가 영국의 국민투표에 개입했더라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거짓말’을 부숴버렸을 것이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나에게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난 그의 말을 믿었고, 결국 영국의 국민투표에 개입하지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아시아의 연방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간 연방제를 채택한 국가는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세 국가에 그쳤으나 네팔이 최근 개헌을 추진한 데 이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도 연방제 재도입은 언제고 현실화될 수 있다.인도 등 앞선 연방국의 기원이 영연방 시대의 유산에서 기인한다면, 후자의 배경은 다소 복잡한 편이다. 물론 그간의 연방제는 소수자 권리를 보호하고, 권한 부여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성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이나 인도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1990년 감옥에 갇혀있던 넬슨 만델라가 석방되며 흑백차별정책으로 악명 높았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가 막을 내렸다.이어, 1994년 대통령중심제와 연방제를 골자로 한 개헌이 이루어졌다. 이어,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이후로 표면적인 인종차별의 역사는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달라진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내용은 남아공이 이제는 ‘연방국’이 될 것임을 공표했다는 것과, 이에 상응하는 자치권이 각 지역에 주어졌다는 점이다.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아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국가의 다사다난한 역사와 데오반디즘(남아시아의 엄격한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 학교의 전통주의자에서부터 지하디즘에 투신한 중산층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집단의 형성으로 인해 과격단체가 급속하게 확산됐다.”과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지낸 바 있는 장뤽 라신은 남아시아에 잠식하고 있는 지하디스트의 위협에 대해 위와 같이 평가한 바 있다. IS의 흥기와 함께 온건한 대다수의 무슬림들 사이에 극단주의의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지가 몇 년. 이른바 ‘이념적 긴장상태’는 파키스탄이나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벨기에 내의 플랑드르 분리주의 운동은 매번 중대한 장애물에 부딪혀 왔다. 바로 벨기에인들 대다수(프랑스어권의 약 95%, 네덜란드어권의 90%가 반대)가 분리독립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에 2014년 총선의 돌풍을 이끈 주역이자, 벨기에의 민족주의 제1정당으로 출범한 ‘신플랑드르연대(Nieuw-Vlaamse Alliantie, N-VA)’는 이런 장애에 맞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것은 연방주의의 강조였다.신플랑드르연대는 몹시 ‘좌파적’이라고 평가돼온 자치주의 정당이 물러난 자리에서 2001년 벨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조기 총선을 앞두고 카탈루냐 민족주의 진영에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당인 사회노동당이 전임 국민당내각을 실각시키는데 협조했던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파의 도움 없이도 여당의 총선 승리가 예상되자 유화 제스처를 버리고 헌법 수호라는 '원칙론'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헌법이나 카탈루냐 자치법이 또다시 위반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정부는 어떤 도전에도 비례의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 우리는 헌법을 지켜야 하는 정부이고, 국가 전체가 헌법을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인도 뭄바이에 사는 지샨 살림 무타니는 올해 28세로, 그의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유롭지는 않지만,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종종 아파트의 경비 일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그에게 이번 총선은 무척이나 기대되는 정치 행사다. 그는 늘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지지해왔다. 힌두교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무슬림 신자에게 힌두민족주의를 대변하는 여당인 인도인민당(BJP)는 늘 꺼림칙했다.그런 그에게 이상한 일이 생겼다. 3월 16일 인도 선관위가 직접 그의 이름이 선거명부에 없다